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남의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사실 겉으로는 무심한 척 남의 일에 관심없어하지만 사실 너무너무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남들이 하는 뒷담화를 듣는 것도 좋고 나랑 하등 관계없는 사람의 이야기 심지어 버스에서 옆에 누군가 하는 이야기에도 귀가 쫑긋해지는 사람이 나다.

무슨 이야기든 주워듣고 담아놓고 또 주워담는 걸 좋아하는 게 나다.

하지만 맹세코 남의 뒷담화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난 말하기는 젬병이고 듣기만 발달한 모양이다.

내가 말하는 건 귀찮아서 싫어죽겠지만 누군가하는 이야기는 너무너무 재미있다.

약간의 욕설이 섞이고 비속어가 섞이면서 흥분되어 침이 마구마추 튀어나오는 이야기는 더 더욱 재미있다.

그래서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한때 소설은 유치한 한가한 사람만 보는 부류라고 생각하곤 했다.

난 절대 소설은 사서 읽지 않아

소설은 별로 보지 않아..

하는 사람들 앞에서 괜시리 기가 죽어서 나도 아닌척 하고 우아떠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도 여전히 소설이 좋다.

누군가의 이야기 내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는 즐거움..

어쩌면 조금 변태적인 취미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간다는게 참 좋았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나 잠들기 전 상상을 한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들켰을까? 본인한테 가서 말을 했을까?

낮에 읽은 소설 한대목을 가지고 오만가지 망상을 펼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들었던 혹은 엿들었던 이야기가 끝도 없이 가지를 치면서 나를 잠못들게 한다.

나도 안다

이런 망상이 살아가는게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는 것

그렇다고 내가 소설가가 되거나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한때 그런 꿈을 꾼적도 있었고 재능이 있다고 착각한 적도 있었고 지금도 미련이 남았지만

이상하게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 느끼는 야릇한 흥분이랄까 묘한 짜릿함은

텅빈 노트나  노트북의 푸른 화면앞에서는 막막한 절망으로 변한다.

혼자 듣고 혼자 마구마구 뻣어나가는 망상은 너무너무 재미있는데 그리고 너무 쉽게 뒷 이야기가 이어지고 뻣어나가는데

막상 빈 종이 앞에서는 앞이 깜깜하고 아는 이야기가 글로 되어 나오면 그게 아니다.

그 짜릿하고 재미진 이야기는 다 어디가고

딱딱한 문체랑 어디서 많이 본듯한 연결들만 남아있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전생에  소리꾼이나 이야기꾼을 따라다니던 어떤 집 종년이 아니었을까

손끝은 굼떠서 늘 사고만 치면서 다행히 좋은 주인을 만나 별탈없이 살면서

틈만 나면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참견하고 재미진 이야기를 따라다니다가 제 할일도 못하고 앞가림도 못하는 조금 칠칠맞고 그래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종년이 아닐까

막상 많이 듣고 좋아하면서도 그걸 남에게 풀어내지는 못하고 속에서만 끙끙대고 파도치고 있는 한심한 어린 아이.. 그게 나였을거 같다..

 

올해는 소설을.. 남의 이야기를 많이 읽자고 결심하고 왠만하면 소설 위주로 읽고 있는데

왜 내가 진작 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나 싶을 만큼 재미있다.

괜히 남의 눈치 보면서 소설은 별로.... 하는 허식을 떨지 않고

문학이든 통속이든 로맨스든 뭐든 닥치는대로 읽고 있는게 즐겁고 행복하다.

세상에는 나쁜 이야기나 소설은 없다.

어떤 삼류라도 나름의 진정성은 있었다.

삼류 소설을 쓰는 작가도 문학성 대단한 대 문호만큼이나 절절하고  뼈를 깍아가며 쓴다고 본다.

모든 글들은 다 소중하고 귀하다

누군가의 험담도 푸념도 내겐 너무 귀하고 재미있고 가치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재정이 빡빡하지만 지금도 계속 장바구니에 남의 이야기들을 담으면서 혼자 좋아 죽겠다..

아.. 돈벼락이 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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