사람 사는 모양새는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색하고 피하고 싶은 상대는 가족이다,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불편하고 동시에 나를 너무 몰라서 외롭다,

 

일찍 죽은 형의 기일에 맞춰 오랜만에 료타네 가족은 부모님 집으로 간다,

아이가 달린 여자와  결혼한 이후  아직 어색한 관계인 모양이다,

그러나 더 어색해 하는 건 아내나 아들보다 료타 자신이다,

어떻게든  하룻밤을 자고 싶지 않다고 핑계를 궁리하지만 오히려 아내는 담담하다.

 

집에서 늙은 어머니는 음식을 하며 수다를 떤다,

그 수다의 상대는 결혼한 딸이고 남편은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고 본인 관심이 없으면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가 오면 할머니는 깍듯하게 맞이한다,

서로가 예의바르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함꼐 음식준비를 하면서 어릴적 추억을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처음엔 어색해하다가 쉽게 어울린다. 음식이 모자를까 스시를 주문하고 배달온 오랜 이웃인 스시집 아들과 수다를 떨고 함께 식사를 하고 맥주를 마신다,

사위는 어색함인지 무사태평인지 식사후 잠들어버리고  아버지와 료타는 둘만 남을까 전전긍긍이고 어머니는 그래도 부자지간에 무언가 대화를 하기를 바라며 자리를 비운다,

그러나 어색하게 피하거나 무의미하게 부딪칠 뿐이다.

서로는 서로에게 닿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다가가는지 알지 못한다,

형의 무덤을 다녀오고 아들이 출세해서 뭔가 뻐기가 싶은 어머니의 속물이 드러나기도 하고 그런 어머니가 귀찮고 부담스러우면서 동시에 죄스러운 아들도 있고  무심하게 엄마의 도움을 당연시 하는 딸이 있고 어색한 가운데서 예의는 다하려고 하지만 마음을 나누기는 힘든 며느리도 있다,

오후 큰 아들의 죽음의 이유가 되는 사내가 찾아온다,

큰 아들이 구해준 그때 물에 빠졌던 소년은 이제 청년이 되었지만 뭐하는 제대로 된 것이 없고 취직도 안되는 하찮은 인간일 뿐이다,

이런 하찮은 인간을 위해 내 귀하고 잘난 아들이 죽었다는 걸 부모는 아직도 못견뎌하면서

잔인하게 그 청년의 죄책감을 건드린다,

 

자식은 부모곁은 떠나면서 마음편하게 안도하고 부모는 또 다시 찾아올 자식을 벌써 기다리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게 상대를 향한 마음은 늘 엇갈리고 같은 물질 같은 성질을 가지면서도 그 부피와 색 냄새가 미묘하게 달라서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고 어려워한다,

그게 가족이다,

감독이 그려내는 가족은 나쁘다고도 좋다고도 할 수 없는 현실 그 자체다,

사람은 누구나 악하기도 하고 선하기도 하고 악해보이기도 하고 선해보이기도 하다,

료타도  아내도 그저 부모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느 정도 이상은 허용하지 않는다,

외로운 누부부는 자식을 기다리고 기다리지만 막상 마주하면서는 데면데면하다,

 

 

따로 살면서 늘  엄마는 아빠에게 자주  전화 좀 드리라고 했었다, 자주 내려오지는 못해도 전화라도 자주하라고.. 꼭 내가 하라고 하라고 해야 마저 못해나냐고... 늘 잔소리였다

어느순간 아버지가 나이가 들면서 이번에는 아버지가 엄마에게는 전화를 자주하라고 어색하고 무심하게 말했다, 나는 괜찮지만 니 엄마는 얼마나 너들  걱정하는지 아느냐,. 늘 니들 생각밖에 없는 엄마인데 목소리라도 자주 들려줘라,

그냥 흘려들었다,

영화속에서 료타도 늙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그 잔소리를 세삼스러운 표정으로 듣지망 아마 나처럼 흘려들었을 것이다,

