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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0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쏴아하고 상큼한 향수 냄새가 난다. 여인이다.내 주변엔 바로 왼쪽 남자만 빼고 앞에 앉아 졸고 있는 사람도, 옆에 서 있는 사람도 그리고 뒤에 등을 맞대고 서 있을 사람도 모두, 여인이다.
이 지구의 반이 여자라지만, 내게 오늘 아침 주변의 모든 여인들은, 제인이다.
어제밤에, 2권의 3분의 1이상을 읽었다. 제인과 로체스트가 결혼하는 바로 그날, 2명의 방문객이 제기한 이의 때문에 결혼이 중단된 바로 그 숨이 멎을 듯한 순간이라니!
그리고, 이어지던 비밀의 정체.
신뢰의 배신이라고 표현했던가? 로체스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언하고 제인을 잡았을 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나는 좀 울었다. 아니 좀이 아니라 제법 울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다.
하지만, 난...제인이 떠나기로 결심한 마음을 이해 못하겠다. 그부분에서 아,안돼 제인, 가엾은 로체스터를 두고 떠나면 안돼..안된다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그리고...(옆방에서는 아버지께서 안철수-문재인의 토론를 보고 계신다는.....하지만..나..나는....ㅠㅠ)
도저히 참지 못하고, 맨 뒤를 넘겨보았다. 버스가 파업한다니 좀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걸어서 전철까지 가야하고, 아침 일찍 방문객을 사무실에서 맞아야 하고,...수면장애가 있으므로 적어도 잠들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2시간을 고려해야 하고.등등의 이유로, 절대로 더 시간을 끌 수 없는 상황임에도, 어쩔 수 없이, 결말을 넘겨볼 밖에.
(나, 이 책 사춘기때 읽은 거 맞어?)
결과도 슬프긴 매한가지, 하지만, 찬란한 슬픔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아침 출근길 여인들, 모두가 제인이라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유는 모르겠다.....제인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제인인 내가, 생각한다..
나였다면, 나라면, 그렇게 된 로체스터를 변함없이 사랑할까? 다시 돌아갈까? 그럴까? 그리고.....
"그럼요"라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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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좀, 냉정해지는 듯하다.
서사에 매몰되어, 정신을 못차리던 때에서,이제 좀 벗어난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에어는 참, 잘 쓴 작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섬세한 어린 여인의 마음을 잘 따라잡고 있고, 표현력도 참으로 뛰어나다.
주말내내,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어 보았다.
이런 되풀이읽기는, 나로서는 그리 흔치 않는 일이다.
사랑,
그 모든 것을 제껴두고, 오로지 사랑이라는 이야기는, 내가 어떤 나이의 여인이든, 설레고, 가슴떨리고, 울린다는. 그런 확인인가?
그나저나,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그만두기로 했다. 책의 감동과 내맘대로의 상상력이, 영화로 고정되는 것이 싫다.
로체스터가 이기적이고 비열한 면이 없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가 충분히 심판을 받았고, 제인이 용서했으므로, 나도 그에 따르기로 한다.
헌데 리암니슨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