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발 님 페이퍼 '옷장 딜레마'를 보니,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옷장'에 대한 페이퍼를 써 보기로 했습니다. 옷을 정기적으로 갖다 버리지 않기 위해, 많은 옷 앞에서 '뭘 입지?'라는 고민을 하지 않기 위해서도 나만의 '옷장'은 필요하기 때문이죠.

 

어쨌거나 곰발 님 말씀마따나 저는 알라딘에서 거의 유일하게 패션에 관한 페이퍼를 발행했던 알라딘 유저라 앞으로 당분간 패션에 관한 페이퍼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야무의 스타일 칼럼]이라는 제하에요..ㅎㅎ

 

아이러니하게도 제 페이퍼 중에서 수트 관련 페이퍼가 가장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것도 한 몫 거들었을 겁니다. 재밌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야무의 스타일 칼럼 (1)] 옷장은 당신의 가치를 알려줍니다!

 

옷에 대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들려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옷장을 가지라구요. 옷장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답니다.

 

 

저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옷은 자신의 관심사와 취미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기호(sign)로 작용하기에 그렇습니다. 자신의 관심사와 취미가 변하듯이, 옷을 입는 방식도 자신의 관심사와 생활방식에 따라 바뀝니다.

 

 

저같은 경우도 학부 때 입었던 옷들과 직장에 다닐 때 입었던 옷 그리고 현재 입는 옷들은 확연히 다릅니다. 내가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옷장의 옷들은 확 바뀌곤 했습니다.

 

 

지금도 역시 사들이는 옷들과 버리는 옷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유행과는 별개로 제가 입고 싶은 아이템을 아주 신중하게 고르고, 고르고 고른 옷들로 옷장을 채우기 시작했지요. 학부와 이전 직장에서 입었던 옷들을 거의 버렸어요.

 

 

옷장을 채우기 시작할 때, 제게 남아 있던 것은 플란넬 셔츠와 옥스퍼드 셔츠 몇 장 그리고 치노 바지 몇 벌과 기본 베이직 코트 3벌 정도가 다였습니다. 점퍼류와 파카류 그리고 야상류 및 청바지는 전부 버렸지요.

 

 

버리고 빈 부분을 수트, 재킷, 코트, 셔츠 등으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소위 클래식한 아이템들이죠. 트렌드에 관계 없이, 한 번 사면 두고 두고 입을 수 있어 좋더군요.

 

 

이렇게 내가 신중하게 고른 아이템들로 옷장을 채워갈 무렵, 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OO 씨는 옷을 도대체 어디서 사는가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렇게 묻는 사람 중 반은 여자 사람들이었고, 반은 세탁소 주인장들과 수선집 사장님들이었어요.

 

 

저는 특히 세탁소 사장님들과 수선집 사장님의 말을 신뢰하는 편입니다. 저는 옷을 좋아하고 옷에 관심이 많다 보니, 수선집과 세탁소를 무척 신중하게 고르는 편입니다. 거의 몇 십 년씩 수선 경력이 있고, 세탁소를 운영하시는 그 분야의 장인들이십니다.

 

 

한 쪽은 별의 별 옷의 디자인과 옷감을 감별하여 그에 맞는 실로 수선을 하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쪽은 옷감을 상하지 않게 깨끗이 세탁을 하는 곳이죠. 공히 옷의 만듬새와 원단의 좋고 나쁨을 그냥 한 눈에 알아봅니다. 당연하겠죠. 몇 십 년씩 한 일이 옷감을 만지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들이 그러더군요. 제가 갖고 오는 옷들이 매우 클래식하고 만듬새가 훌륭하다구요. 바느질도 그렇고 원단이 우리나라 옷이 아닌 것 같다나요. 제가 메이드인 이태리, 영국, 미국, 일본 등이라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역시나 장인들의 눈은 못 속인다니까요.

 

 

그런 그들로부터 "옷을 도대체 어디서 사냐?"는 질문은, 제가 고심하여 선택한 아이템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옷을 아는 분들에게 듣는 말이라, 여자 사람들이 말해주는 것보다 더 동기부여가 됩니다.

 

자, 서두가 길었습니다. 이제 다시 옷장 얘기로 넘어오죠. 제가 개인적인 얘기를 주저리 늘어놓은 이유는 한 가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섭니다. 바로 '신중히 아이템을 선택하는 행위' 때문이에요. 이것이 바로 엘레강스(일명 우아미라고 하는 것)의 시발점입니다.

 

 

'엘레강스'라는 단어의 라틴어 어원이 '어떤 것을 주의깊게 선택하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옷들로 내 옷장을 채울 때, 그게 바로 내 기호(taste)의 반영이며 나란 사람의 페르소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이 소장한 책장이 다 다르듯이, 옷장도 다 다릅니다. 그럴수밖에 없지요. 모두 한 개인의 인격의 반영이니까요.

 

우선 아래 휘황찬란한 옷장들의 향연을 감상해 보자구요. (이런 옷장을 패션 용어로는 Wardrobe이라고 합니다. 워드롭은 우리말 옷장에는 들어있지 않는,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어떤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옷장'하면, 이런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될 듯합니다~)

 

 

 

정말 심하게 럭셔리 한 옷장도 있고, 소박한 옷장도 있지요. 아래로갈수록 소박하면서도 따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옷장입니다. 특히 옷장이 없는 사람들이 모방해 보기 딱 좋은 거지요.

