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생기는 이벤트는 즐겁다

가슴 설레고 쿵닥거리는 기쁨이 있다

늘 그렇게 놀이동산 퍼레이드처럼 행복하고 신하고 예쁜 것들이 가득하길 바라지만

사실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런 이벤트의 연속인 삶은 쉽게 지치지 않을까

그렇게 가슴뛰는 시간이 게속되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

어떤 모퉁이를 지나 이벤트를 만나거나 퍼레이드를 보거나 참가하는 게 즐거운건 다시 돌아갈 일상이 있다는 것이다,

삶의 계기가 되었다... 라고 말할 때 그 계기 같은 건 어쩌면 길고 긴 일상 사이에 끼어 있어서 비로소 그것이 어떤 계기였고 이벤트였음을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어떤 이벤트로 축제로 혹은 무언가로 충만한 마음은 그대로 마음에 넣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계기로 인해 내가 확 바뀌었다? 그건 아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럼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냥 하루하루 조금씩 먼지처럼 보이지 않게 변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가

긴 시간을 지내고 돌아보면 그때의 나랑 다를 내가 되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어떤 순간의 충격이나  사건으로 그 이전과 이후가 바뀌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시간이 쌓으면서 길게 돌아보면 아 붠가 바뀌었구나 하고 느끼는 것일게다,

별 일 없이 살고 변화없이 지루한 일상이라도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채워가면서 조금씩 시간을 내어 나를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진짜 주요한 것은 한 순간의 어떤 이벤트가 아니라 켜켜이 쌓아가는 나의 지루한 반복들이다, 일상이라는 것이다, 그 시간들이 어느새 반짝 하는 빛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그의 영화를 꽤 봤구나 알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 지 몰라 기적>  <걸어도 걸어도>  <동경 이야기> 까지 네편이나 봤다,

그의 영화도 그의 에세이와 비슷하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풀어놓으면서도 사람의 심장을 쥐었다 놓았다 한다

그건 어쩌면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닐지 모른다

그저 살아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사실 그대로 풀어놓으면 보는 우리는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아는 누군가를 발견하면서 이미 영화속 어떤 인물이 아니라 나 혹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을 보기 시작한다. 내 이야기는 언제나 내게 가슴시린 이야기이니까

 

 

.......그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이 너무 강하면 그 이면에 숨쉬게 마련인 그들의 일상이 소홀해진다, 그래선 안된다, 끝까지 일상을 풍성하게 생생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야기'보다 '인간'이 중요하다 이번에도 이런 관점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두 가족의 생활 속 디테일을 어떻게 쌓아가느냐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려 했다,

                                                                                               p7

 

영화도 스포츠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책으로 친다면 실용서는 아니다, 보고 기운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치있는 거라고 생각해도 좋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쓸데없는 것도 필요한거야, 모두 의미있는 것만있다고 쳐봐 숨막혀서 못살아"

                                                                                                  p 67

 

영화속에 그려진 날의 전날에도 다음날에도 그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줄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 그때문에 연출도 각본도 편집도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  121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상대의 대사를 들을 수 있는 힘이야 말고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임이 분명하다 말하는 히미란 우선 이런 듣는 힘이 있어야만 생긴다고 고키군을 보며 확신했다,

                                                                                                         p 139

 

영화는 남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감독인 신도 판사도 아니다, 악인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알기 쉬워질지 모르지만 반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이 이 영화를 자신의 문제로서 일상에까지 끌고 들어가도록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라는게 내 대답이었다, 

                                                                                                  p160

 

 

어쩌면 비굴하고 용기가 없어서 그렇게 보는 건지도 모른다는  시선을 감독은 조용하게 고백한다, 세상을 이렇게 바라봐도 되지 않느냐고 ...

그래서 일까 그의 영화 속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일상적이다,

착하다는 것 이 아니고 그저 무심하고 보통의 사람들이라는 거다,

보통의 사람이 질투를 하고 경쟁의식을 느끼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면서 이런 저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솔직하게 덤덤하게 보여진다,

그리고 그것이 가치를 보여줄 때가 많다, 아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그의 글도 그의 영화와 많이 닮았다.

어떤 큰 매력은 없지만 그저 덤덤하게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사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내가 좋게 본 영화의 감독이 좋은 사람같아 다행이다

시간 내어 그의 영화를 다시 찬찬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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