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의 소설을 읽고나면 쉽게 지친다.

환절기 으슬으슬 몸살이 오는 순간처럼 온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그저 드러누워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오돌오돌 떨고 있고 싶어진다.

제발... 왜자꾸 이러는데.. 라고  부탁하고 싶을 만큼  힘들다.

 

아이를 잃고 남편을 잃고 오래 사귄 연인과 헤어져야만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기다리는 임용에서는 떨어지고 누군가의 부고를 드고 가장 가까운 이를 의심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상실은 절망을 부르고 사는 일은 나를 바닥까지 끌어당긴다.

주위에서 악이 없이 재미로 오르내리는 구설수는 당사자들에게는 뼈를 때리는 아픔이다.

원망의 대상은 없어지는데 억울한 마음은 점점 커진다.

견뎌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무조건 이불 뒤집어 쓰고 땀을 내면서 견디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다 열병으로 뇌가 상하거나 탈진하거나 어찌 되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너무 가까워져도 아프고 멀어지면 서럽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마지막 작품이어서 다행이었따.

부재와 애도를 원망하지 않고 공감하기 시작한 주인공에게 박수를....

지난 작품집의 마지막 수록작 <서른>은 너무 아프고 아파서 힘들었따.

건강하고 안전한 거리에 대해 생각한다.

부재. 슬픔 원망 죄책감에 대해 때로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멀어지고 모른 척 해버리면 인간이 아니지만 너무 가까이 해도 인간으로 살 수 없다.

인간은 좋은 인간과 나쁜 인간으로 나뉘는게 아니다.

인간이거나 인간도 아니거나. 그렇게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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