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대상을 향해 전달되는 상방향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일방적으로 한 쪽이 말하고 한쪽이 듣는 것이라도 상대가 있어야 완성된다,

비오는 날 중 염불하듯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의사소통이 아니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대상이 원하는 것 알고 싶어하는 것 관심있어하는 걸 생각해야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도 괜찮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보아야 내 말이 허투루게 사라지지 않고 상대에게 가서 닿는 것이다,

 

학교 선생님이 학부모를 상대로 짧은 이야기를 한다

학부모는 2.3학년 학부모들이고 잠깐 학교에 봉사하러 온 학부모를 상대로 감사 인사와 함께 학교 소식을 알려주는 아주 간단한 자리이다,

그 자리에서 교사는 1학년의 자유학기제에 대한 이야기. 학교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이야기

그 다양한 활동들이 생기부에 어떻게 반영되며 그것이 어떻게 특목고를 가는 스펙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학부모 중엔 형제자매가 있거나 입학 예정자가 있어 1학년의 활동이 궁금할 수도 있고

아직 2학년이면 특목고를 가기 위한 준비에 관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미 한 학년의 절반이상이 지난 2학기 중간에  2. 3 학년 학부모에게는 별 관계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미  준비가 끝난 것이고 일반고를 가는 학생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말들이다,

차라리  고입에 대해 아직 정보가 없을 수 있는 학부모에게 일반고 설명회가 있을 거라는 말이나

남은 학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거라든가 하는 걸 말했더라면 좋았을텐데 .. 란 생각을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우수한 아이들을 이야기하면 저절로 우수한 학교가 된다고 믿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한 학교에서 특목고를 쓰는 아이는  소수다,

10%정도가 될까 많아야 15%?

대부분 평범하게 일반고를 가고 평범하게 대학걱정하는  대책없이 해맑고 건강한 아이들인데

간혹 교사들은 특목고를 위해 얼마나 학교가 노력하는가에 목청을 높이고 얼마나 많은 진학율을 가졌는지를 강조한다,

집단에서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거나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를 위해 다수가 소외되는 기막힌 상황이다,

교사는 대상인 학부모가 듣고 싶은 말보다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게 더 자신들을 돋보이게 하고  자랑스러운 이야기이다,

물론 학교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대상을 잘못 골랐다,

시기를 잘못 골랐다,

입학식에 모인 신입생 부모에게는 충분히 어필되겠지만

이미 아이를 학교에 보낸후 막바지에 달하고  내새끼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고 학교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는지 눈치 빤한 학부모 앞에서 특목고를 위한 준비나 비전따위가 무슨 상관이랴,,,

대상이 듣고 싶은 걸 말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것

이건 의사소통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우수해서 특목고정도는 쉽게 가는 자식을 두지 않아서 꼬아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어 이것저것 맘에 안드는게 많아서  지적질만 늘어나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 그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의 짧은 말은 영 아니다,

대상도 잘못 골랐고 시기도 잘못 골랐다,

적어도 누군가를 모아놓고 한마디쯤 해야할  경우가 많은  사람은

내가 말을 해야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그들이 듣고 싶은게 뭘까? 알고 싶은 게 뭘까를 잠깐이라도 고민하면 좋겠다,

학부모를 모아놓고 잠깐 감사인사겸 하는 말에서도 그렇게 배려가 없는데

1등부터 꼴찌까지 다양하고 많은 아이들에게는 과연 배려가 있을까 싶은

꼬인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머리를 싸매면서 시험지를 풀어내려는 녀석이나  받자마자 쓱~ 훓어보고 이름만 쓰고 잠드는 녀석이나 다들 귀한 자식이고 귀한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도 대부분은 소외되고 말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괜히 혼자 불쾌한 하루였다,

난, 너무 지적질만 하는 인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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