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7의 고백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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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아니면 괜찮지 '

'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거잖아 '

아홉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점점 명화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들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는 상황과 인물들이 오로지 나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그건 이기적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다.

누구나 불행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걸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감동적으로 본 드라마속의 인물과 전혀 다른 경찰들이 등장해서 소년하나를 파렴치한 성폭행범으로 몰고가는 이야기나  (소년 7의 고백)

너만 아픈게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모든 잘못은 나로 인해 - 나의 자제력, 의지, 능력의 부족-벌어지는 것처럼 몰아가는 말들 그것들이 주는 콕콕 찔러대는 불쾌하고 아프지만 말할 수없는 고통

(불행한 사람들)

내 일이 아니니까 모른 척 했던 일과 내가 한 일이 아님에도 모든 비난을 뒤집어써야하는 일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그 속에 내가 갇혀버린 상황 ( 포스트잇)

불행의 원인을 누구에게 떠밀지 않으면 견딜수 없는 상황들

모든 것이 내탓은 아니가 니탓이라고 밀어버리고 싶은 본능과 아무데도 밀어낼 수 없어 구석으로 몰린 약한 아이들의  밑도끝도 없어진 수치심과 죄책감 (여진)

내가 밀려나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밀어내야만 한다는 강박

원인-결과가 아니라 결과에서 도출되는 원인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이유를 붙여대는 인물의 이야기  (이형의 계절)

내게 중요한 일과 소용없는 일을 적확하게 구분하게 만드는 말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결국 몽골리안의 시력을 가지고도 볼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 ( 때로는 아무것도)

모두가 일그러진 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타인의 불완전한 모습만 보는 사람들

바닷속에서 외롭게 돌아가는 소금 맷돌과  길을 막고 선 차들로 인해 아이의 죽음을 그대로 지켜봐야하는 부모  나의 이기심과 뻔뻔함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아이.. 세상은 기울어져 있고 일그러져 있고 느닷없다 ( 일그러진 남자)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그래서 아무것도 될 수 없었던 배우 이야기 ( 어느 연극배우의 고백)

 

이야기 하나를 읽고 그만 덮어버릴까 ... 한참을 고민하다가

또 한 이야기를 읽고 이젠 정말 그만 읽을까 하다가 또 다시 읽기 시작했다가

그냥 내리 다 읽어버렸다.

기왕 아플거 불편할 거 그냥 내쳐 겪어내고 말자

단편들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건들의 나열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섬세하게 쪼개놓고 보면 그 하나하나 아귀가 맞아지기도 한다.

귀찮은 일  불행의 냄새를 풍기는 일 아파보이는 일은 피하고 싶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이런 모습을 알지못하면 좋겠다. 나는 정의롭고 공정하고 꽤 괜찮은 사람이고 싶지만 그건 내 주위가 평화롭고 안온하며 느긋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안다 그저 내가 눈감고  몸을 돌리고 담장을 침으로서 유지할 수 있는 인격이다.

내 일이 아니어서 어떤 사건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았고  나쁜 짓을 하는 걸 번번히 목격했으므로 결국 사건의 주범이 아닐 수 없는 것이고,  못생기고 성격이 불안하고 행실에 문제가 있기때문에 파양을 당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고  남의 가정사에는 끼어들지 않은 것이 예의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건 나와 하등의 상관이 없을 거라고 믿는다

끔찍한 살인은 잘못이지만 공동주거생활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도 옳지않다고 나는 스스로 선하면서도  무심하고  냉혹한 심판관이 된다.

왜냐면 그건 나와 전혀 상관이 없으니까

소설을 읽고 혀를 차고 비난을 하고 판단을 내리는 나는 소설속 모든 상황과 인물과 나를 철저하게 분리시키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다르지 않다

쉽게 돈을 벌수 있다면 혹할 수 밖에 없고

문제아들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고 단단하게 믿고 있고

개인의 의지가 문제이기에 하면 된다는 유행지난 구호를 믿고 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판단한다.

상대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실대로 내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골라가며 보고 듣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어디에나 있으면서 아무데도 없다.

좋은 사람인 척  알고 있는 척 등등 누군가인척을 잘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간 얼굴도 할 수 있다.

사람은 악한 사람 좋은 사람으로 나뉘지 않는다.

일은 행복과 불행으로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다.

좋은 사람과 악한 사람사에에 무수하게 많은 유형의 인간들이 존재하고

행복과 불행 사이에 다양한 감정과 기분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상황들을 보여준다.

다만 내가 보는 것 아는 것은 일부이다.

 

소설을 읽고 나면 불편하다.

이러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드러내는구나.

소년범죄. 젠더차별적인 것 계층의 문제 타인을 용인할 수 없는 이기심

불안과 애착의 문제가 있구나 등등  얼마든지 잘난 척 하면서 판단하고 이해하고 읽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잘 난 척을 할 수 있는 건 철저하게 나와 이야기를 분리할 때 뿐이다.

이야기는 나와 다르지 않다.

내가 그 이야기속에 등장인물이고 그들이 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편한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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