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흰‘을 읽는다,

어제와 그제는 드라마를 울면서 봤다.

두 가지의 매체가 묘하게 어울린다,

드라마에서 희자 이모는 어린 아들을 등에서 잃었다. 열감기를 앓던 아들이 희자 이모 등에서 죽었다.

정아 이모는 배속의 아들을 잃었다. 배가 아프고 힘들었는데 집안일도 멈출 수가 없어서 그렇게 잃었다

소설속에서 화자는 자기 이전의 언니를 생각한다.

여덟달을 채 못 채우고 급하게 나온 그 달떡같은 아기는 딱 한 번 제 엄마와 까만 눈을 맞추고는 그대로 길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이 ‘죽지 마라 죽지마라.. 라는 제 어미의 힘없는 소리였음을 그 아기는 알까

희자 이모의 아들은 제 눈이 마지막으로 감긴 곳에 제 어미의 따뜻한 등이었다는 것을 알까

정아 이모의 태어나지 못한 아들은 자기의 존재가 그렇게 기대되고 기대되었었다는 사실을 알까

낯선 곳에서 작가는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은 제 언니의 기억을 꺼내며 하나씩 하나씩 흰것들을 나열하기 시작한다

그건 참 한강 다운 일이고 죽은 언니에 대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하나의 씻김굿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애도되어야 한다. 슬퍼할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비로소 보낼 수 있다.

비단 죽음만이 아니다,

어떤 내 안의 사소한 감정 하나 경험치 하나도 충분히 알고 받아들이고 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찌꺼기가 남지 않게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쌓여서 내 안에 작은 만을 이루지 않게, 그 만으로 물길이 막히지 않게 그렇게 흘려 보내는 행위는 필요하다

작가는 어떤 무언가를 내 보내는 과정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어쩌면 상상일 수도 있는 달떡같은 아기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무언가를 씻어내고 있는 것이 이 소설 같다

드라마속 두 이모는 그들이 직면한 어떤 죽음도 제대로 애도하지 않았다

그 미완성의 애도는 그렇게 쌓이고 쌓여서 혈관을 좁게 만들고 마음속에 많은 모퉁이를 만들고 굽이굽이를 만들어서 물길이 약해지고 흐름이 끊어지게 되었고 마침내 그것이 나중에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누군가 내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있는 그 순간 터져서 , 마구 화내도 되는 사람 앞에서 터져서 다행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부럽다고도 생각했다.

 

흰‘에서 작가는 낯선 곳에서 낯선 생각을 이어나간다.

모두가 죽고 불타버리고 80년이전의 모든 것은 남은게 없는 도시에서 그때의 흔적들과 새로이 생긴 건물들이 이어진 묘하게 서로 섞이지 않은 경계선을 가진 도시에서 작가는 나와 이어진 흔적들을 생각한다

이질감도 있고 어울리지 않고 어색하지만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어떤 운명을 생각하고 그렇게 지금은 이물감이 드는 것이 또 다시 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알 수 없는 불안이 느껴졌다,

어느 순간 툭 하고 죽음이 나타날 것같고 무언가 막연한 불안감이 확 그 얼굴을 드러내지 않을까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이야기가 불안하게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자꾸 하얀것들이 등장하면서 알 수 없는 불안과 조급함을 느낀다.

그래도 책장을 넘기는 일은 멈출 수가 없었다.

 

 

“ 오래된 아랫부분과 새것인 윗부분을 분할하는 경계 파괴를 증언하는 선들이 도드라지게 노출되어 있다.

그 사람에 대해 처음 생각한 것은 그날이었다.

이 도시와 같은 운명을 가진 어떤 사람 한차례 죽었거나 파괴되었던 사람, 그을린 잔해들 위에 끈덕지게 스스로를 복원한 사람, 그래서 아직 새것인 사람 어떤 기둥 어떤 늙은 석벽들의 아랫부분이 살아남아 그 위에 덧쌓은 선명한 새것과 연결된 이상한 무늬를 가지게 된 사람 (31)

 

진눈깨비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레이스 커튼

새로 발아 바싹 말린 흰 베갯잇과 이불보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거기 그녀의 맨살이 닿을 때 순면의 흰 천이 무슨 말을 건네는 것같다. 당신은 귀한 사람이라고 당신의 잠은 깨끗하고 당신이 살아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잠과 생시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는 순면의 침대보에 맨살이 닿을 때 그녀는 그렇게 이상한 위로를 받는다.

 

 

각설탕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부서져본 적 없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내어 여기까지 걸어왔다. 꿰매지 않은 자리마다 깨끄한 장막을 덧대 가렸다. 결별과 애도는 생략했다. 부서지지 안항T다고 믿으면 더 이상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몇가지 일이 그녀에게 남았다.

거짓망르 그만둘 것

(눈을 뜨고) 장막을 걷을 것

기억할 모든 죽음과 넋들에게 자신의 것을 포함해 초를 밝힐 것

 

침묵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 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

 

작별

죽지마 죽지 마라 제발

 

말을 모르던 당신이 검은 눈을 뜰고 들은 말을 내가 입술을 열어 중얼거린다,

백지에 힘껏 눌러쓴다, 그것만이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믿는다.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우리 삶에는 죽음이 함께 있다.

삶과 죽음은 무자르듯 딱 잘라서 여기까지 라고 경계를 지을 수 없는 게 아닐까

연결되었다고 할 수도 없지만 다르다라고 할 수도 없는 무엇

우리 주변에는 어디나 죽음이 있고 내 기억에도 죽음이 있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내 마음도 있고 죽음을 기다리는 내 마음도 있으며 그것을 회피하는 나의 방어기제도 있다

내가 기억하는 죽음 내가 가야할 죽음이 내 삶과 늘 함께 한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이 결국 삶이라면 그 죽음 그들 사이에도 삶은 존재할 것이다.

작가는 낯선 곳에서, 죽어버린 누군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죽음이 죽음이 아니라 삶으로이어졌더라면 혹시 없었을지 모르는 제 삶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에게 예전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죽지마라 제발...

이제 그가 작가에게 들여준다,

죽지말아요...

작별이 있어도 인생은 계속된다.

 

삶이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뚝 하고 죽음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은 슬픔인 동시에 행복이다,

삶을 생각하는 순간에도 죽음은 늘 존재한다.

작가는 자기 삶을 이어가며 죽음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울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끝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경계도 희미하다. 다만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기에 두려워할 뿐이다,

세상의 모든 하얀것들을 떠올리며 어떤 죽음을 이제는 이 세상에 부재하는 무언가를 애도하는 과정에서 나의 삶을 생각하고 죽음을 셍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는동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다시 첫장을 편다,

이제 다시 조급해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책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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