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에 소개해 드릴 총서는 해냄출판사의 대표적인 교양 시리즈 중 하나인 [클라시커 50]이다. 이 시리즈의 모토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이다. 책의 편집이 매우 훌륭하여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매 꼭지인 메인 에세이는 분량상 깊이가 없는 게 흠이다.
물론 중학교 교과서 수준의 평이이한 문체와 문화사별로 꼭 알아야할 내용을 선별해 소개한 건 분명한 강점이다. 문학, 음악, 미술, 역사, 인물 등 교양인으로 꼭 알아야할 명작, 명인 50선을 한 권에 담는 다는 것은 웬만한 편집 능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이걸 아주 멋진 편집으로 해냈다.
그래서 현대 교양의 결정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깊이가 아쉽다는 것은 '교양'이라는 말에서 어느 정도 방패막이가 될 수 있겠다. 내가 이 시리즈의 4권을 읽어 보니 해당 분야의 무식을 충분히 타계할 수 있어, 참으로 괜찮은 교양 총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도 잠깐 밝혔다시피, 이 시리즈의 최대 강점은 편집이다. 모든 책이 공통된 편집틀로 이루어져 있다. 컬러 도판이 시원시원한데, 여기에는 희귀한 사진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시리즈가 그렇게도 자랑하는 편집틀을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다. (참으로 자랑할만하다고 생각한다.ㅎ)
* 글의 메인을 이루는 에세이 : 현대적인 감막 필치로 풀어낸 수준 높은 에세이
* 링크 박스 : 인용문, 일기, 인터뷰를 비롯, 타분야와 연계된 흥미로운 정보
* 그림과 사진 : 300컷에 이르는 컬러 화보
* 캡션 : 그림과 사진에 대한 깔끔한 설명
* 별도 자료 : 각 주제의 신속한 개관을 위한 다양한 압축 정보
* 세부 정보 : 생애, 업적, 줄거리, 전승 과정 등 세부 정보
* 추천 정보 : 각 주제와 관련된 책, 영화, 음악, 탐방지 소개
* 요약 평가 : 각 주제의 특징과 의미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별점 평가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독특한 체제의 입체 교양서'라는 광고 카피에 적절한 편집틀이라 하겠다. 컬러 화보 때문에 최고급 코팅지를 사용하고 가로 크기가 좀 큰 책이라 보기에는 좋지만 이게 이 시리즈의 결정적인 단점 역할도 한다. 갖고 다니면서 보기가 좀 불편하다. 무게감 때문에.
한 가지 밝혀 둘 건, 이 시리즈도 역시 퀄러티에서 차이가 난다. 내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몇 꼭지 읽고 소장한 책은 4권이다.
이 중에서 <재판>과 <건축>이 제일 만족하며 본 책이다. <철학가>의 경우 번역이 매우 저열했고, <디자인>의 경우 다른 디자인 책에서 많이 다뤘던 내용을 재탕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중복이 심하더라도 내용이 새로우면 괜찮은데, 이도 충족시키지 못한 느낌이다. 이 점에서 <건축>이 그만큼 돋보인다.
사실 다른 주제는 별 관심이 동하지 않아 4권만 소장했다. 하지만 <커플>이나 <발명>, <오페라> 등은 흥미로운 얘기가 많아 일독할 만한 가치는 충분한 듯하다.
어쨌든, 이 교양 시리즈는 눈이 호강하면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총서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그나마 쉽게 구해 볼 수 있는 시리즈이니, 착한 가격에 읽어보면 언론들의 찬사(이 시리즈 출간 당시 언론들의 격찬이 이어졌었다)가 허언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