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리 개구리 깃발 식당 - 요리와 사랑에 빠진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박이정 각색, 김현철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레오나르도에게 '천재'라는 말을 붙이는데 주저할 이는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술, 음악, 수학, 건축, 천문, 지리, 해부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재능도 그러하지만 그 업적도 놀랍다. 거기에 보태서 요리에까지 높은 관심을 보여 이와 관련한 기계나 도구를 만들어 낸 것 또한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는 사실은 잘 몰랐다.
그도 그럴것이 1981년에서야 그가 쓴 희귀 노트 한 권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요리에 관해 쓴 짤막한 글들의 소책자인 <코덱스 로마노프>에는 요리 레시피와 식이요법, 식사예절, 주방도구와 조리기구와 관련하여 그림들까지 세세히 기록되어 있는 126쪽의 요리책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 인체 비례도와 같은 유명한 그림이나 실용적인 과학 결과물들이 전부였다. 그러니 다빈치가 요리에 관해서도 뜨거운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 하나라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읽게 된 '들어가는 말'에서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따른 설명은 앞으로 읽을 본문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 생각했다. 예를 들면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캐비아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서민 음식인 캐비아 요리는 폴렌타(죽의 일종 Polenta)보다도 못한 음식으로 취급했다는 것이 그러하다. 시덥지 않은 얘기로 김을 빼지 않아 좋은데 싶었다. 가독성도 좋은 편이고.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 부분이 각색 부분이라면 뒤쪽에 실린 것이 노트에 적힌 짤막한 글인 셈이된다.
앞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차라리 다빈치가 쓴 기록을 그대로 옮겨 놓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일정 부분이 겹치기도 하고 각색한 부분과 원본 노트가 스토리가 없다 뿐이지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다.
산타마리아 수도원에서의 '최후의 만'찬이 탄생되기까지의 비화라고나 할까 싶은 부분과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준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라는 장사꾼의 부인의 초상화를 의욕을 불태우며 1년간 꼬박 그려서 탄생한 '모나리자' 등에 대한 부분. '먹을 수 있는 끈' 이라 할 신개념 국수 등이 흥미로웠다면 흥미로웠을 부분으로 기억된다.
또 하나 프랑스군의 대대적인 공습이 시작 되었을 때, 이전에 만들어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겨자 추수기나 장작 나르는 기계, 후두까기용으로 만들어진 기계가 잠깐이나마 활약한 부분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아마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다빈치가 다양한 무기를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니면 실제로 성능 좋은 무기를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라면.

그런데 책을 넘길수록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중에는 '이걸 다 읽는 건 시간 낭비야!'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요리에 대해서도 대단히 큰 관심을 가졌다는 정도 외에는 특별히 건질 게 없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지의 눈물
김연정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백두산이 북한에 위치하였고 휴화산인 연유로 화산으로서의 위력을 실감하지도 못했고 그 위험성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조차 없다. 발해의 멸망이  백두산의 대규모 폭발로 인해 멸망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자체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니까. 그리고 천 년 전에 있었던 백두산의 폭발은 베수비오의 50배 위력이었을 만큼 굉장히 강하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알았으니 우리 민족의 영산이 어떻고 저떻고 해도 실감은 커녕 잊고 살았다는 것이 맞겠다.
최근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우리야 감지 하지 못하지만 인근에 미진의 횟수가 잦다는 것만으로도 예측 가능한 일이라 하니 마냥 관망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또한 유럽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사람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으니 백두산의 폭발을 다룬 이 책은 당연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로 화산이 폭발한다면 그것을 인간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끔찍한 사태를 최소화 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의 백두산  아래 첫 마을 이도백하에서 우리나라, 북한, 일본, 중국의 지질 학자들이 모인다.
모든 일은 정치적이라고 하는 말처럼 각각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옳고 그름을 바르게 알려야 할 학자의 양심을 지키려 남한으로 망명한 리성철과 딸 서희.
가이드 역할의 선화와 우리나라의 정박사를 도와 함께 온 승현 등의 여러 인물들이 골고루 비중을 가지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래서인지 백두산 대 폭발을 통해 발해 멸망의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도 아니고 동북공정에 대한 정면 비판도 아닌 어정쩡한, 스토리 전개도 박진감이 넘치거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 같은 것도 많이 떨어지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심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집약적인 내용의 부실이라고나 할까. 다만 위기 의식을 조성하고 중국의 동북공정과 북한과 남한의 심리적 거리와 무관심에 대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했다.
기대를 너무 한 탓일까....많이 아쉽다.
'처음에는 우리도 서로를 위해 눈물을 흘리게 될 거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모르고 우르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만 했단 말이다.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 줄 걸 그랬다. 원망할 게 아니라 차라리 용서하고 이해해 줄 걸 그랬다. 그들은 단지 우리에게 다가오는 법을 몰랐던 것뿐인데,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벽을 세워 버렸다.' ( 396쪽)


