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OO의 해부’ 라는 타이틀을 갖는 책들. 이 책들을 거들떠보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유익함을 가져다 준다. 지금은 모두 절판된 책들인데 (오직 <비평의 해부>만 한길그레이트북스로 재간되었다), 이런 책들이 왜 재간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해당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탁월한, 실로 엄청난 이론서들이다.

 
그 제1. 벤자민 J 코헨의 <제국주의의 해부>, 법문사.

 

‘지배와 종속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해부서는 국제관계를 제국주의론으로 분석한 책이다. 코헨은 전통적인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제국주의 사이의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전제하고 이것의 새로운 적용 영역을 발견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란 무엇이며 그러한 현상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제국주의에 대한 안내서라기 보다는 제국주의를 총체적으로 해부하고 보다 진지한 토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논쟁적인 성격이 짙은 책이다.  

  

그 제2. 노드롭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 한길사 - 오늘의 사상신서45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최대비평가의 한 사람으로 인정되고 있는 노드롭 프라이의 문학이론들을 묶은 일종의 에세이집이다. ‘해부’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책이지만 프라이의 문학이론을 들여다보는 취지라면 뭐, 그리 큰 무리는 없을 듯 싶다. 문학비평 이론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원형비평과 신화비평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문학이론서다. 영문학의 주요 저작들이 역사비평(양식이론), 윤리비평(상징이론), 원형비평(신화이론), 수사비평(장르이론)의 이론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학도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한다.  

 

그 제3.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권력의 해부>, 한벗 - 한벗신서21
 

이 책은 권력의 형태와 근원 그리고 그 역학을 밀도 있게 분석한 갤브레이스의 숨은 명저이다. 갤브레이스는 이 책에서 권력을 위협에 의한 억압적 권력, 경제적 보상에 의한 보상적 권력, 설득에 의한 조종적 권력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면서, 이를 각 권력의 근원인 퍼스낼리티, 재산, 조직으로 연결시켜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봉건주의, 초기자본주의, 고도자본주의의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따른 권력의 역학을 고찰한다.
경제문제 이외에 갤브레이스가 살아 생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던 권력이라는 테마를 철저히 분석한 이 책은 정치학과 행정학 그리고 사회학 분야에서 권력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 되어야 할 역저라 하겠다.(개인적으로 조직론에서 아미타 애치오니의 <조직이론>에 버금가는 중요도를 갖는 저서라 생각된다. 서술의 간결함과 이론을 체계화 시키는 면에 있어서 이 두 저서는 매우 흡사하다)  

 

그 제4. 크레인 브린튼의 <혁명의 해부>, 학민사 - 학민글밭7
 

영국의 청교도 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 대혁명,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 등 현대사의 4개의 혁명을 유형사적으로 고찰한 명저이다. 각 혁명들에 있어 제각기 특이한 개성을 밝힘과 동시에 4혁명에 공통이 되는 정률(定律)을 발견하여 그 유사점을 과학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있다. 브린튼은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4개의 혁명 과정에 민중이 힘이 어떻게 분출되었는지를 심도 있게 고찰하면서, 현대 혁명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이제 정치학과 역사학계의 고전이 된 이 책은 현대혁명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하고 현대의 혁명이론이 현대 혁명(중국혁명과 월남전)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저작물이다. 현대 혁명에 대한 분석서로 이렇게 탁월한 저서는 이 책이 유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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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성냥갑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15~20년 전 이탈리아 유력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칼럼의 일부를 모아 출간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서론이 좀 길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전혀 모르는 것도 있다. 너무 이탈리아적이다. 각주가 없으면 이해하기 불가능하다. 책의 5분의 1은 각주다.

이탈리아 인명, 지명 사전 쯤 되는 이탈리아 상식사전. 하지만 일부 에세이들, 그러니까 책의 절반정도는 매우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 방송, 출판 그리고 시대에 대한 해박하고 날카로운 비판은 15년 이상의 시간적 차이를 갖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도 그대로 들어맞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면, 어느 나라나 문제의 근본은 같은 것 같다.

이 책은 칼럼집이다. 헌데, 신문과 잡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러 저러한 보무도 당당한 칼럼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전혀 무겁지 않지만 비판의 신랄함은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이 칼럼이 이탈리아에서 오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에코의 글쓰기 방식에 있다. 에코는 중요한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와중에도 웃긴 말을 너무도 뻔뻔스럽게 잘도 한다.

심각하고 논쟁적인 사안(이 책의 '정보매체들에 대한 논쟁', '여론조사에 대한 여론 조사' 등)에서도, 에코는 너무도 웃긴 상스런 욕을 고상하게, 또는 고상한 욕을 상스럽게 잘도 한다. 두꺼운 안경을 쓴 그 유명한 뚱뚱한 노 교수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걸 생각해보면, 배를 잡고 뒹굴 수밖에 없다.

