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아이들 - 제5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28
이선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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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에 대한 이야기가 떠들썩했을 때

무료급식이 아니라 선별급식이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던 이웃에게 무어라라고 할게 아니라 이 책을 권해야 했다,

적어도 밥 먹는 일은 누구와 누구가 달라서는 안되는 거 아니냐고

가난하니까 돈을 내지 않고 부자니까 돈을 내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이들이니까 함께 먹어야 하는게 아니냐고 버버벅대며 말하는게 아니라 책을 내밀어야 했다,

그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밥이라는 게 누가 돈을 내고 못내는 문제는 아니라고 말해줄 걸 그랬다,

김치에 김에 계란 후라이 하나씩 그리고 늘 먹던 된장찌게에 하루는 물을 더 붓고 하루는 된장을 좀더 넣으면서 하루는 멀겋다가 하루는 짰다가 하는 걸 떠먹더라도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작은 밥상에 엉덩이를 밀어넣을 수만 있다면 '함께 먹는"다는 것이 중요하지 "돈을 누가 내느냐"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한다면..

그건 더 설득력이 없을까?

다른 무엇보다 란이네 가족의 밥상이야기가 좋았다,

민성이가 오고 클레어가 오고 옆집 아줌마가 수시로 드나들어도 그냥 의자하나 더 두고 수저 하나 더 올리면 그만이다, 누군가가 몹시 아프고 추울 때 주전자를 올리고 설탕 한스푼 가득 넣어서 마시는 것 고작 그것뿐인데 누구나 그 집에서는 입맛이 돌고 몸살이 풀린다,

밥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그냥 함께 어깨를 맞대고 함께 밥을 먹고 등을 대고 누워 잠드는 것

란이에게 가장 부끄러운 부분들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게 좋았다,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소녀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꼬부라진 할머니

아무일도 하지 않고 상처받고 텔레비젼만 보는 남자

엄마를 보내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기다려야하는 조선족 소년

누구나 부러워하는 부유한 부모는 가졌지만 사랑대신 폭력과 방치를 받은 소녀

아프고 힘든 청춘들 이웃들 이야기에서 가장 와 닿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밥상 이야기다,

돈이 많건 적건 세끼 이상 먹는 거 아니고

화려한 요리를 먹건 멀건 죽이나 물말을 밥을 후루룩 넘기건 그건 결국 똥으로 나온다는 것도 같다.

가아끔 맛있는 밥상을 혼자 먹는게 맛없고 우울한 밥상을 함께 먹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음식은 혼자보다 함께가 더 맛있다.

어떤 고통이든  란이 할머니는 주섬주섬 상을 차리고 된장찌게를 끓이고 계란 후라이를 부치거나 물을 끓이고 설탕물을 타준다.

마음이 허한 사람에게 함께 먹는 밥은 무엇보다 좋은 치료제이다,

배우지 못하고 돈이 없는 할머니도  몸으로 그걸 알고 있다,

일단 밥을 먹고 배를 채우고 몸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행위자체가 위안이 된다는 것

 

어쩌면 위로는 아주 사소한 몸짓에서 시작된다,

어떤 이론을 알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보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등을 쓸어주고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는 것

생각보다 먼저 몸이 나가고  마음이  먼저 닿아 있는 것 그게 위로일 때가 있다,

가족이 아니라 식구라는 말

함께 밥을 먹는 밥상공동체라는 것이 나는 참 좋다.

어깨를 부딪치고 하나 남은 달걀 말이에 내적 고뇌가 담겨 젓가락이 허공을 헤매고 있을 그런 사람들의 멈칫거림과 과감한 몸짓이  섞인 한상의 밥상

그것이 화려한 언변이나 구조적인 제도들보다 더 필요한 것이다,

내 밥상에 기꺼이 수저를 하나 더 놓고 공깃밥을 하나 더 올려놓는 배려와

남이 가져간 마지막 계란에 그 마음을 먼저 헤아려 주는 공감과

초라하다고 멈칫거리지 않고 당당하게 내놓고 받을 줄 아는 용기가 더 좋다,

 

삶은 동사의 연속이다,

먹고 자고 이야기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걷고  뛰고 부딪친다,

종일 앉아 엉덩이로 이겨내며 머리로 집을 짓는 일보다 몸으로 부딪치고

음식으로 위로하는 일

그런 동사의 삶이 지금 내게도 필요하다,

내가 하는 행동은 위로가 될 수도 있지만

내가 하는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므로...

 

그래서 나는 먼저 움직이고 모듬어주는 란이네 가족과 이웃이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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