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잭 캔필드.게이 헨드릭스 지음, 손정숙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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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밀러는 말했다. “양서 목록에는 반드시 고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자기에게 필요한 양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자기의 독자성을 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현대에 출판된 책을 꼭 읽어야 함은 자기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세계를 알아야 할 중요성에서다. 독서란 사람이 밥을 먹고 운동을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출간된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인생을 바꾼 한권의 책>(리더스 북. 2007)은 매우 유용한 책이다. 스티븐 코비, 잭 캔필드, 존그레이, 마크 빅터 한센 등 세게를 움직이는 명사들의 인생을 변화시킨 48권의 검증된 책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책, 또는 전혀 몰랐던 책이 유명인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는 것은 독서를 통해 자기를 성장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위의 밀러의 말의 중요성을 가장 잘 확인 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래서 단지 48명의 성공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명저의 요약으로 대한다면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책 자체가 명사들의 삶을 변화시킨 ‘인생의 연금술사’로 재평가 돼기 때문이다. 누구나 흠모하는 명사들의 삶 속에서.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공저자인 잭 캔필드는 죽음을 경험한 암환자들의 임사체험을 기록한 <이 세상 후의 세상>을 읽고 자기의 인생항로가 바뀌어 졌음을 고백한다. 영적인 삶을 살게 됐고 사람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됐으며, 이런 삶의 태도는 그가 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담겼다.

콜로라도 대학의 생물학 교수이자 동물행동학회 회원인 마크 베코프는 콘라드 로렌츠의 <공격성에 관하여>를 읽고 ‘로렌츠의 생각은 틀렸다’라고 생각했다. 당시 대학 4학년으로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마크 베코프는 이 책을 읽고 ‘온갖 산만한 생각들이 하나로 응축됐다’고 고백한다. 바로 이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리라고. 결국 로렌츠로 인해 일생의 직업을 찾을 수 있었고 진실을 모를때 무엇이 진실인지 바로 보는 눈을 주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막스 에델만은 놀랍게도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들었다. “나치즘의 바이블로 간주되는 이 책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었다.” 나는 그 효과를 그 파괴적인 부분과 건설적인 부분 모두를 65년 이상 느끼며 살아왔다고 하면서,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서 묘사한 유대인의 모습은 완전히 왜곡된 것임을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으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지를 세상에 보여줌으로써 히틀러에게 복수하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48명의 변화된 인생을 보면서 진짜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좌절할 때, 인생의 기로에서 방황할 때 만나는 좋은 책 한 권은 그 사람의 일생을 바꿔 놓을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게 한 책 한권. 이미 읽어서 기억속에서만 존재했던 책들이 생명력을 갖고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고 책을 어떻게 대해야 될지 다시한번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너무도 유명한 말이 있다. 책과 사람은 물고 물리면서 사회를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거 같다. 48명의 명사들을 있게 한 것도 책이었으며 그 들 속의 변화된 삶을 보고 책의 위대함을 깨닫는 나 또한 한 권의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놀라운 열정의 근원을 만나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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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로 직장인의 분석력을 높여주는 논리 트레이닝 출근길 30분 시리즈 1
오노다 히로카즈 지음, 이근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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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 때문에 난리다. 각 학교 선생님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한다. 특히 논리는 정규 교과목에도 없다. 그런데도 논술과 논리는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닌다. 학원가 치고 논리와 논술 간판이 나란히 붙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직장에서는 어떤가? 논리적으로 기안을 쓰지 못해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줄 안다. 서점에 가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논리적 글쓰기 교재가 수두룩하다.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이나 21세기 북스의 <크리티컬 싱킹>이 바로 그런 책들이다. 주로 논리적 사고법을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기법을 훈련시키게끔 구성된 실용 논리학 책이다.

이렇게 ‘논리’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화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논리에 정말 약하다. 한국인은 논리보단 감정이 앞선다고 한다. 한국어도 영어와 달리 논리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논리적인 사람은 희귀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는다. 확실히 우리에게 ‘논리’라는 것은 사람을 괴롭히는 마물 중 하나 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여기, 문제의 그 ‘논리’력을 키울 수 있는 책이 출간 되었다. <논리 트레이닝>(더난. 2007)이 바로 그것. ‘퍼즐로 직장인의 사고력을 높인다’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직장인 뿐만아니라 논리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오노다 히로카즈는 도쿄대학 의학부 보건학과를 졸업하고 일본경제신문사에서 근무했다. 일본 우편체스협회 제21기 일본 챔피언, 국제통신 체스연맹 인터내셔널 마스터 및 일본 대표위원을 역임했다. <도전 논리퍼즐>, <논술 첫걸음>, <논리퍼즐 걸작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등을 저술한 ‘논리’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다.

