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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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품은 작가의 쓰기에 독자의 읽기가 더해져 비로소 완성된다. 고 나는 믿는다.

특히나 에세이라면 작가의 경험과  그 경험에 덧대고 각색되고 빠지고 선택된 기억들과 그때의 감정들에 읽는 독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사유가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독서가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내게 참 좋은 독서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흔히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작품이라는 건 다른 기준이겠지만

내게로 와서 내 기억과 경험을 꺼집어내주고 그때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게 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그냥 덮어버리거나 되새길 시간을 준다는 것

그래서 비로소 나는 한권의 읽기를 마쳤다.

 

 

#1.  이외로 별거 아니라고 여겨지는 무언가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갑자기 내리는 눈발이거나 우연히 버스에서 마주친 아이의 순진한 눈동자거나

     유치하고 허무한 몸개그의 한 부분에서

     그렇게 방심한 순간 터지는 감탄이나 웃음같은것이 그래도 괜찮지 않나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래도 살아보는게 낫겠다는 마음

     아직은 버틸하지 않나하는 근거없는 자신감

    그렇게 사소한 무언가에서 위안은 느닷없이 온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2.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부모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자책하고 후회하는 그 지점에서 아직은 내가 책임져야할

     어린 생 명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주저앉고 싶을 때 결국 아이도 내몸에서

     나왔지만     나와 다른 낯선 타인이라는 걸 느끼는 순간.. 그 무력감과 도망치고 싶은

    책임감의 무게가 다시 나를 살게 했다. 좋은 어른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책임하게 도망치는

    어른이 되지 않게 하는 건 그만큼 감당하고 버텨가는 무게때문이었다.

 

#3. 놓친 성공대신 패배가 이룰 성취를 기약하라.

     와닿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는 문장이지만 때론 그런걸 바랄 때가 있다.

     철저하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는 갖게 해달라고

     성공하진 못해도 적어도 그 실패는 온전한 내것이므로 사랑하고 보듬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아이에게 말하곤 했다. 똥폼잡으면서.

 

#4. 사람은 저마다 개별적인 존재다. 모든 환경과 경험도 개별적일 수 밖에 없다.

     비슷한 경험은 있지만 똑같은 경험은 없다. 경험이 누군가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해준다면 그건 바로 자기자신의 삶이지 타인의 삶은 아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나는 너를 모른다"

     내가 너를 모른다고 하는 말이 참 야속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말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너를 잘 안다고 오만하게 불쑥 침범하는 것보다 모른다는

    마음으로 몸을 낮추고 그의 말을 경청하고 그를 존중하는 쪽이 낫다.

    어떤 마음이든 맥락과 관계속에서는 다 이유가 있고 그럴 만하고 그럴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마음이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비판할 수도 있고 제재할 수도 있고 받아들이고

    감당할 수도 있는 거다.

    우리는 그 마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걸 내가 아닌 타인이라면 가족이든 친구든 오래된   

    동료이든 안다고 설칠게 아니라 모른다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 건  딱 한 명 내 경우에만 해당되는 일이다.

    함부로 나서지 말고 아는 척하지 말자

    하지만 상대가 외롭고 소외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만큼만 곁에 있자.

 

#5  염려하고 망설이고 현실과 타협하면서는 아무것도 이뤄지는 일은 없다.

     무모하게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일  그것이 앞으로 한 발 내딛고 나가게 한다.

    다만 그 무모한 도전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폭력이 되어서는 안되는 일

    일단은 저질러 보고 한 발 들어가보면 적어도 아~ 이거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이라도 갖게 된

    다.

     그리고 나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보기전엔 누구말도 믿지 못하는 인간유형이기도 하다.

 

#6. 밭에 들인 노고는 내것이지만 아이에게 들인 노고는 얼마든 내것이 아니다.

     밭에서 내가 싦은 열매가 나지만  아이는 저홀로 심은 꿈으로 열매를 맺는다.

    그런 마음으로 보면 안자라 열매도 없고 잘못 자란 열매도 없다. 우리가 들여야 할 정성은

    밭을 향한 것이지 열매를 향해서는 안될 것이다. 밭만 가꾸고 열매는 간섭하지 말자.

