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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학부모가 헛고생하고 있다 - 잔혹한 입시전쟁, 길 잃은 학부모를 위한 최강의 지침서
최영석 지음 / 꿈결 / 2011년 12월
평점 :
대학 입시. 정녕 피해 갈 수는 없단 말인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전형으로 부모들은 길을 잃고 학원이니 컨설팅이니 하는 곳에 의지하려든다. 그나마 작년에 수능을 치른 이웃에게 물어도 딱히 속시원한 답도 없고. 결국은 이러한 학부모의 불안을 먹고 부피를 키우는 사교육은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다.
제목대로라면 나 역시 헛고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관심 없음의 영역인 입시가 이제야 관심 있음으로 들어오고 있으니 어쩌냔 말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학부모의 현실인것을.
어쩌면 내 자식이 1등급이나 2등급을 줄곧 유지하는 그래서 공부 잘하는 집의 학부모라면 시시때때로 바뀌는 입시 정책이니 정보들을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인 나 조차도 공부로 들볶지 않았고 또 아이들도 스스로 알아서 해 주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이다. 아니 평범은 아니다. 이정도면 방치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니 수능시험을 앞두고 자살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거라며 위로아닌 위안을 받는다.
사실 어떻게 보면 대학은 이제 경쟁력이 없어진지 오래다. 90쪽에 실린 통계 자료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 1996년 이후 일정한 설립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세울 수 있게 되자 대학생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에따라 고학력의 실업자가 양산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대학을 목표로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수능 당일 경찰차가 동원되고 비행기 운행시간이 조절되고 공무원들의 출근시간이 조정되는 등 이렇게 유난을 떠는 나라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에 목을 맨다.
그뿐인가 학교의 내신은 더 이상 변별력이 없다고 보는 대학들이 부지기수다. 주요대학들이 자신들만의 산출 방법으로 변환된 표준 점수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고 이런저런 정책들이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에 유리한 것임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근래의 사교육은 이런 특목고를 중심으로 과열되어 왔다.
'막간을 이용해서 살펴보는 입시의 역사 5'편을 보면 학원 브랜드와 관련하여 생존의 몸부림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참 재미있거니와 이 역시 그와 관련이 깊다. 여기서 말하는 유레카, 박학천, 초암은 대치동 3대 메이저 논술학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학원 간판을 내리게 된 경위 또 수학 중심의 페르마, 청산, 학림, 뉴스터니, 하이스트, 글맥 등의 학원은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기업화된 대형 학원으로 통원 버스만 봐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외에 토피아나 아발론 등의 학원들이 특목고 입시 브랜드로 성장하여 최고 강자로 군림하게 되는데 특목고 합격생 1천 명의 배후에는 특목고 입시생 1만 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이 대목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함과 동시에 크게 한숨이 쉬어 진다. 그렇다고 본다면 특목고가 아닌 입시를 앞둔 보통의 더 많은 수의 아이들은 이러한 상위 그룹 아이들의 들러리란 말을 농담처럼 주고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 아이가 결국은 그 들러리가 될 것이며 나 역시 1%가 아닌 99% 학부모에 포함되고 있으니 헛고생임이 뻔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 확실한 대안조차 없다.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의도가 아무리 좋았던들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상위 그룹의 아이들을 뽑고자 함은 벌써 공공연히 드러났다. 교육청에서 실시한 극히 일부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제설명회에서조차 결론은 성적이었음은 말해 무엇하랴.
우리 사회는 공공연히 아동 학대를 아무렇지 않게 집단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언제쯤이나 이런 입시전쟁에서 벗어 날 수 있을런지. 애들만 불쌍한게 아니라 학부모도 힘들고 불쌍한 건 마찬가지다.
여하튼 책은 입시에 대한 여러가지를 알려주고 있고 사교육의 맹점과 제대로 사교육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책의 중간 쯤에는 입시에 성공한 아이들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을 쓴 저자들의 비법을 파헤쳤는데 이들이 주장하는 자신의 평범은 절대 아니라는 것. 솔직히 이들이 평범하면 그렇지 않은 대다수는 바보란 말인가. 공부에 있어서는 지독한 악바리이며 근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아이들에겐 그러한 끈기, 자기통제력, 목표에 대한 집착 등을 갖추고 있는 독종이다. 요즘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자기주도형이 확립된 아이들임은 물론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공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일부는 맞는 얘기이고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수능에서 수학의 변별력이 높은 이유가 되고 있다. 영어는 부모의 경제력이 유리한 조건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수학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로 출제되고 있어 이것은 공부방식이나 질의 문제로 가정 경제에서 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러한 주장은 책의 앞부분에서도 언급됐던 부분이다.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에서 영어가 아닌 수학으로 아이들을 선발하려는 것이 이 부분에서 보다 명확히 설명된다.
책은 무조건 학원으로 돌리라거나 공부는 혼자해야 하는 것이라며 강요하지 않는다.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공감하는, 그리고 객관화된 자료를 제시하며 정리해주고 있어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부록에 실린 성적표의 예시를 들어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등을 설명한 것은 고입을 앞둔 부모들에게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아흑~ 어쨌거나 공부가 아닌 다수의 아이들에 대한 방향은 어떻게 지도 해줘야하냐고.ㅠㅠ
아무리 경쟁체제라지만 상위 그룹을 위한 책이나 정보만 수두룩한 것은 참으로 아쉽다.
입시가 전쟁이 아닌 상식이 통하는 수준을 바라는 일, 아직은 무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