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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 ‘국제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 ㅣ 동심원 1
이준관 지음, 최혜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평점 :
봄에 운동이랍시고 중랑천 변을 걸으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오는 쑥이나 노란 민들레를 보며 눈길을 떼지 못하고 그 즐거움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다음날 또 다른 모습으로 기쁨을 준다. 간혹 언 땅이나 돌 틈을 비집고 흙을 움켜쥐고 뿌리를 내려 나도 좀 봐달라고 얼굴을 내미는 초록빛에 감탄과 경외를 보이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시인은 생명이 없는 것에 숨을 불어 넣어주는 신비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꽃이나 나무가 때론 열려있는 창문이 시인에게만 소곤소곤 속삭이는 것 같아 질투가 날 지경이다.^^
작고 귀여운 사이즈의 시집을 읽으며 유난히 내 마음에 들어온 낱말은 ‘골목’이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밤늦도록 숨바꼭질하고 놀던 장소가 이제는 사라져 가는 안타까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깔깔거리던 웃음소리조차 사라진 지금의 골목과 놀이터는 삭막하기만 하다.
<진짜 골목>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 같지 않다
참새들이 전깃줄에 떼 지어 앉아 재잘거리고
전봇대에 오줌을 갈기고 가야
골목 같다
서로 밀치고 싸우던 아이들이
금방 잊어버리고
마주 보고 해해해 웃어야
골목 같다
골목길을 달리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쪼끔 나야
골목 같다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 같지 않다
바람이 차고 가는 깡통처럼
왈그락달그락 소리가 나야
진짜 골목 같다
마음껏 흙 묻히며 놀 수 없는 아이들에게 시심이란 게 있을까 싶은 염려가 들기도 하는 건 워낙에 아이들이 거칠고 사나워져서 그런가 보다. 아이들에게 시를 많이 읽어주면 아이들의 감성이 말랑해지고 착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시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여겨 어릴 때부터 거리를 두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바빠도 시 한편 읽어주지 못할 부모는 없을 텐데 왜 그런지 아이들에게 시를 읽히는 빈도수가 적다.
말이 느렸던 아들 녀석의 언어 발달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한때는 시를 많이 읽어 주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시를 언제 읽어주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
시에 대해 알지 못해도 나는 그냥 좋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정화되는 그 느낌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