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지식총서가 드디어 500권을 냈다. 정말 놀라운 속도다. 거기다가 이 지식 총서의 컨셉처럼 스펙트럼도 넓다. 인문, 사회, 문화, 역사뿐만 아니라 과학, 취미, 실용까지 교양 지식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200권대 중반이후로 가격이 한 차례 껑충 뛰기는 했지만 이 시리즈의 역사, 철학, 문화 분야는 정말 탁월한 책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도그럴것이 해당 분야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전공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고 알차다. 시리즈 초반에 출간된 책들은 매우 저렴해서(3300원) 미친듯이 사모으기도 했다. 그렇게 모으다 보니, 나도 100권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소장한 살림문고본은 총 110권이 좀 넘는다. 주제별로 그리고 시기별로 읽었기에 책꽂이에 꽂아두지 못하고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읽었던 살림문고 중에서 최고의 책들을 꼽아보면 정말 30권이 훌쩍 넘는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책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이 중에서 특히 푸코와 후설이 대박이다~!)

 

 

 

 

 

 

 

 

 

 

 

 

 

 

 

 

 

대부분의 문화, 역사, 철학 분야의 책들이 정말 좋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이 시리즈 중에서 제일 허접한 책을 선별해서 그 책들만 피하는게 상책이다. 내가 소장한 살림문고를 모두 완독하지는 않았지만 한 70% 정도는 완독했다. 대개가 옹골찬 책들이었지만 역시 함량 미달인 책도 속해 있었다. 이런 건 역시 총서의 한계일 수밖에 없는 듯. 일단 두 권만 피하자.

 

먼저, 최악의 책은 <고객을 사로잡는 디자인 혁신>이다. 저자인 신언모는 삼성에서 매우 많은 뒷돈을 받아 챙긴 모양이다.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삼성 제품 예찬론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사람은 교수 중에서도 원로 교수급에 속하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에 이 교수는 디자인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제품의 외형적 이미지가 디자인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읽으면서 '지랄같다'는 생각을 수십 번 되네였다.

 

<흡결귀가 지배하는 세상, 대학>을 읽고 보니, 퀄러티가 떨어지는 책을 내놓는 교수들은 거의가 실력없는 놈팽이쯤 되는 것 같다. 학생들을 후려 학부모의 돈만 빼먹는 흡혈귀같은 존재들. 이들은 대개 신 모교수처럼 한심한 책을 줄기차게 내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안주하는 모양이다. 살림문고 최악의 책은 바로 신언모의 책이다.

 

 

두 번째 책은 <이란의 역사>다. 이 책 저자도 교수다. 유흥태란 사람인데, 역사서가 참으로 '창세기'초반부같다. 누가 누굴낳고, 또 누가 누굴낳고...하면서 끝임없이 이어지는, 뭐 그런 내용. 이전 페이퍼에서도 내가 이 부분에 내해서 불평해 놓았었다. 정말 지루한 책이다. 아랍 사람들 이름들이 모두 압둘, 모하메드, 하산...이런 이름들인데, 성과 이름들의 조합이 끝임없이 나열되면서 누가 누구를 죽이고 어느 나라를 세웠고, 또 간신히 살아남은 조카 아무개가 자기 나라를 멸망시킨 언넘을 죽이고 새로운 왕조를 열고...계속 된다. 빌어먹을 책이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고른 최악의 책이니, 읽지 않은 책 중에서도 있을 것 같긴하다. 어쨌건 위 두 책만 피하면 살림문고 본은 양질의 책을 만날 확률이 높은 시리즈다.  

 

살림문고가 처음 100권 돌파했다고 알라딘에서 세일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00권이라니.... 우리나라 출판시장에서 총서 시리즈 중 가장 많은 권수 발행을 목도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이건 우리나라 출판문화에 한 획을 긋는 대단한 업적인데, 이에 대해서 일언반구가 없는게 신기하다.

 

개인적으로 총서에 관심이 많아 총서들을 쭉~ 모아오고 있는데, 100권이 넘은 총서 시리즈는 정말 드물다. 아마도 단일 시리즈로 '한길사상신서'와 문지의 '현대의 지성' 시리즈 그리고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대우학술총서 정도가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총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 총서는 모두 100권 이상을 돌파했다.)

 

헌데 살림지식총서는 단기간에 500권을 돌파하여 이 부분 신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위 100권을 돌파한 총서들은 80년대부터 또는 90년대부터 쭉~ 출간되어 오고 있는 총서 시리즈다.) 분명히 축하받아 마땅할 업적이지 않을까.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건 괴씸하지만^^;;)

 

서점에서 500권을 본게 어느 덧 한참 전이다. 그때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500권 제목이 <결혼>이라서. 난 아직까지 관심이 없고,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근데 결정적인 것은 이 책의 저자가 '결혼' 전문가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근무했거나 그 대표가 썼다면 전문성에 의심이 가지 않았겠지만,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이 <결혼>이라는 책을 쓴게 좀 거시기 해서 패쓰했다. 슬쩍 보니, 자게서 모양새에 정보의 나열에 불과해 앞으로 소장할 생각은 없다. 500권이라는 상징치고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책인 듯하다. 뭐, 결혼예찬론자나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서 봐도 무방할 듯.

((500권 기념으로 후설 책이 나왔으면 어떨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니면 <이야기 서양철학사> 정도. 특히 후자는 그 두깨가 압도적이니..ㅎㅎ))

 

 

어쨌거나 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 살림지식총서다. 앞으로 몇 권까지 출간될지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겠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니. 지금까지 모아온 살림문고 기념샷이나 올려야 것다. 살림문고,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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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14-11-2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특별히 야무 님 향해 드리는 말은 아니랍니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요. 더불어 책 이야기를 건넬 때는 무엇이 매개 돼야 할까요. 근방에 블로그를 방문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물길에 잠길 듯 말듯한 징검다리를 마주할 때 마냥 망설임이 앞섭니다.

yamoo 2014-11-25 13:41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요? 그리고 책 이야기를 건넬 때는 무엇을 매개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저도 정말 고민을 하게 하는 지점입니다.
안다는 건 무엇이고 아는 것 같은 걸 말했을 때 반응들, 그게 담론이라면 그게 참 거시기 한 거 같아 저도 망설이게 됩니다. 네..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