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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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7

 .가설이란 참 위험한거야. 똑똑한 사람이 혹시 이렇게 된게 아닐까 하고 가설을 세우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가설은 사실이 된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어. 만약 이번에 편지를 쓴게 정말 에스코 너였다면 너도 후미야의 가설을 믿었을 거야.."

 

 

p147

"인생이란 그런 생각이 켜켜이 쌓인 자리라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다쓰야씨와 리에씨는 필요이상으로 그때 사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건 두 사람탓도 아니고 하물며 선생님 탓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억측으로 이런 글을 쓰면 아되겠지만 제 짧은 교사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한가지 집작가는 바가 있습니다. 두 사람 다 사고 직후에 네 잘못이 아니야. 걱정하지마 잊어버려 그런말을 해줄 어른이 주변에 없었던 게 아닐까요? 그래서 두 사람은 지금껏 제 잘못인 줄 아는 겁니다."

 

누군가 대상을 정해서 무언가를 말한다..쓴다는 일은 어쩌면..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그 누군가가 자주 만나는 지인이 아니라 오랜만에 보는 지인이라던가 당분간 얼굴을 맛댈일이 없는 지인이라든가..등등의 이유로 조금 나와 거리가 있는  대상이라면 조금은 나도 마음이 풀어져서 나도 모르게 솔직한 내 마음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예전 나도 유학간 친구에게 (적어도 3년은 한국에 나올일이 없는 친구라) 이것저것 당시 감정을 솔직하게 적은 기억이있다.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을 첨  대한건 그 유명한 고백이었다.

나름 충격이 컸다. 이 사람은 도데체 얼굴은 이렇게 여리여리하게 생겨서 어쩌면 사건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극악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섬찟했고 여운이 오래남았다. 누구나 악인일 수 있고 나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도 죄를 짓고 있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등을 타고 내렸다는 기억이 있다.

그리고 야행관람차까지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죄 지은 자 죄의식을 가진자를 무섭게 몰아붙이는구나. 그런데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보다는 나도 함께 몰리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무심코 저지른 죄가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전 구입한 n을 위하여를 보면서 많이 물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책을 보면서도 그런걸 느낀다.

뭐랄까 사람을 구석으로 끝까지 몰아붙이는 치열함은 없지만 대신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무심한 행동이 갖는 상처 범죄등등이 여기서도 보인다.

이 책은 세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번째 심년뒤의 졸업문집

고교 방송반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난 동창들의 과거회고 그리고 과거 한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들이 그려진다.  사실 사고라는게 우연한 정말 사고였는데 그 사고를 보는 사람들의 감정이 시선에 섞여들면서 사고가 어쩌면 단순사고가 아닌 사건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앞에서 인용했듯이 누군가의 가설이 진실을 덮어버리고 또다른  억측을 낳고 그게 여기저기서 다른 감정과 생각이 덧입혀지면서  또다른 진실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사람은 보여지는 성격이 전부가 아닌 드러나지 않는  혹은 드러내고 싶지 않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내가 보는 상대방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고 어쩌면 내 사고속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해준다.

나와 우정을 나눈 오랜 친구의 모습이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또는 내가 아는 이상 나약하고 소심한 속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

항상 내가 보이는 것만 믿고 남이 하는 말에 의존한 판단은 금물이라는 생각을 하게한다.ㅊ

첫 이야기는 극적 긴장은 가장 덜하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사람이 하게되는 실수 선입관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어 공감이  젤 컸다.

두번째 이야기는 이십년뒤의 숙제

작가가 한때 교사여서일까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그렇다고 ㄱㅛ사입장에서  이러이러하다는  강한 판단과 의견을 내는 건 아니라 교사들이 이런 실수를 한다 이런 선입관을 가지게 된다는 자기반성이 드러난다.

이 이야기에서는  퇴임을 맞는  교사가  고교 교사가 된 자기  제자에게 다른 제자들의 근환을 알아보 달라고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직 어릴 수 밖에 없는 초등학교 시절 경험한 한 사건이 아이들의 성장에 그리고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면서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그 일에 책임을 느끼는 교사를 보며 숙연해진다.

교사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는것 어쩌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배려해서 하는 일들이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걸 보면서  교사는 아니지만 부모로서 반성이 된다.

나가 뒤어노는 것보다 혼자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 남들보다 발표력이 떨어지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그냥 여러가지 다른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성격이 어떤 성격보다 우월하다거나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더 도움이 될거라는 어른의 판단에 아이를 한쪽으로 몰아가기도 한다는 것 그런 어른들의 교사들의 판단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모두 한 종류의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무엇보다 더 낫다 난 판단을 해버리는 것 그것이 문제다. 요시티카의 편지를 보며 그걸 느낀다.

그리고 의외로 아이들은 상처를 쉽게 잊을 수 있다, 오히려 아이가 어떤 사고로 트라우마가 생기고 상처를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어른들 예상과 달리 쉽게 잊어버리고 쉽게 이해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바가 첨 만난 세 사람처럼

오히려 어른이 생각지 못한 다른 교훈을 얻기도하고 그땐 불신이지만 살면서 경험하면서 공감하고이해하며 그렇게 상처를 치유하고  살고 있다.

어쩌면  어른의 역활은 아이가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고 치료하는지 전전긍긍하며 매달리고 달래려고 하는게 아니라 아이를 안아주면서 괜찮아.. 괜찮아  니 잘못이 아니야 하고 공감해주는 것 ㅡ것아닐까  더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감정은 얽혀들것이고 상처과 될 수도 있다.우리가 격려랍시고 하는 말들이 더 큰 무게로 짓누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냥 안아주고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제일 쉬우면서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어서인지 가장 공감가고 고개를 끄덕이는 에피소드다

 

세번째  십오년뒤의 보충수업

이 에피는 좀  슬프다.

이 책장을 덮으면서 왠지 이은미의 "죄인"이라는 노래가 듣고 싶었다.

서로 공유한 죄를 가졌으면서 서로가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한 한 연인의 이야기다.

십오년간 죄를 기억하지 못했던 여자와 그 여자를 보호하려고 했던 남자의 이야기.

둘의 애틋함이 오래가길...

 

서간문이라는게  뭔가 남의 은밀함을 엿보게 하는 면이 있어 더 큰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짜릿하기도 하다. 얼굴을 대하고 쓰는 것도 아니고 요즘처럼 자판을 쳐서 전자메일로 보내는 것도 아닌 손을 꼭 꼭 눌러쓴  편지앞에서 누구나 진실해지지 않을까

그래서 은밀하게 담아둔 이야기도 쉽게 나올 수 있고  혹시 상대가 잘 못 이해할까  좀더 정직하게 쓸려고 할 수 잇는게 아닐까 싶다.

이런 정갈하고 순수한 손편지를 쓰고 받은게 언제였을까

미미여사 이후 참 관심가는 작가가 나왔다 적어도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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