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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닷새 ㅣ 사계절 1318 문고 71
이준호 지음 / 사계절 / 2011년 7월
평점 :
살면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사실 말을 섞지 않은 상태에서는상대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 선입견이란 것이 의지와 상관없이 불쑥 끼어들 때도 있지 아니한가.
책 속에서의 좋은 예가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가 쫓기는 것도 그와 관련이 깊다.
주인공 최담은 학교의 일진에 속했다. 주위의 일진 친구들은 담이의 생일 선물을 빌미로 돈을 걷어 선물을 했고 학교에서 그 사실을 알고 추궁하자 친구들은 모두 자신에게 등을 돌린다.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았다는 모함으로 상처를 받은 담이는 학교도 안 가고 무작정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향한다.
전작인 <할아버지위 뒤주>에서와 마찬가지로 판타지로 스토리를 엮어가는데 몰입도와 재미는 한참 떨어진다.
책 속의 다른 책을 만나는 경우는 흔하지만 꼭 그 내용을 알 필요가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책은 한두 권의 책이 언급되는 것이 아니고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더 쉽게 이해가 간다. 책 속 주인공 담이는 명작 속 인물을 통해 친구들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녹여 낸 메세지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이미 그 책의 내용을 여기저기 짜집기 하여 모험 스토리를 엮어 가는데 너무 많은 책이 등장해 신선한 맛도 없고 명작과 판타지란 고리가 자연스럽지 않고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다음엔 어떤 책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은 많이 반감된 상태다.
잠자리를 잡아 먹는 사마귀를 통해 자신이 먹이피라미드 꼭대기의 포식자처럼 아이들 위에 군림했음을 느끼지만 그보다 먼저 가슴에 걸렸던 것은 '신밧드의 모험'에 등장한 노인이 "넌 이제껏 남한테 몹쓸 짓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하는 말이었다. 이 말은 담이처럼 불량학생으로 찍히지 않은 일반 학생이나 어른 모두에게 쉽게 통과되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는 턱하고 걸릴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뭐 누구나 한두 번의 실수나 나쁜 짓은 할 수 있는 거지,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길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 댁에 온지 닷새. 뱀에 물려 정신을 잃은 동안 단 몇시간의 꿈인지 현실인지 헛갈린 가운데 명작 스토리를 속으로 들어가 경험한 모험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액자 구조의 형식을 띤 것처럼) 그것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게 된 담이는 겉모습이 아닌 내면 즉 마음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명작의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는 장치가 썩 공감가지 않으니 감동도 적고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무래도 서사의 탄탄함이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