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지의(정확히는 내가 알지 못했던) 소설들을 찾아 읽는 맛에 푹 빠져들고 있다. 소설들을 열독하고 있는 게 몇 년 만인지...하지만 그 시절에는 한국 소설과 일본 소설 그리고 베르베르를 거쳐 쥔스킨트를 읽을 때였다.
물론, 소설과 담을 쌓고 지내지는 않았다. 우엘벡과 키냐르의 소설들 그리고 늦게 알게 된 체홉과 포우의 단편집들은 소설 읽기의 재미를 계속 유지시켜 줬으니까. 사실 이 작가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도 계속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으리라.
이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재미있는 소설을 찾아 읽으려했다. 추천 받은 책들은 확실히 재미를 보장하는 거 같다. 그런 책 중에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들에 가장 관심이 집중됐다. 이중 내가 구입할 수 있었던 건 <동물 애호가를 위한 잔혹한 책>.
집에 데려온 날 첫 애피소드를 읽었는데, 역시 느낌이 온다. 야금야금 읽어가려 한다. 재미를 보장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것 같다. 트랜지언님과 진 허뷰튠님의 추천이다!!
제노사이드는 어머니가 먼저 읽고 대박이라 알려줬다. 역시 대기 중..
그런데, 이런 와중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눈에 띄어 구입할 수밖에 없는 작품들이 있었다. 구입하기 전 리뷰를 훑어보고, 첫 3페이지 정도를 집중해서 읽은 후 느낌이 와서 구입한 책들이다. 단, 열린책들 미스터노 시리즈는 그냥 닥치고 구입했다. 내가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구입한 끝내준다고 생각한 소설들이다.
위 구입 목록 중에서 가장 먼저 완독한 소설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뵐의 독특한 서사가 읽기를 지속 시켜주었다. 언론 권력에 대한 고발을 다뤄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작품이지만, 이제야 만나게 됐다. 읽고 나서 매우 화가 났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뵐이 비판한 70년대 독일 사회와 다르지 않은 거 같다. 아주 의미심장한 작품이었다.
<새의 노래>는 읽는 중이다. 작가가 저럴리스트 출신이어서 그런지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영화를 보는 거 같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는 완전히 깨는 소설이다. 생물학 박사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주 희귀한 이야기. 동물을 빗대 인간을 비판하는 내용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 이것도 아주 야금야금 읽고 있다.
나머지 열린책들 소설들은 그냥 닥치고 구입한 작품들. 나중에나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왜냐하면 난 지금 한 작가를 막 발굴했느니까. 이 작가의 작품이 오래 전부터 집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오늘 완독했다. 그리고 전작을 찾아 다니고 있다.
아,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과 지그문트 바우만의 <쓰레기가 되는 삶들> 이전에 이 소설을 읽었어야 했음을 통렬히 느꼈다. 1965년 프랑스 평론가들로부터 '현대 소비에 관한 탁월한 사회학자의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그야말로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르노도상 수상작인 조르주 페렉의 데뷔작 <사물들>. 그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자본주의 소비생활로부터 무엇일 잃어버렸는지 정확히 짚고 있다. 소비사회에서 나를 온전히 향유하려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페렉의 문장들은 건조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마력으로 나를 휘어잡았다.(왜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리고는 그의 최대 역작이라 불리우는 <인생 사용법>이 마구 읽고 싶어지는 거다. 결국 오늘 페렉 사상의 결정체라 불리우는 이 책을 손에 넣었다. 900페이지가 넘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아주 깊게 음미하며 읽을 예정이다. 정말 페렉은 우엘벡과 키냐르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 프랑스 작가인거 같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이런 대가를 왜 이제야 알았는지....<사물들>을 진작에야 읽었어야 했다!!)
이 외에도 멋지다고 생각하는 작품들을 차례로 구입했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와 그 장르를 대중화시켜 말로라는 불멸의 캐릭터를 창조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 그리고 '소산문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이 그런 책들이다. 뭔가 치명적인 포스를 간진한 작품들인듯해서 사들였다.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과 페렉의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은 찾는 책 바로 옆에 꽂혀 있어 닥치고 구매한 책들이다. 이 책들 역시 나에게 문학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해 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물론 재밌는 쟝르 소설들을 발견해 같이 구입했다. <카라바조의 비밀>, <13계단>,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등. 이 책들을 언제 다 읽을지는 몰라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건, 올해 문학 작품 감상은 제대로 할듯하다는 거. 단지, 이들을 구입하느라고 여윳돈이 바닥났다는 우울감이 이 뿌듯함을 상쇄하고 있다는 정도..
덧.
야무에게 재밌는 소설을 추천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