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점심시간 급식을 입에 우겨넣고 도서실로 오는 아이들은 이쁘다.
그렇게 급히 먹고 와서 보는게 고작 만화라지만 그 만화에 몰두해 있는 모습도 이쁘다.
한때는 도서실에서 만화를 없애면 안되냐고 입에 침튀게 주장했었는데
아이들이 짦은 점심시간 와서 정신없이 읽는 찢어지고 오래된 만화들이 바로 아이들의
위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대충 밥 먹고 학교에 와서 내리 네시간을 공부한다고 좁은 책상에 몸을
구기고 있다가 혹은 몸보다 큰 책상에 매달려 있다가 짬을 내어 만화라도 볼 수 있다는게
나름 할교에 매일 와야하는 유일한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면 어떻고 한구석에서 인터넷을 하다가면 어떤가..
도서실이 꼭 책만 보고 공부만 하라는 법이 있나
그렇게라도 살아야지.. 저들도 살고 봐야지
어른들은 힘들다고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온갖 짓을 다하면서 애들한테는 만화도 안되고
인터넷도 안되고 뭐도 안되고 뭐도 안되고...
그런거 좀 한다고 아이들이 갑자기 삐뚤어지고 요이땅!!하고 나빠지는 건 절대 아니다.
애들도 알건 다 안다.
도서실에서 봉사하는 날 젤 많이 치우는게 만화지만 그만큼 아이들한테 젤 사랑받고 있고 위
안이 되고 있다는 뜻 아닐까?
서가를 돌면서 책을 고르고 서로서로 권해주는 모습도 이쁘고 만화에 푹 빠져 입이 반쯤
벌어진지도 모르고 보는 모습도 너무 이쁘다.
한창 이쁜 나이.. 가리지 말고 옳은지 그른지 편견없이 그렇게 몰두하고 좋아하는 게 참 좋아보인다
사족...
아이 2학년때 선생님이 말하길...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은 누구랑 사귀는지를 잘 살펴 야 한다고 하셨다. 여자아이들은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금방 따라하고 물들기 쉬워서 엄마들이 아이 친구는 좀 가려줄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 말에 동조하고 끄덕이는 딸아이엄마들이 참 많았다. 나도 그때 딸내미가 아이때문에 힘들어해서 그말이 참 옳다구나 했었다.
그런데 점점 머리가 커지는 아이를 보면서 과연 좋은 친구는 어떤 친구고 나쁜 친구는 어떤 친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용돈을 척척 쓰는 아이. 남에 집에 우르르 몰려가 노는 거 좋아하는 아이 벌써 귀를 뚫고 sm에 오디션을 본다는 아이.. 남자친구가 있는아이 친구들이랑 몰에 몰려가 구경하고 쇼핑하는 아이. 그리고 되바라진 아이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 욕하는 아이...
그런 아이들은 나쁜 아이일까. 어쩌면 내 아이도 내가 모르는 곳에서 그런 모습으로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나도 한때 친구들이랑 버스타고 시내 쏘다니기도 하고 유행어를 찍찍 남발하기도 하고 어린나이에 문구점에 외상도 걸고 다녔고... 그랬는데 난 그때 나쁜 친구였을까?
난 아이들도 안다고 믿는다. 그런 행동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계속한다면 나쁜거지만 한두번 호기심에 몰두하고 나오는 것.그건 별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아이들이라고 어른의 잣대로 보면서 이러이러한 것만 해야한다. 엄마가 보이는 곳에서 엄마가 믿을 수 있는 친구와만 놀고 다니라는 곳만 다니고 어른의 보호하에서 살고... 등등등
내 아이가 좋은 것을 보면서 배울수 있는 만큼 나쁜 것을 보고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러지 말자라는 거라도 배울테고 저런거 재미있겠네 한번 할까 할 수도 있고 해보고 의외로 재미없고 시시해서 자신의 경험에 따라 판단에 따라 안할 수도 있고...
나는 아이들의 자정능력을 믿는다. (너무 편한 엄마인가?)
그래서 어떤 친구들 그들에게서 좋은 점을 발견하면 좋겠다. 쟤는 되바라지고 나쁜 애라는 편견없이 누구라도 수용하고 서로 거울이 되어 둥글어지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하는 것.. 그게 친구가 아닐까...
만화를 보든 컴퓨터를 하건 심하게 몰입해서중독이 안되도록 지켜주는 건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른이 제몫을 해준다면 아이들이 나쁘게 될게 뭐가 있을까
내 뒷모습부터 한번 다시 생각해봐야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