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어릴 때 촌에서 자랐는데요. 집에서 기르던 송아지 한 마리만 팔아도 그 어미 소가 밤새 울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게 시끄럽다거나 하지 않고, 다들 소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유족들에게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슬픔의) 기한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눈물이 멈출 때까지입니다.”

              - 김제동 -

 

 

저 말을 처음 인터넷으로 접하고는 역시.. 김제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닫고 나서 저 말이 다시 떠올랐다.

슬픔의 기한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잃고 누군가가 죽어버리고  남은 사람들이 비탄하고 애도하는 기간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타인의 눈에는 너무 질질끈다 싶을 수도 있고 너무 매정한게 아닌가 싶게 쉽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눈에서는 더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더라도 내내 절절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도 있고 그 절절함이 겉으로 드러나 도저히 일상을 견디기 힘든 사람도 있다.

 

책을 시작하면서 도데체 이건 무선 이야기를 하려는건가 싶었다.

내가 들은 첵 소개로는 저자가 아내가 죽고 난 뒤의 감정을 거의 5년이 지난 뒤에 써낸 최초의 작품이라는데..  엉뚱하게 기구 이야기가 나온다.

하늘로 올라가는 기구

내가 사는 곳을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게 되는 도구

내가 발을 딛고 선 그 곳을 또다른 높에에서 바라보는 도구

하늘로 올라갈 때는 마음대로 올라갈 수 있지만 내려올 때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발란스를 떨어뜨리고 가스를 조정하고 아래 무엇이 있는가도 살펴야 한다.

사람이 살면서 내 멋대로 할 수 잇는 일과 되지 않은 일 어떤 것이 더 많을까?

 

기구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기구에 탔던 사람들의 삶과 사랑에 대해 꾸역꾸역 읽으면서  어디서 죽음이 ... 이별이 나오는지 기다렸다.

드디어 세번째 이야기에서 절묘하게 이야기는 연결된다.

애도와 비탄은 내가 내 감정이 정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서고 사실 엄마가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살뜰한 부부도 아니었고  지독한 시집살이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남편 철철이 돌아오는 제사와 행사들 할머니 돌아가시고 처음 떠나 본 부부여행등등 내 기억으로는 아빠는 엄마의 그리운 그 사람이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암치료때 아빠가 보여준 이기적인 건강욕심과 그 후의 무심하고 자기중심적인 행동들 그리고 변하지 않은 가족사랑 (자기 친가쪽의0 그리고 마지막 재발과 악화로 인한 고생등등

어쩌면  돌아가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이제 홀가분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이제 자유로울수 있는 거 아닐까

엄마도 이미 70을 넘긴 나이지만 이제는 조금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엄마는 매일매일 우셨다.

삼일장동안도  너무 미망인답지 않게 말도 잘하시고 손님도 잘 챙겼던 분이 모든 일이 끝나고 혼자 남겨진 순간 그렇게 낯설게 울기만 하셨다.

창밖을 보아도 눈물이 나고 텔레비젼을 보아도 울음만 나고 남은 감정은 미안하고 아쉬운거밖에 없다는 말이... 사실  나는 몹시 낯설었다.

나도 아버지를 보내고 문득문득 밀려드는 감정에 무릎이 꺽이고 목이 매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나는 아버지의 딸이었고 애증을 나눈 사이라기보다는 그래도 애정을 받은 사이였으니 그랬다고 생각을 했다.

혼자 계신 분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에 전화를 하면 늘 마지막은 울음이고 나도 곧 죽고 싶다는 말뿐이고 자식은 다 소용없다는 말뿐이어써 그 전화조차 점점 사이가 벌어졌다.

사람인... 두개의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어쩌면 두 분은 서로 욕을 하고 미워하고 저주를 퍼부으면서 우리가 둘이어서 이렇게 존재하는 거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책장을 덮으며 너무나 무지하고 단순하고 멍청한 나에게 조용히 욕해줬다.

책을 읽으면 무엇하나..... 아는 게 늘어나면 무엇하나...

눈뜬 장님이고  속빈 강정이고 헛똑똑인인것을....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간지르우니 우리네 정이라고 하자

정이란 놈은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미운만큼 원망이 컸던 만큼 애도의 기간이 탄식의 기간이 길어지리라...

자식들 자 짝지워놓으면 다 자리잡으면 이혼할거라고 다짐했던 엄마는 결국 그 때가 오자 암에 걸린 아빠를 덜컥 맞게 되고 그렇게 다시 자유를 꺽고 15년을 사셨다

그 애도의 깊이를 내가 안다고 하는 것은 오만일 뿐일것이다.

어쩌면 엄마도 내성적이고 수줍은 아빠를 이미 나보다 먼저 알아봤을 것이고

미워하고 미워하며 쌓은 정 사이에  더 어찌 할 수 없는 애정이 켜켜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저 바다 건너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외국 중늙은이 작가의 절절한 글에서

나는 내 엄마를 본다.

 

 

 

그리고 이제 떼를 그만쓰라고 헛소리하는 그들이 이 절절하고 아픈 애도의 마음을 알기나 할지 ..

그들에게 읽어보라고 .. 이해좀 해보라고 한들....

우리 반스씨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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