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에게 처음어린이 2
이오덕 지음 / 처음주니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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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향기, 나무 숲의 향이 나는 혹은 방금 버스가 지나가고 난 후 먼지 폴폴 날리는 신작로에 서 있는 것 같은 수수함이 느껴지는 시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책 속에 앉아 있는 듯 하다.
이오덕 시인은 빈말로 재주를 부리고 기교를 부려 쓴 시를 역겨워 하셨고,
화장술로 겉 껍데기만 요란하게 다듬고 꾸미는 걸 싫어하셨다.
그런의도라면 시에도 진정성이 느껴져야 하고 정직하고 사실성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인의 생전에 발표했던 시집 가운데 42편을 골라 그림과 함께 다시 엮은 시집이다.

포플러란 시의 일부를 옮겨보면,
살이 찌면 무엇 하게/불룩한 뱃속은 썩어/박쥐들의 집 아닌가?/오래 살아 무엇하게,//
아무래도 생각 부족이야./센 바람이 오면 순식간에/넘어질 걸 짐작 못 하는/바보 아닌가?

뭔가 찌리릿 했던 싯구절로 일반적인 동시집에서의 예쁜 단어를 조합하고 늘어놓은 시와는 다른 느낌이 분명히 있다.
이오덕 님의 다른 시집을 읽어보고 싶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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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신 중학년 책가방 동시 -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엮음, 우연이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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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시 한편이 내 마음을 뭉클.

동시에 슬픔이 담긴 것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동시라고 해서 잔뜩 미화한 시보다는

가끔은 이런 감동적인 시가 더 아름답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꽃밭과 순이

             -이오덕




분이는 따리아가 제일 곱다고 한다.

경식이는 칸나가 제일이라고 한다.

복수는 백일홍이 아름답단다.

그러나 순이는 아무 말이 없다.




순아, 넌 무슨 꽃이 더 예쁘니?

채송화가 제일 예쁘지?

그래도 순이는 아무말이 없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순이.




순이는 목발로 발 밑을 가리켰다.

꽃밪을 빙 둘러 새끼줄에 매여 있는 말뚝

그 말뚝이 살아나 잎을 피우고 있었다.

거꾸로 박혀 생매장당한 포플러 막대기가!




이 시외에도 윤동주님의 ‘애기의 새벽’이란 시에서 나라 잃은 슬픔과 가난을 노래한 시가 눈에 띄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글을 쓰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했겠지만, 은밀하게 독립을 이야기 했을 당시의 분노와 슬픔이 전해진다.




우리 집에는/ 시계도 없단다./다만/애기가 젖달라 보채어/새벽이 된다.




이원수님의 <고향의 봄>과 함께 많이 읽히는 시인 찔레꽃이란 시의 배경도 일제 강점기로 예상되는 시 역시 아릿함이 전해져 온다.

이처럼 여러 가지 좋은 시를 한 번에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시리즈의 좋은 점이다.

중학년 책가방 동시란 타이틀을 달고 나왔지만 굳이 학년에 구애 받지 않고 고학년도 읽을 수 있는데 이렇게 중학년이라고 제한을 둔 것 같아 아쉽다. 아이들은 자신의 나이 보다 낮다고 생각되는 책은 일부러 안 읽는 경향이 있고 더구나 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연령의 제한은 두지 않았으면 한다.

김용택 시인의 ‘콩 너는 죽었다’라는 시는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교과서에 실려 있어 아이들이 반가워 할 작품이기도 하고 그래서 시를 읽지 않는 아이들도 김용택 시인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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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신 고학년 책가방 동시 -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엮음, 오동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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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즐겨 읽지 않는 울 아들 녀석이 ‘김용택 시인 나도 아는데~’하며 아는 척을 해 온다.
이렇듯 동시와 친하지 않은 아이들도 섬진강 작은 학교의 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시는 시는 그래도 읽어보려는 시도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시는 짧고 함축적인 언어이기에 술술 읽힐지 모르나,
그만큼 가슴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읽어야만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 한편에 세상이 담기기도 하고 웃음과 감동이 살아 꿈틀대기도 하는데

발톱, 손톱에 ?낀 때가 시인의 가슴에는 시심을 당기니 시인은 아무나 될 수 없는 것 같다.
이뿐인가 매일 가는 시장이나 마트에서도 시인의 마음을 움직여 재미난 시로 태어나니 말이다.
이렇듯 졍겨움과 사랑이 넘치는 이들 시인의 가슴에 예쁘고 아름다운 동심의 꽃씨가 가득한가보다.  

