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매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8
김금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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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프라이빗한 것이지만 동시에 쑈잉이기도 하다.

 

사랑은 두 사람만의 관계이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흐름이며 충돌이며 생성과 소멸 그 사이의 여러가지 과정들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드러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랑을 하는 것은 당사자 둘이지만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주변인 그리고 그 주변의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다.

지극히 사적인 관계인 동시에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관계이다.

사랑이 생성하고 자라고 갈등하고 다시 서서히 소멸해가는 과정은 그래서 두 사람의 에너지만큼이나 주변 사람들이 눈길 간섭  지나가는 한마디를 빼고 말 할 수 없다,

사랑이 보다 싱싱하고 건강하게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둘의 에너지와 열정 못지 않게 주위의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필요하다.

밀실에서만 꽃을 피울 수는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훈과 매기의 사랑은 일단 두 사람의 프라이빗한 관계에서 시작하지만 쇼잉으로 나갈 수 없다.

물론 예전 재훈이 입대하기전 짧게 두 계절을 사귀었던 사이였지만 다시 만나 사랑하는 관계에서 재훈은 나이를 먹었으나 그 환경이 그대로라면 매기는 (우리는 여기서 그의 다른 프라이빗을 전혀 알 수가 없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는 상황으로 환경이 변했다.

속된 말로 유부녀와 총각의 그렇고 그런 얼레리 꼴레리한 사랑은 누구에게든 자랑스럽게 내 보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조금 제정신이 아닌 다음에야...

둘은 늘 걸었다고 한다

함께 나란히 손을 잡고 같은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고 그냥 사이를 두고 늘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우리는 아무 사이가 아니어요~ 하는 포즈를 취하며 그렇게 걷고 걷고 또 걷다가 지치면 어딘가에 앉고 머무르고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처럼 섹스를 하고 헤어지는 사이

제주도에서 일 때문에 올라오는 매기는 른 무거운 보스턴백을 들고 다니지만 아무사이도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하는 재훈은 한번도 그 가방을 들어 준 적이 없고 매기도 들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그 가방의 무게만큼 그리고 두 사람이 멀찌기 떨어져 걷는 거리만큼 그리고 그렇게 무심하게 걷고 걸어온 거리만큼 벽이 있고 울타리가 있다.

사랑하는데 사랑한다는 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고 누구도 눈치채게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정해야 하는 룰도 많고 복잡하다.

사랑인데.. 사랑처럼 보이지 않는것

아니 연애인데  연애처럼 보여서는 절대 안 되는 것

그래서 확 타오를수는 있지만 지속되긴 어렵다.

꽃이 피려면 줄기와 가지와 뿌리도 필요하지만 바람도 햇살도 새들도 벌레들도 필요하다.

꽃이 피지 않은 연애란 그냥 서걱거리는 몸짓에 불과하다.

어쩌면 주변 모두가 연애의 냄새를 맡고 짐작하고 침묵할 뿐인데 정작 둘만 모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비밀연애가 그렇다. 둘만 비밀이라고 지랄지랄을 하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

 

당연히 첫 장 첫 문장에서 부터 흐르는 그 비밀 스러울 수 밖에 업슨 불륜같은 (아니 불륜 그자체)의 연애는 오래가지 못한다. 끝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관게가 계속 될 수는 없다.

에전 매기의 편지 글처럼 미래라는 것은 지금 현재의 지속되는 상태일 뿐인 것처럼

둘은 현재는 있지만 미래가 없다.

따로 아주 눈이 뒤집혀서 끝까지 가는 연애가 있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는 철저하게 당할 것을 각오하고 쇼잉해버려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쇼잉에 몸을 사리는 매기와 그런 태도에 별 불만이 없는 재훈의 관계는 이렇게 뜨뜻미지건하다가 끝내는 게 맞다.

이게 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가도 너무나 허무한 지점에서 그냥 끝! 하고 마감되는 것이다.