    그런데 말입니다.

    자꾸 본전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속물성인거 같더군요,

    그동안 들어간 학원비와 사교육비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고  꼭 엄마에게까지 아이의 성적과

    학원에서의 자세를 시시콜콜하게 적어보내는 그  정성이 그냥 나의 인내심을 시험할 뿐입니다

    나는 바담풍 하지만 너는 바람풍 하라고 하는 모순적인 지적질이 여전하고

    손대고 코풀고 싶은 속물적 욕심에 나는 우아하게 있어도 아이는 영특해서 내  자랑거리가 되

    었으면 하는 간절한 개꿈도 포기가 안됩니다.

    그래서 이런 문장이 필요합니다.

    속물적인 욕심이 목젖까지 차올랐을 때  상투적일지라도 이런 문장들이 필요합니다.

 

#7.  집은 세상의 끝.

     여기서 다시 다른 세상이 시작된다.

     어디든 언제든 다시 떠나고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품을 숨겨진 안식

    처로 집이 기억되길  그래서 나는 여기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게 되길

     이제 집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는 아이가  날개를 달고 훨 훨  날아가길 희망합니다.

    설령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원망하지 말기를

    필요할 때만 돌아와 저 좋은 것만 취하고 다시 가버리더라도 언제든 무심해지기를

   지금 나의 기도 제목이기도 한 것.

 

#8.  가족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만들어져야 하고 노력해야 유지된다.

     선천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후천적 노력과 시간과 추억이 공유될 때 비로소 굴러가고 유지되

     지만 지극히 불완전하고 불안전하다. 누구나 가족이 되지만 아무나 가족이 되지 않는다.

     가끔 제대로 유지되고 화목하다싶은 가족을 들여다 보면 누군가 한사람이 동동거리며 희생하

     고 참아내고 견뎌내는 것 위에서 우아하게 떠있는게 보인다.

     그 한사람이 지쳐 쓰러지는 순간 그 가족은 그대로 무너질탠데 안에서는 그게 보이지 않는다.

    가족은 사회의 작은 단위라고 그래고 동시에 개인적인  영역이라며 함부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또 일방적으로 들이댈수있는 평균값도 가진다. 참 폭력적이다.

     가족의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영역이라며 모른 척하면서 가족이 유지되는 건 사회적인

     부분이라며 원하는 것을 취한다.

     가족은 개인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고 안식처이기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파괴되어도 할 수 없는 순간도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같은 모양새의 가족을 가져야 할 필요도 없고 조금 외롭게 홀로 있어도 괜찮아

     야 한다. 가족이 가장 단단하고 중요한게 아니라 어쩌면 사회보장이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9. 행복은 되풀이 되지 않는데 불행은 반복하는 습성이 있다.

     꼭 안좋은 일은 손잡고 함께 오더라

     암만 생각해도 불행은 무슨 조직을 갖춘 모양이다.

 

그냥 감상적인 글일거야.

제목을 딱 보면 감이 오잖아.... 라고 오만했다.

뭐 그런 면이 없지는 않앗지만 그럼에도 작가가 가진 진심이 페이지 마다 가득해서 그냥 감상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었다. 어떤 대목에서는 뜬금없이 마음이 울컥해서 오랫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내것과 닮아 있어서 괜히 버럭했다가 무안해졌다.

같은 유년을 보내지 않았고 기억이 다 다르지만 어쩌면 그 순간 순간의 불쑥거리는 감정들이 다 알거 같아서  괜히 끄덕이다가 이것도 오지랍이고 오만이지 싶어 혼자 얼굴이 붉어지다가

내가 나이를 먹었나 에세이를 읽고 센티해지네.. 하며 센 척하다가  마지막 장을 덮는다.

 

이 책의 완성은 작가의 문장과 나의 기억과 감정이 버무려진 그것이다.

참 괜찮은 눈이 내리지 않는 지금 이겨울

난 눈을 참 싫어하지만 한 번 쯤은 푸짐하게 내려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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