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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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의 책을 읽고 드는 느낌은 그랬다.

종이에 쓰윽 베인 느낌..

앗 따끔해서 쳐다보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선으로 피가 베어나온다.

순식간이라 어... 하며 무심하게 들여다보면 조금씩 통증이 느껴진다.

강하게 실감할 수 없게 조금씩...

너무 가는 선이라 잊고 있다가 내버려두면 그 가는 선이 벌어지면서 아리고 쓰리다.

무심하다가 순간 느끼는 통증처럼  그녀의 작품들은 그냥 무심하게 책장을 훌훌 넘기게 한다.

키득거리고 아하 하고 한숨을 쉬면서 책장을 다 넘기고 나면 뭔가 아릿하게 통증이 남는다.

종이에 베인 상처처럼...

 

사실 그녀의 작품을 몇번 읽으면서 많이 아리까리 했다.

재미있다. 감동적이가 그리고 끝이 개운하게 끝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래서 어쩌라고... 세상이 이렇게 동화처럼 잘 마무리되는 건 아니잖아... 하는 반발심이 들기도 했다.  청소년 소설이니까 동화니까 뭔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다문화 가정의 빈곤한 소년이야기나 (완득이) 왕따와 자살문제 (우아한 거짓말) 나름의 상처를 지닌 청소년들의 이야기 (가시고백) 그리고 공개입양된 소녀의 딜레마들(내마음에 해마가 산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콕 집어서 정말 문제시 될 소재를 흥미있게 긴장감을 늦추기 않고 풀어내는 능력은 정말 높이 사지만.. 그 결말이 이렇게 항상 무난할 수 있을까 하는 심통이 들었다.

심통 맞다. 안그러면 어쩌란 말이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으니까,...

암튼 그간 작품들이 콕 집어낼만한 단점은 없었고 나름 너무나 집중해서 읽었다지만 뭔가 자꾸 아쉬웠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청소년 문학이 아니라고 했다.

그녀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될거라고 했고 그녀의 문학의 새로운 집대성이 될거라고 광고를 했다.

어쨌든 믿는 작가니까 사서 본다.

몰입도는 여전하다. 치고 탁구게임처럼 지치지도 않고 치고 빠지는 대사도 여전하다.

다만 성인용답게 폭력이나 섹스표현의 수위가 높다보니 조금 이질감도 든다.

꽤 호감을 가진 연기력도 좋은 아역배우가 성인연기를 하는 걸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모두가 좋다고 하니까. 좋을거라도 믿으며 책장을 덮는다.

뭔가 내가 모르는 좋은 점이 있을 거라고... 주인공에 깊이 파고 들어가서 썼고 이제 40대가 되면 사랑의 낭만이나 환상이 없을 만큼 이처럼 칙칙하고 무미건조하면서도 블랙홀에 빨려들듯 미친듯이 빠져드는 사랑이 있다는 것도 안다.

육체적인 문제가 저급하고 손가락질 받을 것도 아니고 가장 자신에게 충실하고 솔직한 표현일 수 있다는 것.. 간혹 그런 행위들이 위로가 되고 평안을 준다는 것도 안다.

 

몰라. 그냥 좋아 처음으로 내것이었으면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가졌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 또 그렇게 나를 가졌으면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기까지 사십육년이 걸렸다.   P124

 

출판사와 작가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그런데... 이것도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하는 느낌이 떨쳐지지 않는다.

정수현이 죽고 나서 그가 죽은 저수지로 영재와 도하가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부터는 너무 지루하고 불필요했다. 상여위에 거꾸로 앉아서 지휘할만큼 영특하고 기가 센 영재지만 모든 걸 알았다고 할때는 맥이 탁 풀렸다.'이건 아니잖아.

그냥 정수현의 행동에 당위성을 붙이지 않으면 그만 나쁜놈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것 처럼 괜치 뭔가를 붙여서 더 도드라지고 문제처럼 보이게 하는 거였다.

이책을 다시 한번 더 읽으면 나도 또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수현이나 영재

지금의 나는 그들이 전혀 공감이 되질 않는다.

도하정도는 매력적인 인물이고 어쩌면 수현의 아내를 주인공으로 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게 매력이 있긴 하지만 주인공은 조금 아니었다.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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