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소녀 높새바람 25
한박순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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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때가 있다. 물론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내 안에 어떤 괴물이 불쑥 나타나 그런 모습을 보일지 몰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늘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데에 대단히 우쭐대거나 혹은 도움를 받는 사람이 내 앞에서 비굴한 모습을 해야 마땅하다는 오만한 생각을 한 적은 없던가. 돈 몇푼이나 물직적인 어떤 것에 자존심 같은 것은 어떻게 되든 수혜자를 살펴보는 일을 가벼이 생각한 적은 없나 기억의 저 밑바닥을 훑는다.
정말 그랬다면 내 마음이 거지인게야. 자신의 꼴이 거지인줄도 모르고 누가 누굴 도우려 하는가. 그건 만용이며 오만인데.
움켜진 손을 펴야 또 다른 것을 쥘 수 있는데 우린 내가 가진 것을 내 놓지도 못하고, 가진 것에 대한 만족을 모르니 감사 할 줄 모른다.  

<거지 소녀>는 100쪽이 채 되지 않는 얇은 책이지만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학원을 다니는 것조차 사치인, 아니 매일 광고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모두는 아니지만 가난은 아이들을 자신감이 없고 모든 일에 움츠러들고 위축하게 된다.
해민이는 부끄럼을 많이 탄다. 무료 공부방에서조차 옷걸이 밑에 아지트를 만들 정도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보통의 아이가 되는 것이 꿈이다. 무료 공부방이 아니라 당당히 돈을 지불하고 전과목 학원을 다니고 싶고 치마 안에 입을 레깅스를 입을 수 있는. 보통이라하기엔 너무도 소박한.
어느날 갑자기 방송국에서 공부방에 취재를 온다. 그리고 가난한 중3짜리 소녀 해주에게 인터뷰를 한다.
"미술학원도 가고 개인레슨도 받고 그러고 싶겠네요"
"그럼, 대학에 갈 건가요"
"왜요? 가고 싶을 텐데...."
"어려움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죠?"

'넌 가난하잖아, 그러니까 불쌍한 거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내용은 그랬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온정주의 내지 휴머니즘을 부각하려는. 결국 해주의 슬픈 얼굴을 클로즈업하여 방송을 내 보낸다. 해주의 우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지 말아 달란 안경 샘의 말을 무시하고.
안경 샘은, 가난한 사람과 돈 있는 사람들이 서로 대등한 관계 속에서 사이좋게 살도록 하는게 목적 아닙니냐고, 가난한 아이들한테서 자긍심을 빼앗아가냐고 정말 가난한 사람 편에 섰는지 생각해 보라며 따지지만 이미 방송이 나간 후인걸.
그랬다. 많은 TV프로그램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내보낸다.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것이 목적임을 부각시켜 이 아이들이 받을 상처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동정심을 사게 하여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인간애를 발휘한 것이며 도움이면 그런 것 쯤은 괜찮은 거며 덮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발상. TV를 보면서 가끔은 그 아이들이 고마움과 다치는 자존심의 무게 중 어느 쪽이 더 클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후 이들에게 후원자가 생기고 매달 후원금이 들어온다. 이것을 기회로 생각하여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 쇼를 불사하고 의존적이 되는 엄마, 상처 받은 언니 해주는 가출을 불사한다.
술 마시고 위장 입원했던 엄마 일이 들통나 더 이상의 후원을 할 수 없다는 말을 엿듣게 된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후원하려는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저리를 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번의 후원으로 자립이 이뤄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우리 사회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 대한 평등 관계가 절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난하면 자존심 같은 것은 개나 줘도 좋다는 식의 생각이 의식 저 밑바닥에 깔려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가난하다고 자존심을 내팽개쳐야 할까? 당당하게 자신의 꿈과 자존심을 지키며 사는 일을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언니의 가출을 이해할 수 없었던 해미가 차츰 언니를 이해하게 된다. 
거지 소녀가 누더기를 걸치고 있더라도 품위 있고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건방지다거나 하는 식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마음이 거지인 나를 채찍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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