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아빠 백점 엄마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시집,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동심원 14
이장근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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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거실 한켠의 작은 책꽂이에 꽂아 두었더랬다.
평소 어린이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남편이 책을 꺼내 본다. 작고 귀여운 표지도 한 몫 했겠지만 그보단 제목이 눈에 띄었을게다. 내심 본인은 몇점짜리 아빠일까 싶었겠지. 왜 안 그랬겠어, 나도 그랬는데.^^
"빵점 아빠 백점 엄마"
얼마전 아빠가 냉장고보다 못한 존재로 쓴 솔직한 동시가 화제가 된바가 있다.

이렇듯 동시는 아이들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장르이며 여백이 많아 한꺼번에 후루룩 마시는 음식이 아니라 홀짝홀짝 음미하여야만 그 느낌이 다가온다는 게 평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넓은 공간인 여백을 느끼기도 전에 다른 시로 넘어가기엔 아깝다. 그럼에도 궁금한 조급증을 참지 못해 휘리릭 보긴 하지만 가급적 여러번, 혹은 며칠에 걸쳐 읽으려 하는 편이다.

솔직히 동시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찾아 읽게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내게 찾아온 동시집은 어떤 책보다 반갑다. 사실 동시를 이렇게 꾸준히 내는 출판사도 많지 않은 것은 아이들 역시 동시를 외우기보다 아이돌가수들이 부르는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시집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이니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면 좋겠다. 내가 좋아서 아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해주긴 하지만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도 동시의 맛을 즐기지 못했음이 두고두고 아쉽기 때문이다.
요즘의 동시를 보면 내가 어릴 때보다 내용적으로 훨씬 풍부한 것 같다. 현실을 반영한 시도 많고(그래서 우울하기도 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에 놀랄 때가 많다. 이런 놀라움은 아무리 어린이 책을 많이 읽는다해도 한 권에 여러 차례 경험하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동시집은 굉장히 흔하다. 그래서 나는 동시가 좋다.헤헤~~

남자들의 약속

 
남자가 셋이나 되는 집에서
한뿐이 여자 마음 몰라준다고
엄마가 집을 나가다.
쓰레기 버리러 나간 엄마가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가 잘 가느 운동장에도 없고
길 건너 공원을 샅샅이 찾아도 없다.
나는 쿵쿵거리는 가슴으로
다리 밑에도 살펴보았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집이 발칵 뒤집힌 줄도 모르고
새벽에야 들어온 엄마,
차 안에서 음악 듣다
그만 잠들었단다.

엄마 앞에서 남자끼리 약속했다.
양말 세탁기에 골인하기
자기 이불 자기가 개기
신발 얌전히 벗어 놓기
튀지 않게 오줌 누고 물 꼭 내리기
밥 차릴 때 숟가락 놓기.....

손꼽아 보니
어려운 일 한 가지도 없다.


ㅋㅋ 나도 한 번 해봐~ 그런데 사춘기 애들과 남편, 안 찾으면 어쩌지.
자유다~ 하고 소리치면 어쩌지...해봐? 말어? 고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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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박한별 동심원 4
박혜선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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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사실 그보다는 쪼매 크다) 작은 동시집.
동시란 선입견이 발랄하고 귀엽고...뭐 그런 기분 좋게 할 줄 알았다.
제목도 그럴 것으로 예상했으니까. 그런데 이거 왠걸,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무겁다.
왜?
아이의 마음이 오롯이 담겼있어서. 당연하겠지. 동시나 동화나 아이의 마음이나 생각이 담기지 않으면 안되는 거니까. 그런데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콕콕 마음을 쪼아 댄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 댁에 내려온 한별이가 시골을 무대로 위풍당당하게 변화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가을 찬바람에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듯하다.
'엄마 만나러 가는 길'이란 동시엔 딱 두 줄로도 한별이의 아픈 마음이 표현되었다.

가는 길만 있고
오는 길은 없었으면 좋겠어


휴~ 이혼에 아이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도 않을 뿐더러, 이혼 전부터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모습까지 자주 목격했으니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그런데 부모가 아닌 덜렁 할머니집에 남겨져있으니, 그 상처가 오죽할까.
정말 웃음 먹는 괴물이 나타나 엄마와 아빠, 한별이의 웃음까지 먹성좋게 몽땅 먹어치운 걸까?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나면 활짝/요쿠르트 아주머닐 봐도 활짝 웃던 엄마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하하/경비 아저씨를 봐도 하하 웃던 아빠
그런데 이상하다/집에만 들어오면/엄마 얼굴에 웃음 뚝!/아빠 얼굴에 웃음 뚝!   

