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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7일 전쟁 ㅣ 카르페디엠 27
소다 오사무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꼰대들이나 부모, 어른들이 하는 일에 만족스러운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감히 반란을 꿈꾸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기껏 하루 이틀의 가출 쯤을 감행 할까. 그것도 간 큰 아이들이나 가능할뿐. 그러나 어른들 세계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고 가감없이 비판 할 수 있는 것은 구세대가 아닌 젊은이들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자 순수의 용기가 아닐까 싶다.
이들의 반란이 불쾌하지 않고 반가운 것은 로봇마냥 어른들의 명령에 고분고분 순응하는 게 아니고, 분명히 숨 쉬고 살아있음을, 주체적인 객체임을 드러내고 있어서이다. 비록 이 반란의 이유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더라도 어른들에게 당당히 맞짱뜨는 아이들의 모습을 귀엽게 봐 줄 수 있는 이유이다.
도심의 중학교에서 한 학급의 남학생들이 모두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빈 공장에 '해방구'란 이름으로 어른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그들은 누구의 강요도 없었고 특별한 의식 조차 없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였다.
어쩌면 본능적인 불안을 예감하였는지도 모른다. 또 알게 모르게 전공투(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 세대의 부모로 부터 투쟁과 같은 DNA를 물려 받았을런지도.^^
모든 것이 입시에만 초점 맞춰져 있고 지긋지긋할 정도의 규칙과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청춘들.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이제야 터진 것이지 결코 이른 것은 아니리라.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하는 체육 교사 사카이, 아이를 지워 돈을 버는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애인까지 두고 펑펑 돈을 쓰는 아빠를 자식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한 어른들은 '네깟것들이' 하며 얕봤다가 큰 코 다친 격이다.
이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대부업체에 돈을 빌렸지만 갚을 능력이 없어 납치를 당한 친구를 구출하고 시장 부정선거를 모의하는 현장을 도청하여 방송에 내 보내는 등 결코 아이들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치밀하여 놀라웠다. 굉장히 똘똘하고 야무진 중딩들이다.
툭하면 똥폼 잡고 잔소리만 늘어 놓는 어른, 아이들에게만 정직을 강요하고 정작 어른들은 탈세를 비롯한 온갖 나쁜 일들을 하지 않는가. 아이들에게 이런 어른은 절대 환영받지 못한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일본에만 국한된 상황이라고 눈 감아버릴 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의 추잡함과 비리를 늘상 보았다. 그리고 정당하고 합법적인 시위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아이들을 공부로 몰아가고만 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른들의 완벽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들의 해방구에서 한편이 된 어른, 전쟁을 겪었지만 버림받은 낙오자로 전락한 할아버지를 보라.
완전한 승리로 기뻐하는 아이들 편에서 환호를 지를 수 있는 나는 구세대로 묶이기 싫다지만 내 아이들은 나를 닳아 빠지고 구태의연한 어른들의 집단으로 분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