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키다
오사 게렌발 지음, 이유진 옮김 / 우리나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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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부끄러웠다.

언제까지 니 이야기를 할꺼야? 이제 할만큼 하지 않았니?

라는 생각을 나도 했었다.

감추고 싶고  없었던 일처럼 여기고 싶었을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아무런 가감없이 있는그대로 보여준다는게 놀랍고 감동스러우면서 동시에  힘들고 짜증스러웠던 모양이다.

남의 힘든 이야기를 듣고 공감한다는게 어떤 기간동안은 가능하겠지만

만날때 마다 자기 이야기를 그것도 즐겁지 않고 어둡고 우울하고 힘들었던 이야기만을 쏟아내는 지인은 꺼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니까

<7층>을 통해 데이트 폭력을 이야기하고 < 가족의 초상> 과 <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를 통해 가정 폭력 (방임과 정서적 학대)를 이야기를 들었는데 또 뭐가 남은거야?

하는 마음이 첫마음이었다.

지금은 모든게 나아졌고 좋은 가족이 생겼고 사랑할  사람이 있는데

계속 과거의 아픔을 계속 되씹는게 무슨 도움이 되나 생각했다.

결국 나 역시 타인이었다.

끝낸다는 것 이제 그만해야한다는 것은 타인의 입장이다.

내가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타인의 이야기는 그렇게 마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내것이고 그 상처가 내것일 때는  마무리가 되고 아물고 흉터조차 희미해지는 시간은 짧을 수 없다. 언제든 오사가 괜찮을때 까지 되뇌이고 이야기하고 드러낼 수 있다.

이번 작품은 그렇게 상처가 아물어가는 쉽지않은  어쩌면 이제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이 더 힘들게 다가 올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겼다.

가족이라는게 안본다고 끝나는것이 아니고

누구나 타인에게 모질고 무책임한 자식으로 여겨지고 싶지 않을 건 당연하고

무언가 문제가 있다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진데

그것이 사람과 사람의 문제이고 더구나 가족이고 그 가족이 그 문제를 회피하고 여전히 모른 척 하고 있다면 쉽게 정리되고 마무리 되지 않는다.

아이를 위해 참고 다가가지만 가족은 쉽지 않다.

이야기는 다른 책과 달리 짧은 이야기들로 나뉘어져 있다.

아직도 상처받은 어린 아이를 달래야 하는 오사가 있고

시간이 지나서 나이들기만을 바라는 오사가 있고

받지 못한 사랑을 주기 위해 아이에게 지독하게 집착하는 오사가 있고

결국 참지 못하고 터트리지만 결국 전전긍긍하는 오사가 있고

기억 구석에 숨은 행복했던 순간을 꺼집어내는 오사가 있고

아직 미완석이고 마무리 되지 않은 갈등과 감정이지만 이제는 조금씩 놓아가는 오사가 있다.

 

남의 아픈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너만 아픈게 아니라고 무시하고 싶고 나도 그 못지 않다고 대들고 싶기도 하다.

굳이 아픈 걸 드러낸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오사 역시 달라진 것 없다. 스스로 바뀐 것 말고) 따지고 싶고 왜 그렇게 어둡고 칙칙하냐고 판잔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면엔 그걸 용감하게 오픈하는 그녀를 부러워하는 내가 있었다.

상대가 변하기를 끝내주기를 기다려줄 수는 없다.

결국 내가 힘든 것은 내가 내가 끊어내거나 내가 달라지는 수밖에....

나를 힘들게 하는 어머니가 죽으면 나아질까 하고 참고 참다가 결국 그 어머니가 아흔 아홉에 돌아가시더라는 말... 정신이 번쩍 든다

 

다음 이야기는 비슷하지만 조금은 달라진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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