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OOO, ‘하룻밤 지식여행’ 등의 시리즈가 있다. 대중들의 기초적인 교양을 위해서 출판사가 기획한 인문교양 총서들이다. 이 총서들의 혁혁한 공로는 문외한에게 고전과 인문학자들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난해한(?) 내용이 무척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이해를 돕도록 삽화와 도표 그리고 만화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압축적인 정보전달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총서 시리즈다.


한데, 이 시리즈 타이틀을 보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 뭔가가 이상함을 느낀다. 책 타이틀과 달리 페이지가 휙휙 넘어가지 않아서다. 그리고 읽는 중에 알아 버린다. 책 시리즈의 타이틀은 완전 ‘낚기용’ 떡밥 대마왕이라는 사실을. ‘하룻밤’ 때문에 이 책을 구입하고 제대로 뒤통수 맞았다는 리뷰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그래, 뭐 마케팅 면에서는 칭찬해 주자. 하지만 사발도 이런 사발을 치면 곤란하다. 이런 문구로 순진한 대중들을 기만하면 안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책과 친하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이런 식으로 속았다는 느낌을 심어주면 그들에게 영영 책(특히 인문 책)을 멀리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 내용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 입문자가 읽기에 평이하고 알차다. 이런 좋은 책의 이미지가 낚시용 문구로 한 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되겠다.


그런데 이런 계열의 총서가 하나 더 있다. 중앙M&B에서 출간하였던 ‘30분에 읽는’시리즈(M&B 출판사는 이후 랜덤하우스중앙으로 바뀌었다). 이 시리즈는 분량상 위 시리즈보다 얇고 무게가 가볍다. 배판도 약간 작다. 물론 ‘30분’ 시리즈(전30권)도 그 기획의도가 ‘하룻밤’ 총서 시리즈와 별반 다르지 않기에 겹치는 주제가 꽤 많다.


특히 ‘하룻밤’ 시리즈와 살짝 비교해 살펴보아도,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사르트르>, <플라톤> 등이 눈에 띈다. 그래서 같은 주제를 겹쳐 읽으면 꽤 흥미로운 구도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주제에 어떤 책이 더 잘 편집됐는지 비교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솟구친다. 두 시리즈를 모두 읽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운 비교 놀이 쯤 된다.

 

 

 

 

 

 

 

 

 

 

 

 

 

 


 

 

(사실 <프로이트>의 타이틀을 달고 출간된 교양 총서 시리즈들은 꽤 많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하룻밤 지식여행, ‘30분에 읽는’ 시리즈, 옥스퍼드 위대한 과학자 시리즈, HOW to READ 시리즈, 20세기를 만든 사람들 시리즈 등) 

 

 

 

 

 

 

 

 

 


아, 근데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30분에 읽는’ 시리즈가 정말 정직하게 30분 분량 정도만 투자하면 다 읽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실로 놀라운 편집이다. 그 방면의 문외한이라도 30분이면 책의 주제를 거의 다 인지 할 수 있을 정도다. 절대 설레발치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최대 장점인 요점 정리(각 절의 말미에 정리돼 있다)만 보면 책의 핵심을 모두 다 본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키워드도 덤으로 알 수 있다. 30분이면 내용의 뼈대와 핵심이론이 자연스럽게 잡힌다.


예컨대 이 시리즈 중 하나인 <마르크스>를 보자. 먼저 장별 목차에서 핵심을 확인할 수 있고, 본문의 키워드와 말미의 요점을 보면 본문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모든 장을 이런 식으로 보면 마르크스가 어떤 책을 저술했으며 각 책의 핵심 이론이 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마르크스가 평생 어떻게 살았고, 추구한 이념은 무엇이었으며 누구에게 영향을 받아 후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30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문외한이 30분 정도 투자해서 한 주제에 대해 이 정도의 체계적인 이해(지식)를 갖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 물론 관련 분야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본다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 데 30분 정도면 족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주제에 대한 흩어진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그만인 시리즈다.


인문학을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나, 자신이 아는 게 정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시리즈로부터 그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 뒤에 읽어 가야할 중요 참고문헌도 정리되어 있기에 최적의 입문자용 2차 문헌이다.


무엇이든지 입문자에게는 기초와 방향이 중요하다. 해당 방면에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간의 해당 지식을 무장시켜 주는 이런 책은 정말 유익하고도 필요하다. 0과 1의 차이와 2와 3의 차이는 전자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1이란 해당 방면에 대한 기반이자 출발이기에 그렇다. 1을 갖춘 사람이 3정도의 책을 읽는 건 가능하지만, 0은 읽어 나갈 수 없다.


결론적으로 본 페이퍼를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하나다. 기본 교양 총서는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출간되어야 하고 장기간 읽혀져야 한다는 거.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총서의 생명력이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짧아 유감스럽다. 위에서 소개한 ‘하룻밤’ 시리즈는 점차 절판되어가고 있고, ‘30분’ 시리즈는 모두 절판되었다. 모두 다시 발행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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