논리 전문가에 의해 출간된 이 책은 그래서 문제의 질을 확실히 보장한다. 허접한 문제가 거의 없다. 모든 문제가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성냥개비 퍼즐이나 단순한 도형 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을 밟아가고 추론을 해 봐야 답을 도출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물론 이런 논리 퍼즐 책이 이 책이 처음인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 종의 책들이 논리퍼즐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되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 보누스에서 나온 <멘사 논리 퍼즐>. 지금까지 나온 논리퍼즐 중에서 가장 문제가 참신하고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수록되어 있는 문제를 어느 정도 맞추면 두뇌가 명석한지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에 멘사 논리퍼즐은 단숨에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멘사 퍼즐 문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바로 해설이 없다는 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하지만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친절한 가이드인 모범답안 정도는 수록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멘사 퍼즐은 답만 달랑 있다. 퍼즐은 무지 어려운데, 해설이 없으니 풀어본 사람이면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체계도 없다. 여러 유형의 퍼즐이 섞여 있고 난이도의 배열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논리 트레이닝>은 멘사 논리 퍼즐의 아쉬운 점을 깔끔하게 덜어주고 있다. 상세한 해설과 체계적인 퍼즐의 분류는 이 책만의 강점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 멘사 논리퀴즈를 풀다가 포기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책에 애착이 가는 건,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퍼즐 책이 무척 친절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입문편을 따로 할애하여 예제 두 개를 실어놓고 있다. 논리퍼즐을 풀기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기본문제이다. 조건을 분석하는 것과 참·거짓을 구별하는 문제인데, 솔직히 이 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거의 모든 퍼즐 문제의 반은 접근이 끝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퍼즐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친절함이다.

책은 각종 논리 퍼즐 문제를 8장으로 크게 분류하고, 장별로 비슷한 퍼즐 문제를 난이도의 배열에 따라 모아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장에 제일 처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뒤의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예컨대 이 책의 4장은 ‘지성과 통찰력 키우기’라는 장이다. 장 뒤에는 ‘유연한 사고를 기르자’라는 부제를 달아 그 장의 퍼즐이 어떤 특색을 띠고 있는지 ‘사고의 도표’를 통해 알려준다. 분류 기준은 사고의 치밀함, 통찰력, 번뜩임, 사고의 유연성, 사고의 치밀함 등이다. 이 장은 표대로라면 사고의 치밀함과 논리력 그리고 사고의 유연성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장을 분류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의 독특한 점과 가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1장 논리력 키우기_ 초보자를 위한 워밍업

2장 지적능력 키우기_ 두뇌 스트레칭을 하자

3장 분석적 사고력 키우기_ 생각의 기술을 연마하자

4장 지성과 통찰력 키우기_ 유연한 사고를 기르자

5장 번뜩이는 아이디어 키우기_ 잠자는 뇌를 깨우자

6장 내 안의 잠재능력 키우기_ 지적 도전자들을 위해

7장 수리능력 키우기_ 수리에 강한 사람이 되자

8장 숫자 퍼즐 즐기기_ 퍼즐로 두뇌의 힘을 단련하자

한편, 논리퀴즈를 푼다는 것은 심심풀이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지성을 함양하고 나아가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중요한 연습이다. 왜냐하면 창조적인 사람으로 가기위해서는 반드시 논리적인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가 곧 비판적 사고를 위한 기초라면 창조적 사고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완성되기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논리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논리퀴즈를 푸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자신이 명석하기를 바라는가? 직장에서 논리적 문제해결사로 통하고 싶은가? 그렇게 강렬히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 논리 퍼즐을 푼다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일 수 있다. 허나, 분명히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책을 덮을 때쯤 그대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돼 있을 거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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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
황의웅 지음 / 시공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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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아니메를 이끌고 있는 7인의 감독과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중심으로한 비주얼 도서를 지향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감독에 대한 소개와 작품들을 시각적으로 형상화시켜, 어떤 작품을 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애니광들에게 좋은 안내를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작가가 만드는 아니메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이고, 2부는 7인의 아니메 작가에 대한 본격적이 소개, 그리고 3부는 마니아 스크랩-아니메의 신 모리야스지의 세계 이다. 몸통 부분인 2부가 이 책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1부와 3부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구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쨋든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부터 안노 히데아키 까지 중요 아니메 감독과 특징을 해부하고 있다.
 

