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보면 순간 반짝이는 때가 있다,

사실 그 순간에는 이것이 반짝임인지 무엇인지 모른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돌아보면 그 순간이 반짝이는 순간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하고 영영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순간의 반짝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 삶의 한순간 반짝임을 겪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이야기한다,

 

지구반대편 너무 복잡해서 한 번 들어서는 도저히 발음할 수 있을 것같지 않은 마을에서 단체관광객이  반정부 게릴라의 습격을 받아 납치가 되었다, 모든 작전이 끝나고 결국 납치범도 인질도 모두 죽음으로 마무리되는데 이후 그때 납치된 인질들이무언가를 낭독한 것이 발견된다,

인질로 잡혀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은 자기가 경험한 반짝이는 순간에 대해 글로 적어 발표를 한다,

사실 극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그들 중 몇이나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반짝이는 순간에 대해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그리고 어떤 막연함이 삶을 돌아보게 하고 삶속에서 잊고 있던 한 순간을 기억하게 하고 그 순간이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보니 반짝하고 빛나던 순간이라는 걸 알았거나 삶의 어떤 모퉁이였음을 알게 된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특별한 것도 극적인 것도 아니지만 그 본인에게는 그 일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는 어떤 모퉁이였음을 알게 된다,

 

주인공들은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혼자 철공소를 보며  여러가지 상상을 하는 소녀

불량 비스켓을 가져와 괴팍한 노인네와 함께 시간을 갖는 처녀

우연히 여러가지 독특한 모임에 참여하게 되는 출판교열자

등교길에 만난 조잡한 인형을 만들어 파는 노인과 공감하게 되는 소년

어느날 이웃집 딸과 함께 낯선 음식 콩소메를 함께만드는 경험을  혼자만 간직하는 소년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청년을 따라가 창던지기를 관람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던 여자

돌아가신 할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여자

아르바이트가 끝나는 날 단골에게 받은 꽃다발을 들고 돌아가는 청년

그리고 어린 시절 만난 일본인과의 경험을 기억하는 병사

그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에게 한 순간 반짝하는 순간이 왔다,

그 순간은 엄청나게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대단한 반전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몇몇은 그 순간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찬찬히 자기의 속을 들여다 보며 되집어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때 나는 어떤 강을 건넜구나

이제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기진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미세하게라마 나는 달라렸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건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은 순간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위로한 순간이기도 하다,

상대가 알지 못하지만 혼자 위안받고 자기를 돌아보기도 한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그런 삶의 지점을 기억나게 했을 수도 있다,

그저 어제같은 오늘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중이라면 내가 모퉁이를 언제 돌았는지 언제 반짝하는 빛이 있었는지조차 되돌아 볼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냥 그때가 좋았엇지 하는 건 있어도 그때 그 반짝거림을 찾은 적은 없다,

몹시도 외롭고 서러워도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 살아간다는 게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그 순간을 찾아보고 싶다,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하고 토닥거리는 순간이 반짝이는 순간이기도 할것이고

이제 뭔가 강을 건너버렸다는 느낌, 방금 전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버린, 훌쩍 자라버린 낯선 나를 느낄때가 그때 이기도 할것이다,

 

 

개인적으로 메아리 비스켓이랑 창을 던지는 남자를 바라보던 여자 이야기가 좋았다,

비스켓 이야기는 나와 전혀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고 공감해나가는 이야기여서 좋았고

창 던지는 남자 이야기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어느 날의 하루가 나에게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조금 다른 시각이 좋았다,

화려하고 극적이지 않아도 조금씩 내 속에서 찰랑거리는 물결을 느끼는 것

오롯이 나만 느끼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작가 오가와 요코는 사람의 마음을 참 세심하게 만져준다

<박사가 사랑하는 수식>에서도 그랬듯이 자분자분 사람을 관찰하고 따뜻하게 품어주는 느낌이랄까.. 별 것 아닌것에도  눈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 줄 줄 아는 사람일거 같다,

 

별 것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오래 품고  들여다 보며 기운 낼 수 있는 무언가

그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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