몇몇 오탈자가 눈에 띄었다. 앞부분의 놓친 것을 빼더라도,
163쪽 밑에서 여섯 번 째줄- 시비를 거는
318쪽 중간- 다시  번 승현이 소리치지만
396쪽 아래- 우르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푸른도서관 4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는 말한다. 차마 설명할 수 없는 역사를 위하여 이 책을 썼노라고.
서불진언 언불진의(書不盡言 言不盡意, 글은 말을 다할 수 없고, 말은 마음을 다할 수 없다)고 오월의 정신을 어떻게든 써내고 싶지만 그날을 정면으로 다루기엔 많은 심적 고통을 동반해야 했다. 한 마리 방울새가 되어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는 기분으로 쓰고 지우고 했다는 말이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책을 읽는 우리들조차 편치 않고 죄스런 마음이 드는데....
누군가를 그랬다. 우리 모두는 광주에 일정부분 빚을 지고 있다고. 그 말이 새삼 가슴을 울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던 시절이 있었다. 아니 일부의 사람들이 런 생각을 가졌더랬다. 그랬기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 난 게지.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고 어린책에서도 5.18을 소재로 한 책들이 간간히 나오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최근에도 할머니의 기억 속 여행을 통해 광주를 보았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광주의 오월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혼마저도.
방울새의 몸뚱이에 깃든 영혼이 된 방울이가 보고 듣고 생각한 끔찍했던 광주를 이야기 한다.
방울이는 전국 어린이 명창대회에서 대상을 탄, 이제 막 초경을 시작하는 여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였다. 어리다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무자비한 폭력성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군인이었더라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까?
"안 됩니다. 시위 진압 훈련 받을 때도 시위대는 불순분자이고 빨갱이와 같다고 했지만, 실제 빨갱이가 아니라는 건 다 알지 않습니까? 아니, 설사 저 가운데 빨갱이가 몇 명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도 벼룩이 몇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 광주 시민이 거의 다 나온 거 안 보이십니까? 처음엔 대학생만 시위를 했는데 지금은 전 심니 시위대라고요!"

책의 곳곳엔 판소리의 용어는 물론 맛보기 식 밖에 되지 않더라도 짤막하게나마 소개되고 있으며 그 지방 사투리와 우리말 표현이 눈에 띄었다. 
제목의 방울새가 울지 않는 것이 방울새가 눈물샘이 없어서라고 했지만 울다지쳐 말라 버린 것은 아닐까?, 싶지만 우리는 속울음 조차 듣지 못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들의 핏빛 울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들려요? 나이지리아
베벌리 나이두 지음, 정미영 옮김 / 검둥소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베벌리 나히두. 작가 소개를 보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정권 치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고 자랐다. 그 당시의 경험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백인 아이로서 저는 이 나라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불평등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비로소 이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항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저 또한 그 문제의 일부분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들려요?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오늘 배송되어 온 다른 책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또한 작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변방에 머룰렀던 나이지리아나 케냐와 같은 나라들의 민주화 투쟁은 잘 모르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웠다. 책을 덮는 순간 표지에 적힌 '검둥소'란 출판사 명이 그제야 눈이 들어온다. 이어 '역시~'라고 속엣말을 한다. 대체적으로 검둥소의 책들은 인권이나 평화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새삼 검둥소 브랜드에 고마움이 왈칵 든다.^^  모체라 할 '우리교육'의 책들도 그렇지만 주제들이 무겁긴 하다.
첫 페이지부터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기자인 아버지에 대한 보복 테러가 시작된다. 황동 단추로 일컫는 소위 권력을 쥔 자들은 부정과 부패를 일삼은 자신들을 까발리는 기사를 작성하는 폴라린을 곱게 볼리 없다.  갑작스레 엄마가 살해되자 위기를 느껴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두 아이를 런던으로 밀입국시킨다. 반콜부인이 안전하게 아이들을 델레 삼촌에게 인계 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는 있는 법. 그뿐인가 약삭빠르고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은 늘 주인공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지. 샤데이와 페미는 삼촌을 찾아가지만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들 남매는 춥고 배고프고 낯선 땅에서 고아와 다름 없는 신세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사회복지사는 임시 보호인의 집을 거쳐 맘씨 좋은 그라시 아줌마와 로이 아저씨 댁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지만 텃세를 부리는 아이들 꼭 있다. 약한자에 한 없이 강하고 강한자에 약한, 비겁한 무리들.
미처 나이지리아를 빠져 나오지 못한 아빠에게 해가 될까 싶어 자신들의 정확한 이름 등을 차마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의 심리나 자신을 믿고 가족의 얘기를 들려준 친구 마리암이 소말리아 내전으로 피난을 온 같은 처지의 마리암을 배신한 것에 대한 괴로움 등을 과장되지 않게 잘 그렸다. (난민)
기적처럼 아버지가 밀입국하여 같은 영국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남매. 그러나 망명신청을 하지 않아 본국 소환을 요구하는 나이지라에 맞서 샤데이와 페미는 7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일이 방송으로 보도되고  아버지가 석방된다. 또한 행방불명된 삼촌이 방송을 보고 찾아온다. 삼촌 역시 나이지라아 군사정권의 부패를 알리는 언론에 협조하고 있었던 이유로 살해 협박을 피해 몸을 피해 있었던 이유를 전해 듣는 등  나이지리아나 소말리아 내전 등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 깊이있는 무게감을 준다. 그중 몇몇 인물은 실명이라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책에서도 잠깐 스치듯 언급된 바 있듯 어떤 이들은 아프리카가 하나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얘기다. 왜? 주류가 아니니까.

