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었나 보다.

남의 연애를 보면 마냥 귀엽고 이쁘고 그렇다.

 

영화속 남녀가 참 귀엽다. 사랑하기전 탐색전을 벌이는 것도 그렇고 눈에 콩깍지가 씌여져서 울이서 오글오글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도 그렇고 슬슬 권태기가 오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생겨서 대결하듯이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을 퍼부을때도 그렇다.

영화 소개를 보면 구주월이 참 찌질하고 못난 남자라고 나오는데 특별히 찌질하다기 보다는 그냥 요즘 보통 남자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럼 남자들은 다 찌질한건가? 

설마.....................

 

풀리지 않는 소설을 위해 뭔가 자신만의 뮤즈를 찾아 사랑을 시작한 구주월 첫눈에 반한 희진에게 소심하게 다가가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한채 시간만 죽일때 희진이 연락이 온다.

어쩌면 구주월은 조금 더 나이 먹어 뻔뻔해지고 세상의 때가 묻은 "봄날은 간다"의 상우가 아닐까 싶다. 구주월이 찌질해보이는 것도 어쩌면 아직 소년과 남자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그의 덜 성숙함에서 나온것인지도 모르겠다.

달콤하고 낭만적인 연애를 꿈꾸는 건 어쩌면 남자들이 더 심할지도 모른다.  여자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현실을 직시하는 본능이 있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사랑에 미쳐 달려드는 여자도 일단 그 사랑이 조금씩 옅어지면 현실을 바라보고 변해버린 혹은 그간 알아차리지 못했던 현실을 인식하고 적응하는데 남자들은 콩깍지가 벗겨지고  현실이 닥쳐도 계속 어딘가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그곳으로 도망가고 싶어한다.

구주월도 희진에 대해 알고 싶을 수록 어쩌면 그만큼 더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을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욕망과 자신이 보는대로만 보고 싶어하는 똥고집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덜 익은 손년같인 모습이었다.

자꾸 보채고 엉기고 그러면서도 여자가 토라지거나 하면 다시 화들짝 비위를 맞추면서 비굴해지고 그러다가 이젠 내 미끼를 물었다 싶으니까 뻔뻔하게 나오고.. 

구주월이 특히 찌질하고 못났다기 보다는 그게 남자가 아닐까

아니 남자의 본성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의 눈에 보이는 적어도 현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여자들이 볼때 남자들은 그렇다.

 

암튼 하정우는 딱 구주월이고 공효진은 딱 희진이다. 연기를 잘 한건지 그 배우에게 숨은 성격적인 것이 들어맞은 것인지 정말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별할 수 없게 어울렸다.

 

그러고 보면 하정우의 연기는 첨보는 거였다.  야비해보이기도 하고 건들거리는 거 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진지하기도 하고  영화에서 소설속 인물을 연기할때는 B급 영화의 주인공에 딱 맞는 그런 모습도 보이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배우였다. 이 배우가 조금 더 진지하고 무게잡는 멜로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보니 의외로 잘 어울릴거 같다.

 

봄날의 상우의  지극한 순수함이 은수를 숨막히게 해서 결국 떠나게 했고  순수한 상우는  그 후 돌아온 은수와 차한잔 마실 여유도 없이 순결하고 결벽했다면

여기서 구주월은 느믈거리고 뻔뻔함으로 희진을 떠나게 했지만 오히려 그런 유연함이 희진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여자는.. 적어도 나는 너무 순수하고 해맑은 영혼보다는 조금은 때가 묻고 세상을 알고 유들거리며 피해가는 남자가 편하고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데 더 유용하기때문이기도 하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두 남녀의 연애담

그렇게 헤어졌어도 괜찮았을 텐데 다시 만난다는게 조금은 억지다 싶으면서도 좋으면 좋은 거지 싶기도 하다.

 

이런 로맨틱물을 보면 항상 주인공 옆에서 조언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훈수를 놓는 친구들이 꼭 나온다. 이번에 나온 밴드 삼인방은 그런 역활과 더불어 어찌보면 고대 연극의 코러스들 처럼 이야기를 해설하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더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 내 젊은 날의 연애가 (사랑이 아니라 연애가) 어떠했나 싶을때 보면 딱 공감가고 누구도 미울 수 없다는 걸 알게 해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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