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가 이름만을도 책을 고른다면 당연히 이 이름이 아닐까

"구병모"

 

 

드디어  "고의는 아니지만"을 다 읽었다.

내내 찜찜하면서도 감동한다. 아니 감동이라는 말은 틀렸다.

뭐랄까 이 작가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하다.

현실을 상황을 우리의 일상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이렇게 비틀어볼 수도 있는거구나  계속 감탄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왜 첨 샀을 때는 이 책이 그렇게 넘어가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금 이렇게 잘 넘어가는 이유는 뭘까?

 

그의 글속에는 현실이 우리의 일상이 아닌 것이 없다.

비유가 사라져버린 언어의 도시. 늘 뭔가를 공평하게 해야하고 아이들 모두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며 강박증에 갖혀버린 유치원 교사 육아가 너무나 고달픈 엄마. 곤충으로 변하는 성폭력자 등등

내가 일상을 살면서 한번은 스쳤던 생각들 순간순간 느낀 분노 절망이 이 책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절망했다. 아이는 육아책에 등장하는 메뉴얼대로 절대 진화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하면서 내가 어디가 부족한가 모성이 부족한가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닌가 ,,,, 끊임없는 죄책감이 시달렸다. 그리고 나의 욕망과 상반되는 육아법들은 끊이없이 내 안에서 충돌하면서 죄의식을 만들고 내 속을 갉아먹어갔다.

"어떤 자장가"를 읽으면서 나는 이상한 위로를 받는다. 나만이 아니다.

적어도 난 아이를 세탁기나 오븐 냉장고에 넣지는 않았다,

어두운 방에 그냥 내버려둔 적도 있었고 아이가 눈을 떠서 혼자 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가 울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몸이 피로하다는 이유로 그냥 모른 척 한 행동들은  이 여자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혼자 위안했다.

그리고 나도 이 여자처럼 아이를 사랑했노라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선명하게 체득하게 되는 것

진짜 상처를 주는 사람은 선한 사람들이다. 착한사람의 착한 행동은 우리가 뭐라고 욕을 할 수도 없다. 그저 그 행동과 비교되어 내가  조금 더 나쁜 사람이 되고 내가 이상하고 불만이 가득한 사람이 될 뿐이다. 내가 논리적이지 못해서 지식이 딸려서 반박할수도 없지만 그러면서도 억울함이 하나구석에서 스멂수멀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그 착한 사람도 상대적으로 악한 나도 "고의는 아니었"다. 아니었을 것이다.

"고의는 아니지만"의 유치원교사 f처럼 항상 공정하고 누구라도 상처없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쓸 뿐이었다.

이러이러한 일들이 공정하고 누구에게나 불평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거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그 공정함이 주는 냉정함 무심함이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종이 모서리에 베이는 느낌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는 새 상처가 생기고 붉은 피가 배어나온다. 내가 아픔을 느끼는 순간은 이미 피가 주르르 흘러내리는 순간이다. 상처가 생기는 그 순간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상처를 가진다.

사실 F가 잘 못한건 아니다. 하지만 그 공명함이 선함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모른다. 난 늘 아이들을 사랑하고 공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순간 힘든다는 것 그리고 내 사비를 들여서가면서 나는 노력하고 있다고... F는  그렇게 항변할 자격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받는 상처가 가치없거나 잘못된 것도 아니다. 공정함이라는 이름으로 대항마저 할 수 없는 아이들은 마지막 F의 불운앞에서 "미농지같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누구를 탓할것인가...

세상에 사람들이 부대끼면서... 더구나 배경도 다르고 개성도 다른 사람들이 부딪치면서 어떤 억울함도 부당함도 없는 인큐베이터 속같은 무균질의 사회란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어디선가 누군가는 상처받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 감정선들으르 그렇게 드드럭 박아버리는 일도 옳지는 않았다. 그렇게 감정을 죽이는 것이 살아가는데 부당함을 받는 것이라 믿고 밀어버린다. 그로인해 우리가 잃어야 하는 것 그런것 까지 헤어리는 여유가 없을 것이다. 언제나 후회는 나중에 문이 닫히는 순간 쑤욱~ 들어오는 법이니까.

 

그래서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를 서서히 고문에 익숙하게 만드는 이 사회에서 "조장기의 그 학생처럼 모든 나의 불행이 오로지 나만의 책임이고 나만의 문제로 귀착된다. 내가 못나서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차라리.. 불행의 냄새를 풍김으로 새들의 공격대상이 대기를 갈망하게 되는 이 현실이 슬프고 무섭다.

이미 새들에게 공격당한 인간의 살덩이에 부러움을 느껴야 하는 현실이 단지 이야기속의 것일뿐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딸아이를 키우면서 무서운게  행여 아이의 동심에 순수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는 점이다. 내가 능동적으로 행하는 성에서도 상처를 입을 수 있는 현실에서 내가 원치 않는 상황으로 몰려서 가지는 상처들이 미루어서 여전히 두렵고 무서웠다.

세상을 흉흉하게 하는 여러 사건사고를 보면서 이러한 언제든 호르몬의 작용으로 악마로 변하는 인간들을 격리시키고 혼내줄 방법을 상상하게 한다. 사형집행이라든가 종신형 거세법을 떠나서 아예 이사람들이 단한번의 실수조차도 용납하지 않도록 강학 독하게 하는 무슨 방법을  간절히 바라는 지금 "곤충채집"을 읽었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나는 이 방법이 몹시 맘에 든다(어쩌면 내 속의 악마가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으로서 한번의 기회를 더 준다던가..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는 없다던가 그들에게도 인권은 있다는 말들은 다 개소리라고 생각케 하는 요즘세상에 이보다 더 단순하고 위협적이며 모든 잠재적 범죄자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책속의 이야기는 허구이고 끝없이 펼쳐지는 환상이지만  더불어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상상하고 내머릿속을 스쳐갔던 것들이 이야기속에 들어있다.

누군가를 향해 마구 찔러대고 싶은 칼날들 가끔은 나를 향해 휘두르는 몽둥이가 이 속이 있다.

읽고서 작가의 부족함인지 나의  아둔함인지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결말을 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 이런거지... 이럴때가 있었고 이런 순간이 있었고 이럴 필요가 있다고.. 함께 동조하고 함께 날카롭고 반짝이는 것을 휘두르고 싶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에 있다.

 

이 작가의 생각의 끝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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