우리 집에 웃음 먹는 괴물이 사는 걸까? 

그래서 이 동시집에는 부모의 부재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보다 더 서글프고 어른으로서 미안한 것은 한별이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는 어른들이다.
'들을 지나 집으로 가는 길'이란 시 때문이다.

아빠에게 나는?/재혼할 때 걸리는 혹
내 생각이 아니고/동네 사람들 얘기다.


그럼에도 한별인 엄마 없다고 놀리는 친구를 따라가 등짝 한 대 갈겨주며 위풍당당하게,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며 작가는 후기에 적었다. 한별이가 새 가족이 생겨 서울로 올라와 실실 웃고 다닌다며. 그리고 자신은 한별이 고모라고 밝혔으니 안심해도 되겠지.
어디에 있을지 모를 또 다른 한별이를 나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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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 ‘국제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 동심원 1
이준관 지음, 최혜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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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운동이랍시고 중랑천 변을 걸으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오는 쑥이나 노란 민들레를 보며 눈길을 떼지 못하고 그 즐거움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다음날 또 다른 모습으로 기쁨을 준다. 간혹 언 땅이나 돌 틈을 비집고 흙을 움켜쥐고 뿌리를 내려 나도 좀 봐달라고 얼굴을 내미는 초록빛에 감탄과 경외를 보이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시인은 생명이 없는 것에 숨을 불어 넣어주는 신비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꽃이나 나무가 때론 열려있는 창문이 시인에게만 소곤소곤 속삭이는 것 같아 질투가 날 지경이다.^^

작고 귀여운 사이즈의 시집을 읽으며 유난히 내 마음에 들어온 낱말은 ‘골목’이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밤늦도록 숨바꼭질하고 놀던 장소가 이제는 사라져 가는 안타까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깔깔거리던 웃음소리조차 사라진 지금의 골목과 놀이터는 삭막하기만 하다.

<진짜 골목>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 같지 않다
참새들이 전깃줄에 떼 지어 앉아 재잘거리고  

전봇대에 오줌을 갈기고 가야
골목 같다
서로 밀치고 싸우던 아이들이
금방 잊어버리고
마주 보고 해해해 웃어야
골목 같다
골목길을 달리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쪼끔 나야
골목 같다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 같지 않다   

바람이 차고 가는 깡통처럼
왈그락달그락 소리가  나야
진짜 골목 같다

마음껏 흙 묻히며 놀 수 없는 아이들에게 시심이란 게 있을까 싶은 염려가 들기도 하는 건 워낙에 아이들이 거칠고 사나워져서 그런가 보다. 아이들에게 시를 많이 읽어주면 아이들의 감성이 말랑해지고 착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시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여겨 어릴 때부터 거리를 두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바빠도 시 한편 읽어주지 못할 부모는 없을 텐데 왜 그런지 아이들에게 시를 읽히는 빈도수가 적다.

말이 느렸던 아들 녀석의 언어 발달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한때는 시를 많이 읽어 주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시를 언제 읽어주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시에 대해 알지 못해도 나는 그냥 좋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정화되는 그 느낌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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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내 부하 해 -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과 함께 어린이 시 쓰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 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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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어린이 시 쓰기’ 책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교사로서의 마인드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에 대해 또 우리 교육계에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존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보통의 아이들보다 상처 받은 아이들을 가진 부모라면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들 부모에게는 더 바랄 것 없는 교육자 상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하이타니 겐지로에 비견할 선생님이 없을까?
얼른 떠오른 사람은 김용택, 이오덕 두 분 선생님이 생각나긴 하나 하이타니 겐지로의 감동만큼은 아니라는 것을 조심스레 꺼낸다.
그렇기에 이 사람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칠까가 궁금했다.
아이들의 시는 무한한 상상을 해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되어야 함에도 우리의 교육은 그것과는 한참 동떨어진 교육을 한다. 정말 시를 재미없고 싫어지게 한다.
시를 배우면서 해체 내지는 분해한다. 굳이 시를 통해 주제니 운율이니 하는 것을 알아야 할까?
시는 머리로 읽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일는 것이어야 하는데 알게 모르게 그런 압박을 가지는 아이들은 시 쓰기에 두려움을 가지게 한다.
다행히 위에 언급한 두 분 선생님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쓴 시는 어른들도 깜짝 놀라울 만큼 어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은 순수함이 엿보여 좋았던 느낌이 남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이유다.

