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봄날은 간다를 본게 결혼 후였고 30대 중반즈음이었기 때문일까? 

상우의 행동들이 그저 귀엽고 그땐 그럴때다 하고 덤덤하게 넘기기 쉬웠다. 안절부절하고 불안하고 지나치게 진지하고 열정적이던 그의 사랑방식이 조금은 부담스럽고 저러다 제풀에 지치지 싶은 안쓰러움마저 느끼면서  

그저 계산적이고 주춤하고 이기적인  그 여자의 사랑법이 참 와닻았다.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망설이고 이리저리 재어보고 변덕부리는 것... 가끔 그렇게 사랑도 계산되어야 한다는 게 그때의 나의 생각이었다. 

사랑도 했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살아가다보면 사랑 그 열정만으로 되는 것보다 그 이사의 것들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알게 되었고.. 이젠 뭔가를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쯔쯔쯔 저럴때가 있긴하다만 다 지나고 보면 부질없는 것들.."이런 오만스러운 생각도 있었던거 같다. 

그러나 그때부터 10년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무작정 진지하고 열정적이고 내 모든것을 쏟아보을 수 있던 때가 있었다는 것..그럴 수 있다는 것이 참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이상 쏟아 부을 것 없이 내속의 열정 힘 애정 믿음 등등 모든것을 쏟아내고 텅 비어 껍데기만 남은 나를 보면서 지치고 허탈해지고 배반감 마저 느끼는 것....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깊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것만 남은.. 어쩌면 그 순간은 올라올 기력마저 없어 그대로 바닥으로 끝없이 내려가기만 할듯한 절망 불안들이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내 아이가 자라서 스무살이 되고 상우의 나이가 된다면 .... 이영애같은 영악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영화속 상우처럼  자신의 모든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실패를 했으면 한다. 시대가 바뀌어서 지금은 영악하고 계산을 해야하는 시대이긴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랑을 그 불안한 열정을 믿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불안하고 맹목적인 사랑도 언젠가 변한다는 걸 알아버리는 성숙이랄까... 체념도 배웠으면 한다. 시간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주위도 변한다.. 

어떻게 그 속에서 사랑이 그때그대로 있을 수 있을까? 변하는게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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