 

모나고 매끈하지 못한 내 마음이 ‘모서리’란 시가 내게 매섭게 한 마디 하는 것 같다.
이 시를 읽으며 내 모난 마음이 무뎌질 수 있다면 좋겠다.

모서리

        -이혜영

“아야! /아유, 아파.”/책상 모서릴 흘겨보았다./“내 잘못 아냐.”/모서리도 눈을 흘긴다.//

쏘아보는 그 눈빛이/나를 돌아보게 한다/어쩜 내게도/저런 모서리가 있을지 몰라./

누군가 부딪혀 아파했겠지./원망스런 눈초리에/“네가 조심해야지.”/시치미뗐을 거야.//

모서리처럼/나도 그렇게 지나쳤겠지.//

부딪힌 무릎보다/마음 한쪽이 / 더 아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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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신 저학년 책가방 동시 -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엮음, 조민정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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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이 챙겨준 동시모음은 우리나라 최고의 동시 작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교과서에서 자주 이름을 보았던 시인이나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라 할 윤동주 시인의 시 등

여러 작가의 주옥같은 시를 한꺼번에 읽을 수 있어 정말 좋다.

나는 시를 좋아하는 편이나 점점 아이가 클수록 시와 멀어지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데 어떻게 하면 시와 친하게 할지, 시인들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예전 국어시간에 했던 공부처럼 하나하나 시어를 분석하거나 파헤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볍게 읽거나 즐겼으면 좋겠는데 시는 따분한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울 아들이 말이 느려 고민하던 차에 동시를 많이 읽어주면 좋다고 해서 한 때 시집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있어주던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 ‘섬진강 작은학교’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세 권의 시집을 한꺼번에 받게 되어 넘넘 기쁘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솔직히 일부러 시집을 찾아 읽지 않게 되니 말이다.

이 책이 다른 시집과 다른 것은,

시를 소개하고 그 아래에 김용택 선생님의 해설을 달아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아~ 김용택 시인은 안도현 시인과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만날만날 같이 노시는 구나~ 또 시인은 꽃밭을 좋아하시는 구나...등등 해설을 읽다보면 선생님과 더 가깝게 느껴지게 된다.

고운 글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가슴과 귀를 간질이는 이 느낌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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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래고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2
이옥용 동시집,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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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고 고운 소리로 인사를 건네면 무엇인가도 내게 그렇게 안부를 물어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야말로 사랑스럽고 예쁜 꿈을 꾸게 한다.

시를 읽는 것은 그런 예쁜 꿈을 자주자주 꾸게 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무생물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보내고 관심을 가지다 보면 그 내면이 투명하게 비춰질지도 모를 일^^

시인은 그런 투시 안경을 가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들이야 때 묻지 않은 심성을 가졌겠지만 그중 시인은 더 곱고 순수함을 많이 가지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안쓰러움과 속상함도 시를 통해 어루만져 준다.

더군다나 귀엽고 발랄한 삽화로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과 빨간 표지로 만들어진 시를 읽으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덥고 짜증스러워 하는 여름 짤막한 시 한 편씩 읽으면서 무더위를 식혀보는 것은 어떨지^^

특히나 심심 편에서의 시들은 상큼한 미소가 지어지는 시들이 많다.

일부러 더 크게 웃어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 관심을 보인다 싶으면 이 시부터 읽어줘야지~

 

 

껍질 벗긴 감자

요리사는 한 줄 한 줄

감자의 외투를 벗겼다.

하얀 몸이 드러났다.

에어컨을 튼 채 요리사는 나갔다.

감자는 추워서 새파래졌다.

“내 옷 돌려 줘!"

요리사는 못 들은 척했다.

감자는 두려워서 시꺼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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