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대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유행가의 교훈이란 이런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물론 더 좋은 것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다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아무튼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좋아하자.

....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최고의 삶이란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리라. 물론 가장 좋은 삶이라는 건 매순간 바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제대로 산다면 옛날 좋아했던 유행가를 들을 때처럼 특정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경험들을 많이 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아마도 어른들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공부하라고 말하는 때의 그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던 그 일을 할것이다,이건 지금의 나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인생은 왜 이다지도 긴 것일까 그 이유는 긴 인생의 눈으로 조망할 때에만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하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그건 다 뻥이다. 애들은 싸우면서 서열정하는 법과 복종하는 법을 배운다. 아마도 어른들은 자란다는 것은 질서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없이 펴든 책에서 날카로운 송곳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무심코 집은 책에서, 그냥 설렁설렁 눈으로 훓어가다가 한구절에 마음에 와서 콱 박혀버리는 순간.. 사실 다시 돌아가 읽어보면 별 말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순간 그 구절에 내게 와서 꽂혀버렸다는 건 내가 감추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내 가장 약하고 부끄러운 부분과 맞아떨어졌기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때 벌떼처럼 몰려서 누구나 손에 들고 인용하던 하루끼를 부끄러운 말이지만, 읽지 않았다.

처음 나왔던 노르웨이의 숲을 손에 들었지만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그의 문체가 자꾸 겉돌기만 했다. 세련되고 현대적이고 감각적이라던 그의 글들이 촌스럽고 고지식한 나에게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의 단편들이나 소소한 에세이는 열심히 많이... 아마 전부 읽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그의 단순하지만 경쾌하고 쿨한 사고방식이 어떤건지 알았고 작가이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샐러리맨처럼 시간을 정해 글을 쓰고 요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는 생활방식도 맘에 좋아하게되었다. 흔히 작가라고 하면 날밤을 새고 쬐죄죄하고 헝클어진 머리를 가진 종류라고 생각하고 반듯하고 시계추같은 생활은 절대 하지 않을거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라는게 나름 나에게 충격이었다. 그리고 아.. 반듯하고 성실한 사람이 뭘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하루키가 생각났다. 그의 달리기에 대한 몇몇 책들과 해외거주시 썼든 에세이들 일상생활에 대한 담담한  소감들을 쓴 글들이 자꾸 오버랩된다.

그렇다구 누가누구를 따라하고 모방했다는 생각이 든건 아니고 이 지구상에 바슷한 사람도 많ㅇ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도 만히고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구나 했다.

그리고 그의 몇몇 문장들이  이유없이 내 속살을 찔러대고 있었다.

저 위의 구절이 어째서 나를 찔러대는건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래 그랬지 하는 공감도 있었고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을 단순하고 경쾌하게 진단해주는 경우도 있었고 내가 생각하면서도 뭐라고 표현하지 못한 걸 쉽게 글로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그것뿐인것이 약해있는 나를 찔러 상처주고 있었다.

원래 체력이 떨어지면 감기도 쉽게 걸리고 쉽게 상처입고 쓰리지는 법이니까

우연히 나랑 같은 동네에 사는 어떤 젊은 (이제 젊다고 할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내가 다녔덨 곳을 이야기 하면서 내가 고민하고 혹은 고미하는 지도 모르면서 힘들었던 어떤 문제에 대해서 경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샘나고 속상하고 부끄러운거였던거 같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이 작가의 소설은 읽은게 없고 이런 에세이만 두권째 읽고 있다.

이제 조금씨 소설을 찾아봐야겠따는 생각이 든다

왠지 하루끼때와는 달리 조금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끌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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