자식도 살아가는 무게가 만만치 않다,

젊다고 모든 게 다 견딜만한것도 아니고 이제는 젊은 나이도 아니다,

그래서 내 앞의 삶에 허덕이다보면 지금 이순간 눈에 보이지 않은 부모는 가족은 잊히기 마련이다, 마음이 없는게 아니라  여우가 없다, 속을 비워야 무언가가 들어올텐데 이것저것 정리되지도 못한 것들이 뒤죽박죽 속을 꽉 채우고 있다, 그 복잡하고 찌질한 속내를 부모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건  그 나름의 상대에 대한 배려였다,

그러나 그 배려가 부모에게는 무심함이고 무관심이고 서운함이다,

조금만 조금만 걸어도 걸어도 둘 사이의 거리를 가까워지지 않는다,

영화속 긴 계단과 언덕길처럼 그렇게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어보인다,

저 계단 위에 부모가 있고 저 언덕위에 그가 있음을 알지만 그 아득한 계단을 오르기도 전에 지치기 시작하거나 언젠가 다시 갈  시간은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영화는 별다른 사건이 없이 물처럼 흘러가지만

계속 무언가 위태롭고 아슬아슬했다,

터져봐야 별거 아닌 거라는 걸 알지만 그 갈등의 고조가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알아서

꼭 내 부모와 나의 관계처럼 예리하게 다가온다,

가족끼리만 아는 지뢰밭이 있고 가족끼리만 아는 지름길이 있다,

어떤 부분을 건드리면 안되는 지 모두가 알지만 모른 척 해야하는 지점이 어니딘지 진심이 담기지 않아도 이렇게 말하거나 행동하면 된다는 지침같은 것들

이미 익숙해진 가족끼리 모두 알아서 제대로 피하고 모른 척하고 있지만 무심코 본 모습이 드러나거나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감정들로 어느 순간 지뢰를 밟아버리거나 지름길을 놔두고 돌아가버리는 용심을 부릴 때가 있다,

그냥 이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혹은 이젠 괜찮지 않을까  행여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그러나 모든 것을 덮어두고 모른 척 하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라고 변명하고 싶다,

내가 잘 안다고 여기는 내 엄마의 섬뜩한 모습 혹은 정신 나간거 같은 모습이 순간 낯설어지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알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언제나 벽같은 아버지는 늙고 쪼그라들어가고 있고 어쩌면 지금 내가 가장 의지하는 배우자나 내가 든든하게 지켜줘야 할 내 아들도 언젠가 타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나도 그렇게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 뭘까 한 참을 생각해본다,

가장 가까운 존재

가장 잘 아는 존재

가장 의지 되는 존재

그래서 가장 알 수 없는 존재

그냥 내가 아는 걸 인정하고 모르는 건 새롭게 알아가고

또 그렇게 그러려니 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우리가 아는 이상적인 가족이란 언제나 화목하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웃고 미소짓고 걱정하고 그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도와준다,

언제나 다독이고 이해하고 배려한다,

우리는 그런 만화를 보고 책을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 가족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냥 가족이니까 남이 아니니까

가족이라고 묶이는 순간 그런 화목함은 저절로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했고

우리가족이 그런 이상적이지 않은 것은 내가 아니라 상대가 노력하지 않고 이상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당연히 가족이라면 따라와야하는 풍경이 우리에겐 없다는 것은 내탓이 아니었고

그건 왠지 죄스러움이기도 했고 불만이기도 했지만 그게 노력을 필요로 하고 간혹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다,

그냥 데면데면할 수도 있고 서로 서운 할 수 도 있고 목청을 올리며 싸울 수도 있고 속물스러움을 나누면서도 그려려니 하고 그러면서도 직설적으로 충고도 하고

누구보다 조심스러워야 하고 누구보다 진심이어야 하는게 오히려 가족이라는 걸

가족속에서 태어나고 또 가족을 이루고 살아온지 40년이 넘어서 조금씩 알아간다,

가족은 힘이지만 독이다,

잘 쓰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치명적이고 내게 든든한 뒷배경이지만 언제 그 힘이 나를 압도해버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가족관이 꽤나 비관적이고 냉소적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관계든 노력없이 애씀 없이 이뤄지는 건 없다,

하루하루 나이들면서 계속 꺠달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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