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봉하는 영화들 예고편을 보니, 보고 싶은 영화가 꽤 된다. 그 중에서 <캡틴 하록>은 영화관에 달려가서 볼려고 했는데, 더빙했다고 해서 주춤하고 있다.

 

그런데, 먼저 본 사람들의 리뷰를 보니, 3D의 비주얼은 훌륭한데, 액션은 별 볼일이 없다고. 더군다나 원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면 다량 실망하겠다는 논지다.

 

아, 이걸 어쩐다나...아무래도 <캡틴 하록>은 DVD 출간을 기다려야 할 듯하다. 실망할 각오를 하고 봐야겠지.

 

실망을 각오하겠다는 말에서 알아차렸겠지만, 나는 하록의 광팬이다. 80년대 초에 나온(82년으로 기억한다)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는 실로 엄청난 퀄러티를 자랑하는 작품이었다. 줄거리는 오래되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하록이 왜 우주해적이 됐는 지 그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 극장판이 나온 이유는 캡틴 하록이 아주 갑자기 등장한데서 연유한다. 1977년 방영된 <우주전함 야마토>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입되어 <나르는 전함 V호>로 방영되었다.) 방영될 당시, 야마토호가 적에게 타격되어 괴멸상태에 빠졌었는데, 그때 혜성같이 나타나 야마토 호를 구하고 유유히 사라진 캐릭터가 바로 우주해적 캡틴 하록이었다.

 

 

 

 

당시 이 부분 에피소드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하록 선장>의 TV시리즈가 탄생하는 계기됐다고 한다.

 

어쨌든 마츠모토 레이지의 우주 세계관(일명 레이지버스라고 함)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주해적의 탄생은 모자이크와 같은 그의 레이지버스에서 빠질 수 없는 캐릭터이다. 마츠모토에 의해 창조된 하록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최고의 남성성을 보여주었고 당시 남성들의 로망이었다고 한다. (최고의 여성 캐릭터는 999의 메테르. 하록은 지금봐도 너무나 멋진 캐릭터다.)

 

하지만 <하록 선장>의 인기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고 999 TV시리즈(은하철도 999) 방영 이후 폭발적인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999마지막 편에 갑자기 등장한 하록은 위기에 빠진 999호와 데츠로를 구하고 유유히 사라진다.

 

그러하기에 '하록은 누구인가'에 대한 마츠모토의 팬 서비스가 <하록 선장>의 외전 격인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 극장판이다.

 

 

 

 

이 작품을 감상하지 않으면 <퀸 에메랄다스>, <은하철도 999>,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갑자기 나타난 하록을 이해하기 불가능하다. 호기심만 증폭된다. (뭐, 그 때문에 하록 캐릭터가 탄생한 거지만)

 

그래서 이 작품은 마츠모토의 레이지버스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하록이 해적이 된 동기와 한 쪽 눈을 잃게 된 경위 그리고 그가 타고 다니는 아르카디아호가 어떻게 건조 됐는지 모두 알려주기에 그렇다.

 

외전 형식이지만 작품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퀄러티가 높다. 이 작품의 주제는 자유인데, 하록이 어떻게 자유를 위한 투사가 되는지 아주 밀도 높게 보여준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말 아포리즘을 방불케하는 멋진 말들로 점철되어 있다. 130분 내내 감탄하게 된다. 마지막에 절친인 평생의 친구 도치로의 영혼이 깃든 아르카디아호를 타고 '발진'을 외치는 하록의 대사는 정말 압권이라 할만하다. (1982년에 이런 정도의 극장판을 낸 것이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하록의 인기에 힘입어, 오랜 시간이 지난 끝에 2003년 OVA판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그게 바로 <우주해적 캡틴 하록>이다. 총 13화 분량으로, 린타로(999극장판 1.2의 바로 그 감독)가 감독을 맡아 매드하우스에서 제작되어 DVD로 발매됐다. (이후 니혼 TV를 통해 방영됨.)

 

지금 개봉되고 있는 <캡틴 하록> 3D 극장판의 원작이 아마도 <우주해적 캡틴 하록> OVA DVD판인듯하다. 이 작품은 마츠모토 레이지의 우주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기에, 그 내막을 알고 보는 것이 유익하다. 그렇지 않다면 3D 비주얼위주로 보게되어 재미가 반감되는 단점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근데, 대부분 원작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이런 한계점을 갖는 듯..)

 

 

그 옛날, 하록의 캐릭터에 심취한 기억이 있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는 <캡틴 하록>이 매우 반가울 듯. 이 만큼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도 드무니...

 

이 작품과 하록 캐릭터를 아직 잘 모르는 분들에게 약간의 팁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페이퍼를 발행한다. 부디 재밌게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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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4-01-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걸 볼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어린 시절 하록선장을 보면서 동경했던 기억이...

yamoo 2014-01-25 16:24   좋아요 0 | URL
세인트님도 하록선장 동경하셨군요! 반가워라~^^

고민 중 발견한 정보가 메가박스에서는 자막 3D라네요. 가서 보고 싶지만 저는 DVD 나올 때 까지 기다려볼 심산입니다^^

사마천 2014-01-2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인 하록, 철이 (데츠로) 그리고 영원한 꿈의 여인 메텔 등. 추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yamoo 2014-01-26 13:22   좋아요 0 | URL
사마천님도 레이지버스의 좋은 추억을 갖고 계시군요! 반갑습니다~^^

격려해주시니, 열심히 글을 올려야겠다는 각오가 불끈~ 솟습니다만....워낙 천성이 게을러서 맘 같지 않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ㅎ

alligatorn 2016-06-08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전함야마토에서 나오는 하록이 나오는편이 몇화인가요?

yamoo 2016-06-11 16:45   좋아요 0 | URL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후반부에 나옵니다. 야마토 호가 적에게 궤멸당할 직전에 나타나거든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