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8일

까망 까망 하양 까망 까망 회색 밤색

 

2013년 11월 19일

까망 까망 까망 까망 까망 까망 까망

 

2013년 11월 20

까망 빨강 까망 까망 카키 까망 회색

 

2013년 11월 21일

까망 까망 밤색 회색 카키 까망 회색

 

2013년 11월 25일

쥐색 누렁 까망 카키 까망 까망 하양

 

2013년 11월 27일

끼망 빨강 까망 하양 남색 회색 누렁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내 앞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내 휴대폰에 적어 놓은 옷차림 색깔들이다. (몇 일 간격으로 무작위로 선택해서 적었기에 부족하지만 일반화된 경향성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까망(깜장 또는 검정이 표준어지만 까망이라는 발음이 좋아 이 단어를 선택했다)이 압도적으로 많다. 까망을 제외하고는 누렁(베이지)과 카키(지녹색) 회색(진회색) 남색(네이비)등이 많이 보였다. 하양도 간혹 보였지만 다른 색들은 10명 중 3명 정도이고 그냥 거의가 다 까망을 입고 있다.

 

수트를 비롯하여 코트, 패딩, 파카 등 거의 모든 아우터들의 색깔이 까망이다. 아니면 진회색이거나 진녹색, 어두움 밤색 등 칙칙한 색상 일색이다.

 

정말 단조롭다 못해 희한한 풍경이다(19일은 정말 대박이었음..ㅎㅎ).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까망을 무쟈게 좋아하나부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리 많은 까망을 입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까망을 무쟈게 싫어한다. 왜냐면 까망은 저승사자를 상징하는 장례의 색깔이라 그렇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마귀의 색도 까망이며, 조폭의 옷도 까망이다. 더군다나 보안요원도 까망을 입으며 웨이터도 까망을 입는다.

 

이런 까망을 일상복의 색으로 입는다? 흠, 대단한 용기와 단호한 패션철학이 있지 않는 한 입기에 요원하다. 왜냐하면 까망은 어떻게 입어도 소화하기 힘든 색상이기에. 유일하게 시도할 수 있는 수준이 블랙&화이트 정도인데 이것도 아주 패션의 달인들이나 소화할 수 있다.

 

오~ 그런데 정말 출근길과 퇴근길의 지하철 인파의 물결은 깡망이 대세이다. 가방도 까망 구두도 까망. 사무실이 장례식장도 아닌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까망을 그리도 많이 입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시시하지만 다음의 3가지다.

 

첫째,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가 옷 입는 거에 도통 관심이 없다. 특히 중년 이상들은 매우 심하다. 그래서 손에 잡히고 편안한 옷들을 즐겨 입는데 싸기까지 한 대부분의 겨울 아우터들이 거의가 까망 아니면 채도가 아주 낮은 칙칙한 색들이다. 따뜻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입고 다닌다.

 

둘째, 세탁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까망은 때가 탔는지 안탔는지 전혀 모르는, 일명 모든 것을 덮는 색이다. 커피가 묻어도, 김칫 국물이 떨어져도 표시가 거의 나지 않는다. 단지 하양 계열만 묻히고 다니지 않으면 되는데, 그런 건 밥풀 정도만 조심하면 된다. 옷에 묻을 생활 속의 하양은 정말 드물다. 

 

셋째, 이건 특히 남자들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색깔있는 옷을 스스로 구매해 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아니 스스로 자신이 입을 옷을 구매해 본 적이 별로 없기에 그렇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학창시절 줄곧 교복을 입는다. 교복을 벗는 대학생 때는 엄마나 여자친구가 골라 준 옷을 입고 다니고 결혼을 해서는 아내가 골라준 옷을 입고 다닌다. 그러니 자신이 무슨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고 무슨 색의 옷을 입어야 어울리는지 그 시도를 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까망이나 무채색의 겨울 옷들을 입고 다니게 된다. 의도하지 않게 말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까망을 주로 입고 다니는 옷차림이 특별한지 거의 모르고 지낸다. 그도그럴것이 문밖을 나오면 대부분이 자기와 비슷한 까망들이 도처에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까망은 특별한 색이다. 직업적으로 입어야 되거나 특별한 장소에서 주로 입는 색이다. 물론 일상에서도 시크한 스타일로 까망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패셔니스타에 한한다. 까망을 입어서 시크한 멋을 내기는 정말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이냐....라고 한다면 내 대답은 하나다. 까망을 자제해 달라는 말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7곱 빛깔의 무지개 색상들이 많이도 나와 있는데 여러 가지 색을 즐겨보라는 거다.

