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고양이 - 고양이에게 배우는 라이프 테크닉
이주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41p   

고양이를 만나고 최상의 가치는 어쩌면 순수한 게으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만장자도 가질 수 없는 고양이의 게으름 게으른 것이 그렇게 멋질 줄이야.. 그렇게 행복한 것일 줄이야. 언젠가 그런 게으름을 나도 누릴 수 있길 꿈꾸면서 오늘도 나는 이렇게 게으른 나를 창피해하고 있다.  

 

61-62p  

(중략) ....  상대를 애태우고 결국은 항복하게 만드는 거야말로 연얘와 유혹의 가장 결정적이면서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다. 그래서 이 기술을 원한다면 당신은 그 무엇보다 먼저 고양이만큼 잔인해져야 한다, 상대방의 애걸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절대 상대를 동정하지 않을 잔인함을 갖춰야 이 유혹의 기술을 가질 수 있다. 그걸 갖추고 난 다음에야 보일 듯 말듯  놔줄 듯 말 듯 해 줄 듯 말 듯 하는 할 듯 말 듯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또 그렇게 잔인해야 이 유혹의 스테이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즐겁지도 않은 거 참아가며 해서 뭐 하나.그래서 즐기려면 잔인해져야 한다. 완벽하게 유혹하기 위해서도 잔인해져야 한다, 여우같은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건 상대를 조종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 따위 가뿐하게 무시하고 그걸 즐길 수 있을 만큼 잔인하기 때문이다. 쥐 사정 안 봐주는 고양이만큼.  

그러나 안타깝게도 누구나 다 이 필살의 기술을 가지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유혹하고 싶은 동시에 우리는 상대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그놈의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이다.이게 모든 것을 망친다. 하지만 고양이가 착해보이고 싶어하는 것 본 적 있나. 그 반대라면 모를까 우린 아직 멀었다. 

72p  

이것저것 지키고 숨기고 절대로 안 지려다가 못 보여주는 애정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아까운 애정 그렇게 버리지 말고 따 하루, 그날만 이년이 미쳤나,싶게 사랑해주는 날을 만드는 거다. 

73p  

고양이들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손 놓고 있어도 우리는 우리들 마음대로 애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만족하고 있지 않던가,자유로운 해석의 여지 좋은 오해의 여지를 남겨주는게 애써 설명하지 않는게 나을 때도 많다. 특히나 사랑할 때는 더욱 더 

226p 

간질간질 털에    콩닥콩닥 심장에    말랑말랑 발바닥    고륵고륵 목소리까지 

그 자체가 위안인 고양이 녀석들  

얼마나 귀가 밝은지 내 기운이 사그라드는 소리까지 듣고는 뽀얗게 쌓이는 먼지보다 더 살금살금 내 앞에 내려앉는다. 이런 위안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우스개 소리로 내 새끼 둘말고 내가 손대면 다죽더라 하고 자수 할 수 밖에 없는게 나다  선물받은 화분들도 물을 그렇게 주고 햇볕을 따라 자리를 옮겨주어도 죽고 심지어 손댈것도 없다던 선인장도 죽고 금붕어 누에 귀뚜라미까지 집에 오는 녀석이 오래 산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무심하냐 그것도 아니다 화초들도 그렇고 생명들도 먹이도 잘 챙기고 불편한거 없나 잘 살피는데 이틀이상을 가질 못한다. 

그래서 뭔가 키우는게 귀찮아졌다. 내 새끼들 먹이고 키우는 것도 조금 힘겹기도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라면 키울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굳이 관심갖지 않아도 같이 놀아주지 않아도 조금 무심해도 굶기지만 않으면 저희끼리 잘 크지 않을까 싶었다. 심지어 나의 관심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고양이는 16시간을 잔단다. 그리고 혼자 있고 까칠하고 남에게 간섭받는 거 싫어하고 자기 내킬때만 애교를 부리고는 언제 그랬냐는듯 쌩하게 돌아선다. 그런 여유로움  무심함이 참 맘에들었다, 어쩌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웃고 상냥하게 대하는게 참 힘든 나랑 닮은거 같기도 하고 내가 전생에 고양이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내키면 잘하면서 안내키면 하염없이 냉정하고 사람도 겨울잠을 자야한다고 주장할만큼 잠도 많고 눈치는 겁나게 많아서 살살거려야 할때는 또 밸도 없는 사람처럼 굴다가도 내가 또 언제? 하는 표정으로 말갛게 있을 자신도 있는데... 

아 내생에는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 그래서 작가처럼 사랑해주는 주인을 만나서 내맘대로 성질 뻗치고 살면서 살고 싶다... 하면서 글을 읽어내려가다가보니 고양이가 주는 위로에 대한 구절이 있다, 내가 외로운거 내가 밤에 선잠에서 깨는 걸 귀신같이 ... 아니 고양이같이 알아차리고 내옆에 와서 말없이 위로해주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귀신이든) 내 기분을 알아채면서도 말없이 그냥 옆에서 위로해주는 누군가를 갖고 싶다. 내 아픔이 그에게 전염되어 내가 더 아플까봐 신경쓸 필요도 없고 유치하고 이기적인 마음에 기스 난거라 남에게 말하기도 뭣한 거라도 고양이는 위로해줄 거같다. 그냥  보드라운 털과 말랑말랑한 발바닥으로 그리고 그윽한 눈만 마주쳐도 많이 행복하고 기운이 날 거같다.  

고양이는 요물이고 이기적이라는 편견이 사라지고 고양이는 다정하고 게으르고 참으로 인간적이(?)란 생각마저 들면서 나중에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좀 무시해도 상처받지 않으거 같고 말없이 사라져도 기꺼이 기다려 줄 수 있고 간혹 내게 애교를 부리거나 위로가 되면 정말 신처럼 떠받들며 살거 같다. 

고양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책..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좋아하겠지만 고양이를 싫어했던 사람들 혹은 마음이 시린 사람들이 보면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속의 고양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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