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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요? 나이지리아
베벌리 나이두 지음, 정미영 옮김 / 검둥소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베벌리 나히두. 작가 소개를 보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정권 치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고 자랐다. 그 당시의 경험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백인 아이로서 저는 이 나라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불평등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비로소 이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저항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저 또한 그 문제의 일부분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들려요?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오늘 배송되어 온 다른 책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야기>또한 작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변방에 머룰렀던 나이지리아나 케냐와 같은 나라들의 민주화 투쟁은 잘 모르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웠다. 책을 덮는 순간 표지에 적힌 '검둥소'란 출판사 명이 그제야 눈이 들어온다. 이어 '역시~'라고 속엣말을 한다. 대체적으로 검둥소의 책들은 인권이나 평화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새삼 검둥소 브랜드에 고마움이 왈칵 든다.^^ 모체라 할 '우리교육'의 책들도 그렇지만 주제들이 무겁긴 하다.
첫 페이지부터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서사가 펼쳐진다.
국민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기자인 아버지에 대한 보복 테러가 시작된다. 황동 단추로 일컫는 소위 권력을 쥔 자들은 부정과 부패를 일삼은 자신들을 까발리는 기사를 작성하는 폴라린을 곱게 볼리 없다. 갑작스레 엄마가 살해되자 위기를 느껴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두 아이를 런던으로 밀입국시킨다. 반콜부인이 안전하게 아이들을 델레 삼촌에게 인계 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는 있는 법. 그뿐인가 약삭빠르고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은 늘 주인공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지. 샤데이와 페미는 삼촌을 찾아가지만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들 남매는 춥고 배고프고 낯선 땅에서 고아와 다름 없는 신세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사회복지사는 임시 보호인의 집을 거쳐 맘씨 좋은 그라시 아줌마와 로이 아저씨 댁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지만 텃세를 부리는 아이들 꼭 있다. 약한자에 한 없이 강하고 강한자에 약한, 비겁한 무리들.
미처 나이지리아를 빠져 나오지 못한 아빠에게 해가 될까 싶어 자신들의 정확한 이름 등을 차마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의 심리나 자신을 믿고 가족의 얘기를 들려준 친구 마리암이 소말리아 내전으로 피난을 온 같은 처지의 마리암을 배신한 것에 대한 괴로움 등을 과장되지 않게 잘 그렸다. (난민)
기적처럼 아버지가 밀입국하여 같은 영국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남매. 그러나 망명신청을 하지 않아 본국 소환을 요구하는 나이지라에 맞서 샤데이와 페미는 7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일이 방송으로 보도되고 아버지가 석방된다. 또한 행방불명된 삼촌이 방송을 보고 찾아온다. 삼촌 역시 나이지라아 군사정권의 부패를 알리는 언론에 협조하고 있었던 이유로 살해 협박을 피해 몸을 피해 있었던 이유를 전해 듣는 등 나이지리아나 소말리아 내전 등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 깊이있는 무게감을 준다. 그중 몇몇 인물은 실명이라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책에서도 잠깐 스치듯 언급된 바 있듯 어떤 이들은 아프리카가 하나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얘기다. 왜? 주류가 아니니까.
문학이 동시대의 삶, 자체에서 자양을 습득하고 그 뒤에서 시대의 현실을 조망한다면, 나아가 다양한 세계관을 균형있게 심어 주는 역할까지 한다면야 작품 뿐 아니라 작가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내전을 겪고 있으며 엄청난 수의 난민이 생기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괜찮은 책인데 쏟아져 나오는 새 책들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거나 묻히는 걸 보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참 많이 안타깝다. 시류에 편승하거나 거지 발싸개 같은 책들이 그저 홍보에만 열을 올려 팔아 먹는 꼴도 눈꼴 시리고....에고고...뾰족한 성격 나온다고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