하나, 내가 있는 한 아니메는 두려울 것이 없다; <미래소년 코난>, <나우시카>,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의 미야자키 하야오.
둘,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영상이 좋다; <추억은 방울 방울>, <평성 너구리 전쟁 폼포코>, <빨강머리 앤>의 다카하타 이사오.
셋, 원작과 다른 나만의 색을 물들인다; <내일의 조>, <보물섬>,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데자키 오사무.
넷, 언제나 삐딱한 사고로 언제나 삐딱하게 만든다; <우르세이 야츠라>, <기동경찰 페트레이버>, <과학닌자대 가차맨>,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다섯, 미지의 공상세계를 위해 끝없이 절규한다; <아키라>, <노인Z>, <메모리즈>, <스프리건>의 오토모 가츠히로.
여섯, 관객이 즐거워하지 않는 작품은 필요가 없다; <신세기 SF렌즈맨>, <마계도시 신주쿠>, <쥬베이 풍첩>, <벰파이어 헌터D>의 카와지리 요시아키.
일곱,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쳐라! 그리고 창작하라!; <톱을 노려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안노 히데야키.

 

굉장한 볼 거리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어 매우 유용하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감독 중심으로 애니를 보는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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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나우시카를 읽는다 - 유토피아란 무엇인가
이나바 신이치로 지음, 정윤아 옮김 / 미컴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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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최초로 소개된 아니메 작품 비평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출세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인문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탁월한 저서. '유토피아란 무엇인가'란 부제를 달고 있다.  

고교생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애니를 전공으로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필히 읽어야 할 책이다.  

학부 1,2학년 학생들에게는 애니를 심도있게 보고 읽을 수 있는 시각을 일깨워 주는 책.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핵심적 사상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는 책.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인 박정배씨가 이 책을 추천한 추천사로 이 책의 가치를 대신하려고 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만만치 않다. 만화와 애니 모두 높은 인문학적 이해가 필요한 고급스러운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우시카>는 읽기의 어려움과 더불어 곱씹는 재미를 동시에 제공한다. 경제학 교수 이면서 개인과 공동체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저자가 <나우시카>에서 받은 충격을 자신의 인문학적 소양으로 풀어쓴 이 글은 그래서 텍스트보다 더욱 꼼꼼한 독해를 요한다. 그러나 이제 애니나 만화가 인문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만큼의 깊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기도 하다."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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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말하기 시작할 때 랜덤소설선 10
정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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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을 편 순간부터 4시간 여 동안 꼼짝 않고 정정희의 최근작을 읽어낸 것이다. 내가 정정희의 소설을 끝까지 읽다니....정정희는 나에게 극복할 수 없는 작가였다. 그녀의 작품들은 항상 나에게 거부감을 주어 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읽으려고 노력해봤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반도 못 읽고 덮어 버렸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문체 운운할 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그녀의 작품들은 나에게 거슬리는 뭔가가 있었다. 콕 집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 뭔가가.  문학엔 문외한 이지만 정정희의 작품들은 솔직히 어설퍼 보였다. 일명 대가들이라는 작가에 비해서. 대표작이라는 <오렌지>가 그랬고 <토마토>그 그랬으며 <연애>도 <언니>도 모두 그랬다.  

신간이 나오면 언제나 구해 보는 작가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나로 하여금 작품을 끝까지 읽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정희의 신작이 나오면 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번 것은 어떻게 나를 실망시킬지 확인하는 안티 팬이라 해야 할까.  

그래도 안티는 아니다. 정정희는 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갖고 본 첫 여성작가 이기에. 이 작품도 솔직히 별 기대도 안하고 펼쳐 든 것이다. 그런데 정정희는 드디어 5번째 접하는 작품 만에 나의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작품도 한 결 붇럽고 무난해졌다고나 할까. 

 정정희는 기묘한 사랑의 삼각관계를 갖고 찾아왔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있었다. 두 여자에 한 남자. 45세의 어머니와 20살의 딸. 그리고 딸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30이 안돼 보이는 청년 ‘옆’.  

