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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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산문은 언제나 옳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의 목소리가 자동 지원된다,

책을 통해 알게 된게 아니라 빨간 책방이라는 팟케스트로 알게 된 작가라 그의 글보다 그의 목소리가 더 익숙하고 말이 더 와 닿았다,

매끈하고 완벽한 일타강사같은 이동진과 짝을 이루어 어눌하고 소심하고 늘 ~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말투로 할말은 다하는 그의 말이 좋았다,

 

나는 김연수의 산문도 좋아하는데 김연수의 산문은 치즈안주와 마시는 맥주같다면

김중혁의 산문은  쫀드기를 구워서 먹는 맥주맛같다,

꼭 몸에 좋은 것도 아니고 영양이 풍부한 것도 아니지만

왠지 끌리고 자꾸 손이가고 그러다가 안먹으면 또 잊혀지지만

다시 슈퍼를 가면 습관적으로 집어오던  쫀드기 같다고 하면 실레가 될까?

 

그의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를 읽으면서도 참.. 참,,,, 뭐라고 표현할 길 없는 즐겁기도 하고 키득거려지기도 하면서 동시에 숙연해지는 기분을  이번 산문집에서도 느껴본다,

내가 아는 노래라고는 형도니와 대주니 밖에 없었지만 뭐랄까  음악을 다운받아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행동이 위로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죽으려는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나는 '위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위로'의 '로;는 애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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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그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눈물을 닦아주고 그의 등을 토닥인다, 어떤 에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에술가는 방안으로 들어가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체온을 느끼게 해준다, 어떤 예술가는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지만 바깥에서 이렇게 외친다 "놀자~" 나는 아직까지 방안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어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등을 토닥여 줄 자신이 없어서 밖에서 같이 놀자고 소리를 지르는 쪽이다, 언젠가 나도 방 안으로 들어갈 때가 있겠지만 아직은 밖에서 불러내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 울고 있는 게 마음 아프지만 바깥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그렇게 즐겁기만 한 곳이 아니란 걸 안다, 세상이 무서운 곳이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사람도 필요하고 직접적인 윙로가 필요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직접적인 위로를 하려고 한다면 아마 세상은 재미없게 변하고 말 것이다, 열심히 놀면서  '아, 세상은 이렇게 재미있는 곳이었지'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에술가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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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빈수레처럼 요란하고 덜컹거리는 그에게서도 가끔 이렇게 투박하지만 따뜻한 위로가 느껴진다, 세련되게 손을 내밀고 위로하진 않지만 그냥 12살 소년처럼 무뚝뚝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조금은 짓궃게 누군가의 아픔을 잠시 잊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게 해주는 그런 위로를 해줄 거 같다, 때로는 그런 것도 필요하니까,

 

모든 작가는 각각 하나의 완결된 세게이다, 생각과 문체와 문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이다, 그 세계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지만 그 세계에다 등수를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 수많은 작가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작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의 세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설이 그저 이야기일 뿐이라면 그래서 누군가 밤새 들려주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세상에는 단 한명의 작가로 충분할 것이다, 도스토엡스키와 레이먼드 챈들러와 스티븐 킹과 미야베 미유키는 모두 다른 글을 쓰지만 세상에는 그 모든 세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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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렁크 속에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들을 다시 넣다 보면 효율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입지 않은 스웨터 입지 않은 속옷 보지 않은 택도 트렁크에 필요하다, 사무실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씩은 꼭 있듯 예비 명단에 포함되어 긴 여행길에 오르지만 잔디도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이 있듯  전자제품과 함께 들어있는 수많은 전원 어댑터 중 한 번도 쓰지 않고 버리는 종류의 것이 있듯  때로는 부피를 줄일 수 없는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짐이 커지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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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견뎌내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견딘다, 시간의 속도를 더디게 만들기 위해 필름 속에다 컴퓨터 속에다 풍경을 담는다, 우리는 소설을 쓰고 읽으며 시간을 견딘다, 소설 속에 거대한 시간을 담아 시간의 처음과 끝을 파악하려 애쓰고 시간을 되돌리고 빨리 흐르게도 하며 시간의 민낯을 보려 애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견딘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모습과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를 화면 속에서 보며 우리의 시간을 잊는다, 그렇게 견딘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견딘다, 아니 이 말은 조금 수정해야 할 것같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 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에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 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

 

사람의 삶에는 다양한 무용함이 필요하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필요없는 물건도 어딘가에는 꼭 두어야 하고 그저 단 한명의 독자를 가진 소설가도 필요하고 단 한명의 청자만을 가진 음악도 있어야 한다,

그 하나의 소설과 음악이 없을때  혼자 외로워하고 아파할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도 존중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나에게 혹은 다수에게 무용하다고 그것이 쓸모없고 없어야 마땅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의 가치를 가진다,

우리가 견뎌내는 지금의 허무한 시간들

이미 물건은 없어져버린 설명서  예전에 쓰던 핸드폰의 배터리 다 풀지 못한 문제집의 답안지

이미 헤어진 애인에게 받은  꼬깃한 쪽지 같은 것들이 무용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디에 쓰임이 없더라고 그것들이 가진 가치가 있고 기억이 있다면 언제나 유용하다,

........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김중혁에게 그런 믿음을 이해받는 기분이 든다,

 

오늘 저녁에도 쫀드기랑 함께 목넘김이 좋은 맥주 한잔 마시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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