(얼마나 웃긴지는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에코의 글에 중독된 나는 적어도 배를 잡고 뒹굴 수밖에 없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에코를 본 적이 꽤 있었는데, 근엄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와중에도 갑자기 표정을 바꾸어 웃긴 말들을 마구 뱉어 낸다. 그의 풍채와 유명세를 생각해보면 정말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상스럽게 빈정거리는 그 말이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비판이다! 얼마나 절묘한가? 내가 에코의 책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네르바 성냥갑>에 실린 에코의 글들은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글쓰기를 허물어뜨린 칼럼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분량도 알맞다. 어떤 사건을 분석하고 비평하기에 너무 간략하지도 너무 산만하지도 않다. 2장의 분량(약 4페이지)은 에코적 비판능력을 발휘하기엔 충분한 분량이라 생각된다.

97년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2002년 <바우돌리노> 이후 다시 에코의 글을 만나니 즐겁기 그지없다. 2권은 조금 있다 읽어야겠다. 너무 빨리 읽어버리면 아쉬울 거 같아서. 

 

현재, 대한민국에도 유용한 보편적 내용을 담고 있는 에세이 제목을 발췌해 본다. 각 타이틀만으로 그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에코 에세이 타이틀은 탁월하다.

장엄하고 발전적인 운명
문학과 예술의 이삭줍기
진실한 말들의 고귀한 거울
책에서 웹을 거쳐 하이퍼텍스트로
정보매체들에 대한 논쟁
어느 미친과학자가 나를 복제하기로 결정했다
우생학은 정확한 과학이 아니다.
무엇때문에 책은 우리의 삶을 연장시키는가
고전의 찬양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이란게 도대체 뭐야?
개념과 개념주의
프라이버시 교육하기
도시심리학에 관한 몇 가지 메모
잡담은 진지한 것이었다
참조한 책들과 읽어야할 책들
TV중계재판
여론 조사에 대한 여론조사
뉴스를 재활용하지 못하면서 뉴스를 제공하는 방법

[덧붙임]
에코와 동시대에 살면서 그의 재치넘치고 박학다식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번역을 해준 이탈리아어 종사자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열린책들에서 에코 매니아를 위한 전집을 내고 있는 것이 더 없이 반갑다. 예전에는 새물결에서 에세이들을, 열린책들에서 소설들을 출간해서 니체 전집처럼 한 출판사에서 전집을 내 주길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가 실현 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 한 권 한 권 컬렉션 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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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유로파 - Europa Eur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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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때의 전쟁 실화~

한 유태인 소년이 독일어와 러시아어 때문에 그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얘기~

재미 없을 줄 알았는데, 무지 재밌다~~

 100%의 장땡인 운을 타고난 한 소년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사람의 운명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무색할 정도~

 유태인이면서 독일 정예학교에 홀로 입학해서 순수게르만 혈통을 강조하는 심장부에 있었던 소년..

 비록 그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이 한 독일 병사와 독일 여자에 의해 발각되어 고백하게 되지만 기적처럼 비밀이 유지되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파란만장한 소년의 삶이 그려진다~ 

 
실화를 통해서 삶의 아이러니와 운명이라는 것을 되새겨 볼 수 있는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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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2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전쟁영화는 흔치 않은데 믿고 도전합니다^^

yamoo 2010-07-20 22:58   좋아요 0 | URL
이거 실화인데, 진짜 재밌습니다. 찾아 보면 재밌는 전쟁영화 꽤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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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정말 처음 봤다..

김기덕 감독 예찬론자가 많던데....이 한 작품만 보고서도 이 감독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절감했다...정말 재밌게 봤다. 보면서 많이도 웃었다.

하찮은 연애 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충분히 그저 그런 연애 영화로 볼 수 있는 것을 감독은 거기에다가 멋진 충격을 얹었다. 마지막의 그 기막힌 끝맺음이 더욱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하정우의 매력 넘치는 연기를 다시 보니 즐거웠다. 역시 그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성현아는 별로 좋아하지 않은 배우지만 이 작품에서 성현아 아닌 다른 여배우였다면 그런 우울한 연기를 잘 소화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여간~
 

사랑이 지겨워지면 새로움을 찾아 성형을 하는게 요즘 추세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정체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물음을 던지는 가운데, 성형이 과연 사랑을 바꿀 수 있을지 덤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하여간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깊이 본 작품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아직 못 보신 분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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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 Brokeback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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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최고의 영화라고 해서 드뎌 이 명작을 봤다. 

히스 레저의 명 연기를 볼 수 있다길래.. 

잔득, 기대에 부풀어서.. 

 막상 다~보고 나니, 뭐랄까..음...다 좋은데, 왤케 재미가 없는지 모르겠다..

브로크백산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도

두 주인공의 섬세한 연기도

마지막 엔딩도...다 좋았다.... 

근데, 재미가 없다...

도체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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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20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런거 있잖아요~다 좋은데 재미는 없는--; 이게 설마 문제는 아니겠죠^^; 그냥 그럴수도 있는거죠?

yamoo 2010-07-20 23:00   좋아요 0 | URL
그럴수도 있습니다만...대부분 작품성 좋고 배우 연기가 좋은 영화 쳐놓고 재미 없는 영화는 아주 드문데, 이 영화가 바로 그 드문 케이스 같습니다. 아마도 동성애 영화라서 그런 걸까요..순전히 개인적이라서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