두 모녀의 사랑과 청년의 사랑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한 여자의 죽음 앞에서 남아있는 서로 다른 남녀는 추억을 함께 공유한다. 그것은 사랑의 상실을 의미하는 슬픔이었다. 모텔에서 옆과 옆이 사랑하는 죽어가는 그녀와의 섹스는 슬프고도 기묘하면서 가슴 아픈 사랑의 행위였다. 지금까지 그 어떤 소설 속에서도 그런 사랑의 행위는 본적이 없었다.(읽은 책이 일천하여 이런 사랑을 첨 접해 봤다) 바로 그런 옆의 사랑이었기에, 혈연적 사랑보다 배타적 사랑이 더 사무친 그림으로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사랑의 강도는 함께 한 시간에 비례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상식적으로 옆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딸 미나가 더 슬프고 더 그리워해야 마땅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옆이 훨씬 더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이 죽으면 그렇게 되는 건가...

 죽음에는 1인칭 죽음, 2인칭 죽음, 3인칭 죽음이 있다고 한다. 1인칭 죽음은 내가 죽는 것이다. 아무 느낌도 아무 생각도 있을 수 없다. 3인칭 죽음은 아무개가 죽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혹은 내가 약간은 아는, 그러나 내 삶과는 무관한 아무개의 죽음. 신문 부음 난에, 또는 이러저런 사고로 죽는 아무개가 죽는 것이다. 약간 놀랄 수는 있어도 곧 잊혀 진다.  

문제는 2인칭의 죽음이다. 나와 같이 많은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의 죽음. 2인칭 죽음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을 동반한다. 왜냐하면 내 속에 함께한 그가 죽는 것이요, 그 속에 함께 있던 내가 죽는 것이기에.  

이 소설은 바로 2인칭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미나를 보면 죽은 그녀의 생각이 나서 행복하다는 옆. 너를 보면 네 죽은 동생이 생각나서 살수가 없으니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는 옆의 어머니. 옆의 동생이 죽고 나서 두 달 후에 갑자기 천식으로 생을 마감한 옆의 아버지. 옆의 태권도 동기였고 옆의 동생이 죽은 것은 바로 자기의 이기적인 사랑 때문이라고 말하는 옛 연인 유리 등. 책은 그들 2인칭 죽음에 대한 추억으로 빼곡히 차 있다. 마치 빛바랜 그들의 앨범 사진을 보는 듯.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3류 통속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래 전에 끝나서 제목도 생각나지 않았던 드라마였는데, 주인공이 김미숙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젊은이가 중년여성을 사랑하고, 그 여성이 나중에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그런 내용. 이 책도 옆과 이마 엄마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전반부만 하더라도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랑타령 같았다.

  

그런데, 내 경험상 정정희는 그렇게 쉽게 쓰는 작가가 절대 아니었다. 항상 내게 거부감을 잔뜩 주어 읽기 거북하게 만들었던 정정희였다. 내용은 무난했으나 솔직히 제목이 거슬린 건 사실이었다. <사랑이 말하기 시작할 때>라니... ‘사랑이 시작될 때’라든가 ‘사랑을 시작할 때’라면 문제의식도 없었겠다.  

하지만 정정희는 명확히 책 타이틀을  ‘사랑이 말하기 시작할 때’라고 했다. 일상에서 누구도 이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사랑이 시작할 때’라는 건 가능해도 ‘사랑이 말한다’고는 잘 표현하지 않는다. 말하는 주체는 언제나 사람이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말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의미를 가진 소리언어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추상적이라면 사랑, 정의 , 자유 등도 동등하게 그 자리에 들어가서 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하나의 언명으로서~. 정의가 말하기 시작할 때, 자유가 말하기 시작할 때...역시 어색하다. 사람이 와야 한다. ‘연인이 말하기 시작할 때’, ‘철이가 말하기 시작할 때’, ‘옆이 말하기 시작할 때’. 이래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정정희는 무지막지하게도 사랑을 바로 그 주체의 자리에 넣어버린 것이다. 왜 그렇게 표현 했을까. 다시 생각하고 한 번 더 읽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 읽고 나서야 약간은 이해가 갔다. 정정희는 이 작품에서 아마도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담고 있었다. 그 사람을 떠나보내는 두 남녀의 감정의 추이를 그려가고 있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살아가야하기에, 슬픔을 극복하고 살아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사랑이기에 사랑을 주체의 사리에 넣은 건 아닐까.

