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이 나오는 영화가 개봉되었다고 듣고 일단 일본판을 먼저보기로 했다.

책을 읽었던 기억은 가물가물하고 영화를 보면서 다시 되새김질 한다.

책을 읽었을때

왜 이렇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저 물리학자는 다 파헤쳐서 모든 사실을 드러나게 했을까  했던 안타까움이 있었다.

가끔 진실이라는 것이 묻히고 그래서 완벽하게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사실  일반인에게 살인이라는 사실은 혼자 품고 가기엔 너무 크고 힘든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렇게 누군가가 알게되어 스스로 사실을 말하고 세상에 드러내게 되면서 홀가분해지고 어쩌면 거기서 행복과 편안함을 얻기도 할테니까..

용의자 X의 헌신

 

 

 

영화를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상대는 알 수 없지만 내게 살아갈 힘을 주고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헌신하는 수학자가.. 내내 안타까웠다.

그런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범죄를 만들어냄으로써 그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뫈벽하게 지켜내는 것

그것이었다면 마지막 모든 사실이 드러났을 때 그가 얻을 것은 또 무엇이었을까

완벽하게 사랑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 죄책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완전범죄를  만들어주고  혹시 있을 양심상의 문제까지 고려해서 새로운 범행까지 저지를 수 밖에 없던 수학자가 안쓰럽다. 안타깝다

그리고 그 사건을 끝까지 끌고 가서 풀어낼 수밖에 없던 물리학자의 심정도 그렇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학생시절 처음 만나던 장면이 있다.

수학풀이에 몰두하던 수학자에게 물리학자가 다가가서 묻는다

이건 이미 증명이 끝난 문제가 아니냐고

그러자 수학자가 답한다.

그 증명이 아릅답지 않아...

그렇다

뭔가가 풀렸다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이웃여자의 범죄를 덮어주고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시간을 그여자가 어떠한 진실도 알지 못하고 죄의식으로 힘들어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아름다운 것만 보게 하고 아름다운 지금 그대로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수학자의 마지막, 자신의 존재를 걸고 하는 증명이었다.

내가 존재했던 이유, 그리고 마지막에 의미있게 떠나려는 것들이 모두 그 여자에게 있었던 수학자였으니 마지막 그 여자가 모든 진실을 알았을때 그렇게 통곡같이 처절한 울음을 뱉았던게 아닐까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나의 아름다운 증명이 공식들이 허물어지는게 두려웠던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류승범의 석고를 만났다.

일본의 이시가미(이 수학자 이름이 이제 생각났다.. 아 미련하고 아둔하여라..)와는 닮은 듯 다르다

아무렇게나 입은 옷 웅크리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걷는 모습

답답하고 고지식하고 주저하는 모습은 같지만 석고쪽이 좀 더 감정이랄까 느낌이 드러난다.

석고의 이야기에는 친구인 물리학자가 없다

대신 형사가 그의 역활까지 다 맡아서 한다.

이미 아는 이야기이고 일본판을 보아서 그런지 한국영화쪽은 조금 감정과잉 표현과잉이 아닐까 싶은 부분들이 느껴진다.

주변부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들도 조금 더 감정적이고 격렬하다.

일본판은 밋밋하다 싶게 조용하고 정리되어 넘어갔다면 한국판은 한판 벌려놓은 기분이다.

경찰서의 사건대책본부(명칭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에서도 일본은 정말 일본스럽게 사건을 벌여놓고 조용히 지시대로 기민하게 복종하며 움직인다는 느낌이라면 한국에서는 왁자지껄한 시장통스럽기도 하고  상관에게 말대꾸 하는 거라든가 감정의 표현 충돌이 참 많다.

뭐 문화의 차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어디가 더 낫고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내 성격상인지 아니면 이미 본것에 대한 가산점인지 몰라도 전자가 내게는 와 닿는다.

(이야기를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본다면 우리 영화가 더 친절하고 다이나믹하며 몰입도는 있을거 같기도 하다)

석고의 이야기는 철저히 그의 중심에서 이야기가 풀려간다.

이웃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남자

류승범은 일본배우는 잘 표현하지 않은 섬세한 감정의 표현도 보여준다.

화선을 보면서 설레고 미세하게 떨리는 감정이 손끝에서 눈빛에서 잘 나타난다.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이 남자를 신뢰할 수 있겠다던가 이 남자가 지금 사랑하는 구나라던가 더 나아가서 이 남자가 두렵고 낯설다는 느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다 알고 보는 거지만  완벽한 석고의 알리바이에 눈물이 났다.

모든것을 내가 안고 내가 되돌아갈 퇴로마저 차단해버리고 앞으로만 나가는 이 남자의 헌신이 마음아팠다.

 

다만 아쉬운것은 책에서 잘 나와있고 일본판에서도 의미있게 보여주는 이시가미. 혹은 석고에게 있어서의 수학이라는 것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

나름 의미있는 대사들은 나왔지만

가령

누구도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만드는 것과 푸는 것 어떤 것이 더 어려운가

보기엔 기하문제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함수문제같은 미묘하게 착각을 일으키게 꼬아놓은 문제들

뭐 그런 대사들이 나오지만

그냥 의미있어보이고 좀 그럴듯한 대사를 그냥 가져다 놓은 느낌이랄까

일본판을 봤을 때 느낀 아하.. 하는 그런건 적었다.

어쩌면 이시가미의 대척점에 놓은 물리학자의팽팽한 누뇌가 빠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수학이라는 것이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지만

확실한 답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답을 향해 가는 길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잘 증명하고 풀이한 식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그런 수학의 난해하지만 아름다운 질서가 드러난 사건이 바로 이 이야기가 이니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희망이었던 여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 방법이 여러가지지만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그 여자가 남은 생을 행복하게 그늘없이 만들고 싶다는 가설을  스스로를 다쳐가며 증명하는 남자의 헌신 그 이야기다.

 

일본판은 이성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한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하고

한국판은 감정적으로 건드린다. 세상에는 이런 바보같은 어리석은 그러나 욕할 수만은 없는 사랄ㅇ이 있다고

뭐가 좋은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리라

 

사족...

나중에 아이가 수학이 어렵다고 징징댄다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수학이 이렇게 아름답고 의미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하지 않을까

나처럼 너무 늦게 알지만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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