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편하지 않았고 가슴 한 쪽이 먹먹했다.  

그다지 크지 않는 영화관에 드문드문 자리를 채워 앉은 다른 관객들도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싶었다. 모두가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움직임조차 없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환하게 불이 켜질 때 까지 

영화를 보기전 매체들에 나온 혹은 개인적인 블로그에 나온 평을 읽었다. 다들 지루하다고 했고 스토라를 통해서 주제가 나오지 않고 직접 대사를 통해 감독이 자신이 주장하려는 주제를 연설하고 있다고 했다. 지민과 다혜의 이야기도 서로 얽히지 않고 지민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지민부에 대한 설명이 없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다들 연기를 너무 딱딱하게 했다고도 하고 모든 주제가 대사를 통해서 서로서로 직설적으로 튀어나온다고 했다. 하나같이 끌리지 않는 평들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봤는지는 잊어버렸다. 자주 가던 사이트였던거 같은데..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감독의 만듬새는 엉성하고 매끄럽지 않아도 우리가 살면서 잊었던 것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인데 간과하고 지난 것을 생각케 한다는 짧은 평을 보고 이 영화가 몹시 보고 싶었다. 

아무데서도 하지 않은 영화를 시네큐브에서 한다는 걸 아침에 알고 부랴부랴 나섰다,나중에 경기도로 이사가면 이 영화관이 제일 많이 그리울 거 같다. 혼자서 영화를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분위기 아무 동행없이 로비에서 서성거려도 내가 전혀 튀지 않는 그런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영화관인데.... 

영화를 보면서 "밀양"도 생각났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생각이 났다. 살인이 일어났고 범인이 잡혔고 주위에서는 선한 의도로 용서를 하라고 종용하고 피해자는 온힘을 다해 용서를 하지만 정작 가해자는 반성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밀양을 닮았다. 나는 아직 용서를 하지못하고 아니 용서를 했어도 이렇게 마음이 지옥인데 정작 가해자는 쉽게 용서를 받고 이해를 받고 법적으로도 감형이 되고 심지어 형을 마치고 나와도 그 사실을 내가 전혀 알 수 없다. 가해자 보호는 이렇게 철저하게 그 인권을 위해주고 모두를 위해 비밀을 유지해주지만 막상 피해자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종교조차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한다. 상대를 용서해야 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고 그것이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첫부분에서 성당에서 세 사람이 만나 수녀님에게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부분에서 나는 몹시 불편했다. 아직 나는 그 사건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했고 아직도 알 수 없는 죄책감 분노로 일상을 그르치고 사는데 제 삼자가 자신이 성직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용서를 강요하고 심지어 용서를 하는 것이 주님의 뜻인것 마냥 용서를 하지 않는 행동이 더 나쁘다는 듯이 몰아붙이는 거 같았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내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면서 가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것 이것은 협박이 아니고 무엇일까..  

다혜도 자신의 용서가 자신을 구하고 가해학생을 구했으라리 믿지만 아니 믿으려고 하지만 쉽지않다, 옆에서 자꾸 제 속을 긁어대는 지민때문만도 아니고 스스로가 속이고 있다는 걸 알기때문일거다. 다혜가 인터뷰하는 사람들도 겉으로는 이미 용서를 한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도 가해자에게 사과를 받은 사람은 없다. 그들 마음속에도 가해자가 반성했을거라는 한가닥 믿음 혹은 그들과 마주치는게 두렵다는 것 혹은 원망은 아직도 남아있었다. 

지민도 자신을 폭행하는 부모를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 한번이라도 사과한다면 잘못했다고만 한다면 그동안의 원망과 두려움은 다 잊고 용서할거라고,. 그러나 반성이 없는데 어떻게 용서가 있을 수 있냐고 소리친다.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들었다. 이전에 우행시 같은 사형주의 인권에 대한 영화들도 있었다. 그 영확 혹은 책 속에서도 피해자 어머니의 손이 떨리는 분노 용서할 수 없는 증오가 나왔지만 결국 그걸 극복하고 용서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용서라는 것이 그렇게 쉬울 수 있을까 

아직 내가 입은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나는 아직도 고통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데 내가 누굴 용서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 보이는 가해자의 인권부분이 정말 욕나오게 보호해주면서 피해자의 그것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 가해자가 석방이 되는지도 모르고 가해자의 안정을 위해 면회도 할 수 없고 그저 모든걸 신에 맞기고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어라고 강요를 당하는... 

가해자인 부모를 용서하고 싶어하는 지민의 모습이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프게 다가왔다,  

누구 말대로 이 영화는 피해를 입고 누군가를 용서해야할 사람들이 볼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고도 용서를 받고 싶은 사람이 봐야하지 않을까... 그들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먼저 반성이 그리고 사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단 한마디 미안하다 잘못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울까..  그 하나면 그동안 지옥같았던 내마음이 그리고이렇게 누군가를 찢어죽이고 싶게 미워하던 나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거라고.. 단지 그것만 바랄뿐이라는 피해자들에게 위안이  될 수도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생각이 많았고 생각나는 것들도 많았는데 정리가 잘 안된다..  

지민이를 보면서 자식을 키우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다혜를 통해서 어쩌면 나도 무언가 진실과 마주하는 게 두려워서 용서라는 이름뒤로 숨어든적은 없었나 그러고도 마음속의 앙금은 아직 계속 남아서 스스로를 괴롭힌 적은 없었나 생각하게 된다. 

나는 사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처럼 그렇게 사형수의 인권에 대해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주장하는 사람도 우리사회에 정말 필요하다. 죽음이라는 벌을 인간이 내릴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그들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고통을 받고 지옥으로 떨어져버린 피해자들이 먼저가 아닐까.. 누구하나 위로하지 않고 도리어 대중매체에 드러나고 누구나 쉽게 알아 볼수 있고 가정은 깨어지고 고통받는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위로하고 사회적인 대책이 시급하지 않을까... 

감독은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지만 쉽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사족... 정말 감독이 이 영화를 위해 많이 자료조사하고 발로 뛰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혜가 인터뷰하는 대상 한명한명의 말이 너무나 가슴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그것이 영화속 대사라기 보다 더 직설적인 주장처럼 들리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먹먹했다.  

지민의 아버지의 폭력은 나도 이해되지 않는다. 며색이 젊잖은 판사라는 분이 딸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폭행할까.. 그건 어쩌면 부모의 여러가지 학대를 하나의 가시적인 상징으로 보여주는게 아닐까하고 스스로 위안해본다. 심리적으로 교묘하게 학대하는 부모도 있을테니.. 그런것보다 확실하게 보여지는 건 물리적 폭력일테니까...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영화속의 신부님과 수녀님이 너무 보기 힘들었다. 너무나 용서를 자비를 사랑을 강요하시는 모습이.. 제발 이제 그만하라고.. 나라도 소리지르고 싶을만큼 이기적이고 집요하게 사람을 몰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것이 연기라면 아마 이 영화에서 최고의 배우는 두분일듯하다. 

오늘... 언젠지는 모르지만 내 마음이 편해지는 그날을 천천히 기다리기도 했다던 다혜가.. 오늘 오늘을 그렇게 잘 채워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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