 사랑하던 사람의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 사람이 살아생전 보았던 것, 입었던 것, 그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사물을 그 사람 사후에 보는 건 또 어떤 괴로움일까. 그러한 사물로부터 그 사람을 잊게 되는 건, 아니, 그런 것을 보고 그 사람 생각에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건 얼마만의 시간이 걸리는 걸까.  

이 소설은 이런 물음들을 끊임없이 생각나게 한다. 사랑했던 사람과 같이 한 추억을 잊는다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평생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무의식중에 어떤 걸 하거나 보거나 들을 때 보낸 사람과의 한 때가 엊그제처럼 생생히 떠오르지만 더 이상 슬프지 않을 때(그리움에도 눈물이 말라버리는 한계점이 있을 때) 사랑은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들과 남편의 죽음을 극복하고 아쿠아로빅을 배우러 다니지만 남편에 대한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옆의 어머니. 아들 옆과 쌈밥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는 어버지가 쌈싸먹는 것을 좋아했다고 문뜩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기억은 있되 슬프지 않은 것. 그것을 우리는 슬픔을 극복했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이후 옆의 어머니는 아버지 회사의 공백을 그의 부하 직원이 차지했을 때, 바로 그 부하 직원과 사랑에 빠지면서 결국 그 사람과 재혼한다. 옆이 중국집에서 일할 때 중국집 주인 여자가 혼자 있기 시작할 때 주방장은 남몰래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미나의 엄마가 죽은 직후에도 미나는 옆에게 그냥 그녀의 딸이었다. 미나에게도 옆은 그냥 그녀 엄마의 연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녀가 가고 그녀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둘은 자기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채워간다.  

그녀 사후 1년. 슬픔이 무뎌지고 눈물이 마를 때 쯤 사랑은 말하기 시작했다. 옆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먼저 간 그녀의 추억을 간직하고 슬퍼하지만 더 이상 흘릴 눈물이 남아있지 않을 때, 바로 그때 사랑은 말하기 시작한다.  

소설 속에서는 진행형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결국 옆과 미나는 그들의 사랑을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옆의 어머니가 재혼한 것처럼, 그들도 사랑할 것이다. 옆과 미나의 남자친구 가운데 흔들리는 미나의 심정이 바로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흔히들 사랑 후에 남는 게 무엇이냐고 묻곤한다. 이 소설은 거기에 명확히 답한다. 사랑 후에는 그 사랑에 대한 화석화된 추억만 남을 뿐이라고. 그 추억이 남아있는 삶에 흔적을 남기는 아픔이라고. 그 아픔이 무뎌지고 슬픔의 눈물이 말라갈 때 드디어 사랑은 말하기 시작한다고.

 정정희는 그저 그런 통속소설이 되었어야 할 작품을 묵직하게 바꾸어 놓는 데 성공했다.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 이후, 그 슬픔의 과정을 밀도 있게 보여주면서 미나 엄마 사후, 옆 동생 사후 미나와 옆 그리고 유리가 보여주는 남아 있는 자의 삶의 방식을 통해 '당신은 자신 있는가‘라고 묻고 있었다.(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다. 죽은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와 두부는 소설 속 곳곳에 등장한다. 바로 내 어머니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소설 속에서 옆과  미나는 그렇게도 그들이  공유한 여자의 커피를 함께 마셨는데, 나는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커피향기조차 들여 마실 수 없을 거 같다. 커피와 두부를 먹는 순간마다 내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기에.

 나는 비관적 생각을 가끔 한다. 내 어머니가 죽은 그 다음 날 나도 저 높은 곳에서 땅으로 나의 몸을 던지는 그런...그 슬픔과 그 격정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 지 너무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슬픔을 조금씩 극복하고 있었다.  

정정희의 이번 소설이 나를 감동시킨 건 바로 그 점에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올 그날을, 내가 극복할 수 없다고 여기는 바로 그 문제를 정정희는 아주 훌륭하게 두 주인공을 통해 형상화시키고 있었다.

 문학평론가 황도경은 이 소설을 ‘소리에 대한 소설’, ‘향기에 대한 소설’, ‘위치에 대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소설은 ‘의미에 대한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연인에 대한 사랑은 절대 동일선 상에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연인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 속에서 이질적인 사랑의 의미는 다른 의미의 사랑으로 융합되어 확장되고 있었다. 죽음과 슬픔을 통과한 사랑은 어떤 의미로 살아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는지 사랑은 의미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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