 

색깔을 선택해서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건 작은 즐거움이다. 과거에는 개인이 색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그냥 주어진 색을 계급에 맞게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할 뿐이었다.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녹-자-비 또는 자-비-청-황의 색깔은 이를 대변해 준다.

 

서양에서도 중세에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일반 백성이 금해야 할 색깔이 정해져 있었다. 보라나 빨강 또는 노랑 파랑은 시대에 따라 일부 특권층만 입을 수 있는 색상이었다. 일반 백성이 이들 색깔을 입고 돌아다니면 국가에서 이들을 잡아 극형에 처하기도 했다.

 

과거에 색깔은 통치 계급을 나누는 일종의 상징 체계였다. 그러나 그때에도 까망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입지 않는 색상이었다. 사제 계급이 의식행사(장례) 때에나 입는 정도였다. 서양회화사의 그림들을 죽~ 봐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 이제는 계급도 없어지고 색깔로 생활을 규제하는 시대도 지났다. 누구나 색을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어떻게 보면, 색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역사에서  조용하지만 가장 큰 혁명처럼 생각된다.

 

이런 좋은 시대에 왜 서울 시민들은 까망 옷차림이 일상에서 넘쳐나는지 모르겠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우리도 형형색색으로 지하철을 물들였으면 좋겠다~

 

 

[덧]

1. 지하철에서 옷차림들을 살펴보다가 아주 재밌는 사실을 덤으로 발견했다. 옷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발도 까망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거 같다. 베이지색 바지나 회색 그리고 까망 바지 할 거 없이 거의가 까망 구두나 까망 운동화다. 근데, 그거 아시는지. 까망 수트 바지에는 까만색 구두만 신어야 된다는 거. 까망에 갈색 구두를 신는 건, 오우~ 안될 말이다. 수트를 입는 대원칙 중 통일성의 원칙에 위배되기에~

회색이나 베이지 색 바지에 무슨 구두를 신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까망 바지만큼은 검정 옥스퍼드 구두를 신도록 해보자.

2. 신발은 대개가 구두아니면 운동화인데, 운동화의 10에 8은 뉴발이다. 특히 여자들은 거의 가 똑같다. 하프코트에 스커트이건 아님, 파카에 데님 바지이건 거의가 운동화는 뉴발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사람들의 획일성을 들먹일때마다 똑같은 옷차림을 지적하곤 하는데, 내가 내 눈으로 확인해 보니 정말 그렇다.

아, 그리고 여자분들.. 제발 온통 검정 옷차림에 알록달록한 뉴발 운동화만큼은 자제해 주길 당부드린다. 하나도 멋지지 않다. 단연코~!

4. 흠...남자들을 위해 몇 권의 책이 생각난다. 그 중에서 에스콰이어 편집장이 낸 책이 제일 처음 떠오른다. 가장 기본에 충실한 남자들의 옷입기에 대한 수다~

그리고 색깔 선택을 위해 유익한 몇 권의 책도 덤으로 생각난 김에 첨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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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05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대박 공감합니다.
한국에는 검은색밖에없어요...

yamoo 2013-12-09 21:21   좋아요 0 | URL
공감해 주셔서 감솨~합니다..ㅎㅎ
곰발님께서 이 주제를 갖고 페이퍼를 쓰신다면 기막힌 페이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넷 2013-12-0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 모르겠어요.ㅋㅋ 말끔하게 입고는 싶은데 잘 안된다는 거...ㅠㅠ

yamoo 2013-12-09 21:25   좋아요 0 | URL
말끔하게 입는 거 좋지요~ㅎㅎ 근데 그거 어렵지 않아요.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색만 대충 맞줘 입으면 끝이에요. 베이지 색의 치노바지(면바지)에 푸른 색 자켓을 몸에 맞게만 입으면 됩니다. 말끔 + 세련 + 차도남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ㅎㅎ 중요한 건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된다는 거에요. 그럴려면 자신의 신체 치수를 정확히 알아야지요. 몸에 맞는 옷만 입는다면 말끔하게 입는 건 덤으로 따라 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