하이타니 겐지로가 말하길 아이들은 작은 것을 커다랗고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뛰어난 눈과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른들을 관찰하여 재밌는 시 쓰기를 유도하였다.

우리 어른은 누구보다 아이들의 말과 눈을 무서워해야 한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 부당함 등을 시를 통해 세게 말하였다. 헉~ 하고 가슴을 때렸으니까.

어른들의 구태의연한 표현, 여기서는 의성어 같은 것을 실제 자기 귀로 들리는 대로 쓰라고 한다. 
 

닭 - 5학년 시로야마 구니코

아침 찬 공기를 / 찢을 듯이 닭이 운다/ 꼬까파 꼬까파/까파 까파 꼬까파/ 배고프구나?/까파 까파 까파/ 알 낳는구나? /꼬아 꼬아 꼬아/ 까까까까까까까 /나는 닭과 친구라서/전부 다 알아 듣는다.

아이들이 시를 어떻게 쓰든 그 표현 방법을 지적한다거나 해서 솔직함을 담을 수 없다면 아이들의 시 속에서 톡톡 튀는 재미를 발견 할 수 없다. 누가 과연 ‘선생님, 내 부하 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시를 쓰는 시간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아이들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마음껏 표현 할 수 있는 분위기라야 가능하다.
바로 그것이 내가 하이타니 겐지로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동화가 아니더라도 ‘역시~ 하이타니 겐지로’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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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난다 신난다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동심원 3
이병승 외 지음, 권태향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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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화보다 시는 분량이 짧으니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기도 어렵고 목도 덜 아픈데 이상하게 시집을 읽는 아이들이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 뭐 그건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를 읽는 어른들 또한 본 적이 없으니.
감각적이고 거친 말을 쓰는 요즘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동시가 아닐까?
요즘 아이들 동요도 안 부르고 어른들이 부르는 가요만 따라 부르니 점점 동요나 동시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동요를 부르고 시를 암송하는 아이를 그 친구들은 어떻게 볼까? 혹시 왕따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1학년짜리 조카도 가요를 얼마나 잘 따라 부르던지 내가 부를라치면 가사가 틀리다며 고쳐주곤 한다.
생각해보니 조카를 가끔 만나더라도 꼭 그림책 한 권씩이라도  읽어주지만 아직 동시를 읽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제목부터가 통통 빗방울 튀듯 경쾌하다.
가급적이면 동시는 심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여기 실린 시를 보면 사회문제나 묵직한 문제를 어쩌면 이렇게 기발하게 담았을까 하며 감탄을 하였다. 역시 시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하면서.^^

고양이 기사
동네 골목 전봇대 옆 으슥한 곳에 /무시무시한 까만 봉지 괴물 / 빵빵한 배를 퉁퉁 치며 자고 있어요// 고양이 기사가 발톱으로 가르면/ 빨간 리본의 사과 껍질 소녀가 나와요/ 참치 캔 깡통 로봇도 나오고/ 신문지 박사와 샴푸의 요정도 나와요//썩지 않는 비닐 감옥에/천 년 동안 갇혀 있을 뻔했다며/ 고양이 기사에게 박수를 쳐요// 으쓱해진 고양이 기사는/ “뭘, 이까짓 걸 가지고....“// 깡마른 생선 뼈 아가씨 하나 물고/ 담장 위로 폴짝 사라지지요//하늘이 반달눈으로 살짝 웃어요.

 때론 시를 도구로 어른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한다.
‘정전‘이란 시에서 전기가 나가서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이 상할까, 빨래는 언제 다 할까, 청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산더미처럼 쌓인 일 앞에서 넋 놓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은 엄마가 지난번 아빠랑 싸우고 집 나갔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뿐인가 시는 속상한 아이의 마음도 굉장히 간결하게 표현한다. 아무런 미사여구 없이.

 

석구
작년엔 홍석구였는데/올해는 박석구가 됐다/성만 바뀌었을 뿐인데/키가 한 뼘은 더 커지고/말도 없어지고/어딘가 아파 보였다/등도 굽고 땅만 보고 다닌다/우리한테 석구는/그냥 석구일 뿐인데.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시를 읽어주잔 새로운 결심을 해본다.
표현력도 풍부해지고 어휘력도 는다는 것이야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옛날 울 아들 말이 늦을 때는 시를 많이 읽어주었는데 이후론 별로 시를 읽어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라도 재밌는 동시 한 편씩 읽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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