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든 멈추어 서버린 시간이 있지 않을까?


써놓고 보니, 시제도 문법도 이상한 문장이다. 확신없는 추정은, 나약함을 드러낸다.

나는, 늘 나약했다. 그리고 현재도 나약하다.

마음은 작고, 생각은 힘이 없다.


그래서 인생도, 이렇게 흘러와 버린 건지도, 모를 일이다.


문득, 피아노치는 남자의 실루엣을 본 어떤 날의 출근길이 생각난다.

나와는 창으로 경계가 진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

그날은 정화조의 모터인지가 고장이 나서, 건물 전체가 단수였던 날이다.

그리고 1층 카페는 임시휴업이었고,

불은 켜져 있지 않았는데, 남자였다.

흰색 셔츠에 기지바지를 입은 듯 한데, 그 시각에 그 불꺼진, 문닫힌 카페에서 피아노 앞에 마주앉을 수 있는 사람이라니..

누구인지, 도통 감이 안잡힌다.

어쩌면 환상, 이었을까 싶다가도, 그럴리 없다. 나는 그날 아침 그 언제보다도 명료한 생각으로 힘들었으니까..


그래서 피아노는 내 생각의 바다 한쪽에 떠 있다.

나 스스로 시한부 감금해 버린 꿈의 목록 속에, 피아노는 둥둥, 섬처럼 떠다닌다.

그리고,

이런 나이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잘 모르고 살아온 내가,

갑자기 각인된다.

오늘은, 문장이 잘 안되는 날이다.


....


음악본능을 읽었다.출근길에 들고다니며 읽었더니, 맥락이 자주 끊겼다. 글솜씨도 지적 능력도 뛰어난 작가이기 망정이지, 아니었음. 읽고도 멍했을 듯하다.

책읽기는 띄엄띄엄이면 안되는 건가?

내경우는, 그런듯도 같고 아닌듯도 같다.  음악의 과학을 찾아보는데 아무리 책장을 뒤져도, 안보였다. 끝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안났다. 해서 내친김에 다시 읽어보면, 음악본능에서 느낀 생각들과 어우러지거나 두드러지거나...뭐 그럴 터였는데..흑흑..아무리뒤져도 없다..도대체..어디뒀나..

동생집에 뒀나..


내 인생이란,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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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레사 2016-05-06 13: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근래 저도 서재를 잘 안들어와요.
세상일이 너무 마음과 뜻대로 안되고...슬프고..갱년기인가 싶고..뭐 그런 때인데, 문득 서재에 이렇게 뭔가라도 흔적을 남기니..좀 낫네요.
저도 많이 반갑습니다. 우리 일면식도 없지만,..참 이상하죠..이런 말한마디가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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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6-03-2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둘러본다, 서재들.
여전히 흥미가 예전 같지 않다.
봄인데, 이제 봄인데...여전히 겨울에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

세상에 딸하고 나, 둘만 남겨졌는듸 그 아이를 잃었어유 094

2학년 3반 김소연 학생의 아버지 김진철 씨 이야기 _김순천

...


이 책을 서점에서 서서 읽었다.

어느 사연인들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게 없겠지만, 그 중, 소연의 아빠 이야기는 지금도 가슴이 쏴아 하다. 가끔 생각한다..소연이 아버님은, 잘 계시나...어떻게 살고 계실라나...

더 이상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하늘아래 유일한 의지처이던 두 부녀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누구인가?

...

벌써 해가 바뀌어 세 번째 봄이 오려고 한다..

봄이 오면, 아마도 미치지 않을까?

미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이 삶이,

...

미안할 따름이다.

소연이 아버님, 부디 힘내시고...진실이 밝혀지는 날, 그날 소연이도 웃을거니까...아니 웃을거라 믿으며 우리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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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4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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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3의 선에 들어섰다. 너무 재밌다.책의 반정도는 폭력이 줄었다는 사회, 역사, 전쟁사적 증거를 제시하는데 할애했다..내가 진화론책을 읽고 있나 싶을 정도로, 사회,인문학적 접근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핑커는 천재이자 놀라운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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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1-1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거 읽고 싶은데 어마어마한 두께 때문에 차마 도전을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늘 주문할 때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테레사님은 2/3나 읽으셨군요! 재미있다 하시니 더 궁금해요! >.<

테레사 2016-01-13 13:22   좋아요 0 | URL
음...이 책을 언제 읽나하는 생각만 버리면 여유롭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괜찮을듯..빈서판도 재미있었는데..이 책도...재미져요. 물론, 책을 읽으면서 앞에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서도...너무 늦게 퇴근하거나..하면 책을 못읽고 넘어가게 되니까요..ㅎㅎ

cyrus 2016-01-1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합니다. 다 읽으면 총평도 공개해주세요. ^^
 
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잘 모르겠다. 지하철에서 한줄 한줄 읽고 있기에. 엄마를 잃은 한 아들의 일기이자 메모이기에, 여백도 많다. 한 줄일 때도 있다. 빠르게 읽을 게 아니라, 두고두고 조금씩 생각날때마다 꺼내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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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5-12-2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천천히 읽었어요. 다음에 한 번 더 읽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