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장 아름다운 건 꽃이 피기 전까지. 그러니까 간절하게 그 꽃을 기다릴 때다. 꽃은 피고 나면 그뿐 그 순간부터 봄은 덧없이 지나갈 뿐이다.
(모든 것은 지난 후에야 비로소 보인다. 깨닫는 순간 모든 것은 지나간 후다.
밤에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비로소 그때 그 순간 적확한 단어가 떠오르고 내가 대응했어야 할 말들이 떠오르는 것처럼 모든 것들은 지난 후에 뚜렷하게 보인다.
어쩌면 몰라서 아름다웠고 몰라서 편안했을 수 있다.
알고 나면 후회만 남기도 하겠지만 이젠 되었다 라는 체념과 비슷한 편안함도 있다. )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행합일이라고 아는 바를 행하면 사람은 바뀐다. 그런데 아는 걸 행동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이젠 책을 더 안 읽어도 될 정도로 아는 것은 무척 많은데 머릿곳의 그 아는 것들은 나를 조금도 바꾸지 못한다.
지행합일이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하나라는 뜻인데 이 말은 행하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내가 아는 것이 무척 많닥 했지만 그 중에 행하는 것이 거의 없다면 이 말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된다.
행동하지 않은 한 아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무지한 사람으로 봐야 한다. 지행합일을 무서운 말이다. 특히 많이 읽고 배운 사람에게는...
요즘 사람은 행복이라면 무조건 최고로 여기고 조금이라도 힘들면 위안이 되는 목소리를 찾아 티비를 틀고 인터넷을 헤맨다. 마치 자신의 삶에서 고통과 슬품과 죽음이 조금이라도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듯이. 당의를 입힌 이런 일상 속에서 죽음을 대면한 옛사람들이 내던 소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과 고통과 아픔을 계속 피할 수 있을까?
기쁨이란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아는 순간 바로 질투하고 시기할 수 있지만 고통은 단 하나의 감각적인 정보만 결여되어도 타인들은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없다. 그르므로 고독이란 우리가 고통을 연대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재앙은 우리를 가장 외롭고 연약한 사람으로 만든다.
언제나 이 연대 불가능한 고통앞에서 위로 역시 불가능하다.
(고통은 사람을 고독하게 만든다. 내 고통을 누구에게 설명할 단어들을 찾을 수 없다.
설명되지 않은 고통을 나는 알지 못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모릅니다. 라는 마음이 필요한 순간이다. 나는 모릅니다 그러니 설명해주세요. 천천히. 나는 기다리겠습니다.
모르니까 내가 알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틀렸다면 말해 주세요.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정말 나는 너를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나도 잘 모른다. )
독서는 혼자서 할 수 밖에 없는데 정작 책을 읽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이 바뀌기란 참 어렵다고 하지만 그건 자신의 의도대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사람이 바뀌는 일은 인생에서 자주 일어난다. 그건 의도하지 않은 변화이다.
지는 꽃은 한 때 피어난 꽃이었다.
어떤 순간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이제 청춘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시간을 지나는 이 순간 다시 읽은 <청춘의 문장들>
지금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그 시간에는 그대로 옳았고 지금은 지금대로 옳다.
틀린 건 없다.
다만 나도 달라졌다.
조금 더 성장한 면도 있고 조금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있으며
이제는 기대하지 않는 것들도 늘어간다.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다.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것
내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인정하게 된 것
좋지도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어쩌겠나 싶은 마음들
청춘은 머무리지 않고 흘러간다.
그러자 지금 이순간만 살고 있는 나는 지금 이순간이 청춘이라 믿는다.
여전히 흔들리고 꿈을 꾸고 좌절하고 앙ㄴ달하는 것
지금 이순간 나는 청춘이다.
청춘은 현재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