 

중요한 것은 저 옷장 속에 어떤 아이템들을 채워가야 하는 겁니다. 위 옷장에서 보셨다시피 옷장 디자인은 아이템들을 종류별로 수납하기 좋게 구획되어 있습니다. 옷장은 종류별로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위 옷장 기본 디자인을 보면 어디에 무엇을 수납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셔츠면 셔츠, 슬랙스면 슬랙스 등을 구획에 맞게 넣기만 하면 됩니다.

 

 

옷장 재질이 나무면 가격이 쌔죠. 옷장을 처음 장만하려는 분들은 기본 행거로 위처럼 수납할 수 있게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조립식 행거 정도면 10만원 정도에 장만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옷장이 아니라, 옷장을 채울 아이템들이죠. 옷장은 아이템들이 어느 정도 모일 때 장만하면 됩니다. 옷장 속을 채우는 아이템들이 중요한 거지요. 그 개개의 아이템들이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척도가 되니까요.

 

 

자, 위 옷장의 스페이스를 어떤 걸로 채울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일명 '남자 옷장의 정수' 정도 되겠네요.^^

 

 

 

 

먼저 포멀한 아이템들부터 구비해야 겠죠. 쉽게 그냥 비즈니스 맨의 출근룩 생각하시면 됩니다. 네이비 수트와 차콜 그레이 수트에 화이트 셔츠와 블루 셔츠 정도면 기본 베이스로 훌륭합니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네이비 수트와 차콜 그레이 수트를 서로 믹스 매치해서 스니커즈나 윙팁과 함께 연출하면 충분합니다.

 

 

문제는 격식있는 파티겠죠. 블랙 수트와 타이라는 공식 드레스 코드로 공지된 모임에 초대된다면, 그냥 블랙 수트를 입고 가면 안 됩니다. 턱시도 차림으로 가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턱시도는 만일을 대비해서 준비해 놓으면 좋습니다. 뭐, 그런 일에 불려갈 상황이 없을 거라면, 없어도 되겠죠. 그래서 보타이와 턱시도는 옵션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포멀한 아이템들은 일반 직장인이면 누구나 갖추고 있는 것일 테니, 중요한 건 캐주얼한 아이템이겠죠. 의외로 비즈니스맨들이 캐주얼 아이템 선택에 애를 먹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캐주얼이에요.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아래 아이템들을 눈여겨 보시죠~

 

 

점퍼류와 후드티셔츠는 의외로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여행가서 편히 입거나 가벼운 운동을 즐길 때 빼놓을 수 없어요. 초여름에서 늦가을 까지 폴로 셔츠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여기 브이넥 스웨터가 빠진게 좀 아쉽네요.

 

포멀한 룩과 캐주얼한 룩에 두루 어울리는 악세사리도 준비해야 겠죠.

 

 

 

 

보시는 것처럼 구두는 몽크 스트랩과 윙팁이 좋습니다. 포멀과 캐주얼을 넘나들죠. 플레인 화이트 스니커즈와 데저트 부츠는 비즈니스 캐주얼로 그만입니다. 벨트와 구두는 같은 색으로 준비하는 게 중요하죠. 브라운 벨트에 블랙 슈즈를 매치하는 우를 범하지 맙시다!

 

 

지금까지 남자가 갖추어야 할 포멀한 아이템과 캐주얼한 아이템을 알아봤는데요, 어떤 분들은 그럴 겁니다. "너무 많다! 나는 돈도 없고, 지금 막 취업해서 저들 모두를 구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내게는 그냥 최소한도로 버틸 수 있는 필수 아이템만 있으면 된다."라구요.

 

 

그렇습니다. 위 기본 옷장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개인 차도 있고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옷장 아이템의 최대공약수'라는 것도 있어요. 물론 이건 제가 붙여본 명칭입니다..ㅎㅎ 다음 10개의 아이템들이 '옷장의 최대공약수' 입니다.^^

 

 

 

이 10가지 아이템들을,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과 최대한 잘 매치시켜 코디 한다면 이 최대공약수로도 수 개월은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위 핵심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구비해 가야 할 겁니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포인트! 남자의 기본 아이템은 위 기본 옷장 디자인에서 보다시피 정해져 있습니다. 셔츠, 타이, 슬랙스, 치노, 수트, 슈즈, 카디건 등등. 모두 비슷비슷합니다. 이런 것들의 선택을 아주 신중하게 하라는 것이에요. 비슷하지만 내가 선택한 아이템들이 나를 나이게끔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 아이템이 내 몸에 아주 잘 맞아야 하지요. 이들을 선택하기에 앞서 자기 몸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다음이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패턴에 신경을 쓰면서 자기 선호도가 반영되는 걸 고르면 됩니다.

 

 

선택한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노력을 통해 알아가고 그 선택에 대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옷장을 채워갈 때, 내가 변하는 모습과 아울러 내 정체성도 옷장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그것이 바로 '옷장의 가치'라 할 것입니다.

 

 

모두 멋진 자신만의 옷장(워드롭)을 날마다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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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6-13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 유익합니다.... 그리고 유익하게 엄청나네요.

yamoo 2017-06-14 18:55   좋아요 1 | URL
오~ 쓴 보람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4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스타일 칼럼 무지 기대됩니다.
저는 옷이 별로 없어서 옷 찾는 시간은 많지 않는데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행거에 걸어둔 셔츠 같은 경우는 두꺼운 순에서 얇은 순으로 걸어둡니다.
그러면 옷 찾기가 쉽거든요..

yamoo 2017-06-14 18:56   좋아요 1 | URL
그리 말씀해 주시니, 열심히 써야 겠습니다~!ㅎ

두꺼운 순에서 얇은 순이라.....확실히 곰발 님은 스타일이 있으십니다요! 그런 배열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