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4년 뒤부터 모 교육기관에서 소설과 드라마 강의를 들었다. 나중엔 교육기관을 옮겨서 시 강의도 들었다. 이런 배움의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이 아닌 것 - 책 - 에 대해 설렘을 가져 본 최초의 경험이었다. 책에 대한 설렘은 ‘문학’, ‘독서’, ‘작가’ 등의 낱말만 들어도 설렘을 느끼는 것으로 이어졌다.
페크님 서재 페이퍼 중에서..
올만에 페크님 서재에 가서 글을 읽는 와중에 발견한 부분이다. 페크님은 글쓰기를 매우 좋아하시는가 보다. 책읽고 글쓰고, 그리고 또 읽고 쓰고... 알라딘 서재를 운영하시는 많은 분들이 페크님처럼 글에 대한 욕심이 많고, 그래서 저런 글쓰기 수업을 듣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다.
나는 글에 대한 욕심이 지금은 거의 없다. 한 때는 매우 날카롭고 논리 정연한 글을 쓰는 것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특히나 엔날 중앙일보 강위석 님의 칼럼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런 정도의 글을 쓰나 하고, 매우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글쓰기 수업을 들어 본 적은 없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학교 교육을 제외한 '가외' 공부를 받아본 적이 없다. 특히나 돈을 내고 어떤 수업을 듣는 사치는 한 번도 누려본 적이 없다. 30대 중반까지! 그냥 난 모든 걸 독학으로 학습했다. 그래서 이전에는 스승의 중요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배울 생각도 별로 하지 않았다. 어떤 걸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옷에 관심을 갖고 옷을 배워보고자 처음으로 돈을 내고 수업이란 걸 들어보았다. 그때 어떤 것을 배운 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건지를
깨닫게 되었다.
어떤 걸 간절히 원해서 배워보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정말 대단해 보였고, 좋은 스승을 많이 둔 사람이 훌륭한 지식과 기예를 갖춘다는 게 당연해 보였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많은 시간을 들여 끙끙거릴 때 스승은 아주 간단하게도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때의 희열이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겠다. 이전에 내가 몰랐듯이.
글쓰기도 그렇고 책읽기도 그렇고 어떤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때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학문이라는 분야는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기가 그 어느 분야보다 어려운 거 같다.
내가 대학 때 디자인 학원에서 가르쳤던 분과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난 만사를 제쳐놓고 학자의 길을 갔었을 거다. 이상하게도 학부 때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는 것이 지겨움의 연속이었다. 이는 대학 교육의 부실함을 내가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던 반증이었을 거다. 내 동기들도 하나같이 다 지겨워 했으니. 지금이라고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위에 페크님의 글처럼 나는 아직 글쓰기에 대한 설렘은 없다. 절판된 책에 대한 흥미는 있지만 설렘까지는 아니다. 나의 눈이 뒤집히는 것은 오직 좋은 소재로 잘 재단된 옷을 볼 때 뿐이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림, 건축, 디자인 전반에 대한 관심은 계속 진행중이다. 이런 분야에 대해서 좋은 스승을 가질 수 있다면 아마도 이들에 대한 관심이 설렘으로 바뀔수도 있으리라. 그러면 지금 패션에 대한 설렘과도 같은 설렘을 저들 분야에서 느낄 수 있을 거다.
해가 바뀌면서 어떤 계획을 하거나 어떤 바람을 구체화시킨 적이 별로 없다. 매년 그랬다. 하지만 페크님 글을 보니 올해에는 배우고 싶은 분야에 대한 좋은 스승을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말이다. 그러면 사는 게 훨씬 더 재미있어 질 것만 같다. 돈이 없어도 재미있는 삶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