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속으로 -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
원도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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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인생을 망치는 건 한 사람으로 족하지만  그 망가진 인생을 구원하는 건 수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한 일이야.

 

 

드라마 <러아부>를 보면 경찰도 그냥 사람이고 직장인이었다.

취업이 힘든 세상에서 그래도 공무원이라 안정적이라는 메리트가 있고

작지만 안정적인 수입과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으로 청춘이 경찰에 몸담는다.

뭐 대단한 사명의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제복을 입어서 폼이 나고 그래도 뭔가 사회에 기여하는 직업이라는 것 나름 보람있으리라는 기대가 일단 경찰학교의 빡빡한 시간표앞에서 좌절되고 그리도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다시 취준생이 될 수 없다는 악으로 깡으로 버텨서 지구대에 발령이 나면 그냥 정신이 없다.

그나마 드라마에서도 책에서도 같은 동료끼리의 갈굼이나 갈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사람 모여있는 곳이 다 그렇듯이 빤질거리는 놈도 있고 꼰대같은 놈도 있고 의리가 있고 사명감이 있지만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다.

뉴스에서 보거나 사람의 입을 타고 전해지는 말 속의 경찰은 아니었다.

대단한 사명감으로 존경의 대상도 아니고 작은 권력하나로 마구 휘젓는 견찰도 아니고 그냥 직장인이고 생활인이었고  이웃이었고 가족이고 그냥 보통 사람이었다.

나쁜 놈을 보면 화가 나지만 이성적으로 대해야 하고 피해자가 안쓰러워도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휘두를 권력은 쥐꼬리 만하고 그것 조차 누군가를 다치게 하면 , 설령 그게 가해자거나 범죄자라 할지라도 그 책임은 오롯이 경찰이 지고 배상하고 경위서를 써야 한다.

경찰도 폭력이 두렵고 미친듯이 덤비는 범죄자가  무섭고   아무 잘못도 없이 재수없이 당하는 피해자가 안쓰럽고 안타까워도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사실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면 죄지은 놈은 반드시 벌을 받고 작은 피해도 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리라 믿었는데 세상은 참 허술하다.

관련법이 없어서 처벌이 어려운 경우가 허다가호

문자빙을 넘지 못하는 법은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을  그냥 보고 있을 수 밖에 없고

내 잘못이 아닌 성폭력앞에는 무지막지한  이차가해가 기다린다.

일이 터져서 누군가가 죽어나지 않으면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허다하다.

가정폭력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내 집에 내가 가겠다는 걸 막을 수가 없고 쉽게 구속시킬 사유도 없거니와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당장 가장이 없으면 먹고 사는 일 아이들 키우는 일이 막막할텐데 하는 마음에 아무런 변화없이 고대로 도돌이표가 된다.

폭력에 방치된 아이들

찾지 못한채 잊힌 실종 아이들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어 그냥 스스로를 죽여버리는 사람들

법을 너무 잘 알아서 마음껏 휘두르는 사람들

그들 앞에서 사실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건 순간적인 제복의 권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권위도 반복되는 쉬워지고 우스워진다.

 

 

누군가를 탓하고 책임을 지우는 일은 쉽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고 해결책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자녀교육을 들으러갔을 때 딱 와닿은 문장이 있었다.

아이를 잘못되게 망치는 일은 아주 쉽지만 그렇게 망가진 아이를 되돌리는데든 아이 나이의 곱절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식을 위한답시고 했던 행동들이 아이를 망치는 건 순간이지만 그 아이를 다시 제대로 돌보고 보살펴서 되돌리는데는 아이가 나이 먹은 시간의 곱절이 필요하다고 .. 그러니 아이가 더 나이 먹기 전에 내 양육을 돌아보라는 뜻일텐데

이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한 사람을 망가뜨리는 건 순간이고 단 한사람이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을 회복시키는 건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그러니 처음부터 누구도 망가지지 않아야 하는 것 그것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는 것

순간의 실수나 사고로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단단한 안정망을 가지는 일

그것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소소한 시시비비를 전부 법으로 해결하고 경찰을 동원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은 그 말단의 공권력에게

결국 대다수는 그 말단의 공권력이라도 의지하고 믿고 싶은데 그들도 힘이 없다.

 

읽고 나면 괜히 서럽고 기운이 빠져 그만 읽고 싶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다 읽는다.

알고 기억하는 일

어디선가 누군가는 비리를 저지르고 그 작은 권력을 휘두르며 상처를 입힐테지만 그가 전체는 아니라는 것 여전히 묵묵히 자기 자기를 지키는 보통의 경찰이 더 많을 거라는 믿음

그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그게 참 분하고 분하다.

 

좋은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읽어볼 가치가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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