이렇게도 지리멸렬한 관계속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치뤄야 하는 셈이 있고 견뎌야 하는 무게가 있다.

쉽게 연애하는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묵직하게 떨어지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누가 연애하는 걸 알아보는게 싫었던 적이 있었다.

분명 두 사람은 좋아 죽었고 한시라도 안보면 유치하게 애타던 시간들을 보냈지만 딱 그건 두 사람의 문제이지 누군가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누구에게도 쇼잉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동시에 언제든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어짜피 끝이 날 것인데 소문 날 필요없고 호사가의 입담에 오르내릴 필요도 없고 모두가 짐작은 할지 모르겠으나 드러내놓고 말하기엔 뭣한 그런 것으로 묻어두기로 하고 시작하는 연애

그건 끝을 알지만 그 끝이 참 씁쓸하다.

누구때문일까

끝 난 연애를 두고 두고 생각한다.

이렇게 찌질하게 끝나버린 연애를 두고 그 책임공방에 혼자 머리가 시끄럽다.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것을

그때 스쳐가버렸어야 할 것을

재미 삼아 몇번 만나고 말일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으면서 언제든 끝낼 수 있다고 믿었으면서

막상 끝에 다다르면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묻고 싶고 누군가에게 따지고 싶고 그리고 스스로 몸서리치게 후회스럽고 분하다.

그 순간 그냥 딱 그 시간만큼을 잘라서 태워버리고 싶을만큼  이를 뿌드득 갈며분하고 억울해서 밤을 꼴딱 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한 참 후에 다시 생각한다.

그 시절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내 삶이 시시했을까?  얼마나 따분하고 밋밋햇을까

짧았지만 누군가를  미친듯이 사랑했던 기억들, 그래서 제정신이면 하지 못할 행동들과 말들을 기억하며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하지만 그 유치찬란하게 에너지가 끓어 넘치던 시간들에 감사한다. 좋은 기억을 주어서 고맙고 그 시간을 혼자 견디지 않게 해주어서 고맙고 그리고 사랑한다는 느낌 그 자체에 푹 빠질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누군가 대상없이 감사할 뿐이다.

 

재훈이 제주도까지 내려가 오래오래 유기농 가게  맞은 편에서 지켜보고 있던 시간들이 언젠가는 참 따뜻하고 충만하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만나 결혼식 부페를 먹으며 소화가 안되는 시기를 거칠지라도

조금 더 살고 조금 더 무뎌지고  늙어가면서 좋은 시간이었노라 할 때가 분명 온다.

사랑은  그리고 연애는 안하는 것 보다는 하는게 낫다.

그 순간 찌질하고 힘들고 억울하고 미쳤을지라도...

 

사랑이 연애가 성공이냐 실패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결혼까지 이어지면 성공이고 헤어지면 실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 시간이 채워졌는가 그것으로 충분하다.

당근의 무게 무의 무게처럼 휘청거리는 순간을 견디며 짊어지고 가는 것

개미들처럼 무엇이 목적인지 모르채 다들 가는 길로 낑낑거리며 기어가는 것

삶은 그런 것일진데

연애가 없어서야...

그것이 사랑이든 아니든  그 무게가 삶을 다 나쁜 길로 인도했든 아니든

삶은 누구나 그렇게 견디고 그 견딘 시간을 기억할 뿐이다..

 

재훈의 입장에서 본 매기 말고

매기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500일의 썸머>에서 썸머가 모든 남자들에게 쌍년으로 남았던 것처럼 어쩜 매기 역시 책을 읽는 남성독자에게는 그렇게 기억될 수도 있겠다.

그러면 좀 어떤가..

꼭 찌질한 것들이 헤어진 연인을 그렇게 기억하고 스스로 정신승리하더라만...

매기의 연애는 재훈과 어떻게 달랐고 어떤 무게로 견딘 거였는지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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