문학이 동시대의 삶, 자체에서 자양을 습득하고 그 뒤에서 시대의 현실을 조망한다면, 나아가 다양한 세계관을 균형있게 심어 주는 역할까지 한다면야 작품 뿐 아니라 작가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내전을 겪고 있으며 엄청난 수의 난민이 생기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괜찮은 책인데 쏟아져 나오는 새 책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거나 묻히는 걸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참 많이 안타깝다. 시류에 편승하거나 거지 발싸개 같은 책들이 그저 홍보에만 열을 올려 팔아 먹는 꼴도 눈꼴 시리고....에고고...뾰족한 성격 나온다고 할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지 소녀 높새바람 25
한박순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란....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때가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내 안에 어떤 괴물이 불쑥 나타나 그런 모습을 보일지 몰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늘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데에 대단히 우쭐대거나 혹은 도움를 받는 사람이 내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해야 마땅하다는 오만한 생각을 한 적은 없던가. 돈 몇푼이나 물직적인 어떤 것에 자존심 같은 것은 어떻게 되든 수혜자를 살펴보는 일을 가벼이 생각한 적은 없나 기억의 저 밑바닥을 훑는다.
정말 그랬다면 내 마음이 거지인게야. 자신의 꼴이 거지인줄도 모르고 누가 누굴 도우려 하는가. 그건 만용이며 오만인데.
움켜진 손을 펴야 또 다른 것을 쥘 수 있는데 우린 내가 가진 것을 내 놓지도 못하고, 가진 것에 대한 만족을 모르니 감사 할 줄 모른다.  

<거지 소녀>는 100쪽이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학원을 다니는 것조차 사치인, 아니 매일 광고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모두는 아니지만 가난은 아이들을 자신감이 없고 모든 일에 움츠러들고 위축하게 된다.
해민이는 부끄럼을 많이 탄다. 무료 공부방에서조차 옷걸이 밑에 아지트를 만들 정도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보통의 아이가 되는 것이 꿈이다. 무료 공부방이 아니라 당당히 돈을 지불하고 전과목 학원을 다니고 싶고 치마 안에 입을 레깅스를 입을 수 있는. 보통이라하기엔 너무도 소박한.
어느날 갑자기 방송국에서 공부방에 취재를 온다. 그리고 가난한 중3짜리 소녀 해주에게 인터뷰를 한다.
"미술학원도 가고 개인레슨도 받고 그러고 싶겠네요"
"그럼, 대학에 갈 건가요"
"왜요? 가고 싶을 텐데...."
"어려움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죠?"

'넌 가난하잖아, 그러니까 불쌍한 거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내용은 그랬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온정주의 내지 휴머니즘을 부각하려는. 결국 해주의 슬픈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방송을 내 보낸다. 해주의 우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지 말아 달란 안경 샘의 말을 무시하고.
안경 샘은, 가난한 사람과 돈 있는 사람들이 서로 대등한 관계 속에서 사이좋게 살도록 하는게 목적 아닙니냐고, 가난한 아이들한테서 자긍심을 빼앗아가냐고 정말 가난한 사람 편에 섰는지 생각해 보라며 따지지만 이미 방송이 나간 후인걸.
그랬다. 많은 TV프로그램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내보낸다.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것이 목적임을 부각시켜 이 아이들이 받을 상처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동정심을 사게 하여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인간애를 발휘한 것이며 도움이면 그런 것 쯤은 괜찮은 거며 덮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발상. TV를 보면서 가끔은 그 아이들이 고마움과 다치는 자존심의 무게 중 어느 쪽이 더 클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후 이들에게 후원자가 생기고 매달 후원금이 들어온다. 이것을 기회로 생각하여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 쇼를 불사하고 의존적이 되는 엄마, 상처 받은 언니 해주는 가출을 불사한다.
술 마시고 위장 입원했던 엄마 일이 들통나 더 이상의 후원을 할 수 없다는 말을 엿듣게 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후원하려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저리를 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번의 후원으로 자립이 이뤄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우리 사회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 대한 평등 관계가 절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난하면 자존심 같은 것은 개나 줘도 좋다는 식의 생각이 의식 저 밑바닥에 깔려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난하다고 자존심을 내팽개쳐야 할까? 당당하게 자신의 꿈과 자존심을 지키며 사는 일을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언니의 가출을 이해할 수 없었던 해미가 차츰 언니를 이해하게 된다. 
거지 소녀가 누더기를 걸치고 있더라도 품위 있고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건방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마음이 거지인 나를 채찍질 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