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가격 절반 내렸는데, 커피값 인상?

 

<앵커>

요즘 한 끼 밥값보다 한 잔의 커피 값이 더 비싼 경우가 있습니다. 커피 원두 가격은 크게 떨어졌는데도 한번 올라간 커피 값은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장세만 기자입니다.

 

<기자>

한 식품 대기업 계열의 커피 전문점, 모레(2일)부터 커피값을 올린다는 공고가 나붙었습니다.

아메리카노 4천300원에서 300원 인상, 우유가 들어간 라떼는 5천200원으로, 700원을 올린다는 내용입니다.

고급 원두를 쓰는데다, 4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는 게 업체측 설명입니다.

이 업체는 SBS 취재가 시작되자, 커피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곳 뿐이 아닙니다.

지난 2010년 이후 유명 커피전문점마다 너나없이 가격을 인상했는데 세 차례나 올린 곳도 있습니다.

문제는 국제 원두가격 인상을 이유로 몇 차례나 커피값을 올렸던 커피점들이 반대로 원두값이 떨어질 때는 꿈쩍도 않는다는 겁니다.

현재 원두커피 원료로 쓰이는 아라비카 품종의 경우 고점이던 재작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값이 내렸습니다.

인스턴트 커피 업계에선 값을 내린 사례가 있지만, 커피 전문점들은 원두 값보다 임대료, 인건비 등의 부담이 더 크다며 가격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어제 sbs뉴스 기사

 

 

우리나라는 소비자 가격을 올릴 때 이상하게 동일한 논리를 사용합니다.

 

커피값 올릴 때..국제 원두가격이 인상하여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리게 됐다.

우유값 올릴 때..국제 원유 가격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휘발유 값 올릴 때.. 국제 원유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택시 값, 버스 값 올릴 때.. 국제 원유가격 인상으로~블라블라

 

가격을 올릴 때는 언제나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 운운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국제 원자재 가격 얘기는 없는 게 된다.

가격을 올릴 때 국제 가격 운운 했으면 국제 가격이 떨어질 때에는 당연히 가격을 떨어뜨리는 게 합당한 논리다. 그런데 어떻게 된게 소비자 가격은 맨날 오르고 떨어질 기미가 없다.

휘발유 가격이야 국제 원유가에 민감해서 국제 원유가가 내리면 조금이라도 내리는 시늉을 한다.(뭐 올릴 때는 팍~ 올리지만) 그런데, 우유 값이나 커피 값은 가격을 올릴 때 들었던 이유가 가격을 내려야 할 때 전혀 이유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 커피 가격은 국제 원두 가격이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커피전문점 커피 가격은 임대료와 인건비가 8할 이상이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 시 국제 원두 가격 운운한다. 가격 올리는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소위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에 딱 좋은 이유다.

 

커피 가격 형성에 별 영향도 없는 국제 원두 가격 운운 했다면, 당연히 국제 원두 가격이 떨어지면 가격을 내려야 한다. 아니, 내리는 시늉이라도 해야한다. 그런데 한국의 커피전문점들은 담합이라도 한냥, 국제 원두 시세가 최고 시세의 절반으로 떨어졌을 때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소비자 원성을 살 수밖에. 그냥 가격 올릴 때, 임대료와 인건비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해라. 커피 소비자 가격 올릴 때 국제 원두 가격 운운하면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에 덧붙여 떠들자면,

이 사태에 대해서, 커피 전문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쌍심지를 켜는 사람들이 있다. 250원짜리 자판기 커피의 20배가 넘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년놈들이라고..

3천원 짜리 라면 먹고 8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면 뭐, 있어보이냐...는 논리.

 

이런 비판은 대부분 여성들을 향하고 있다. 사실 커피전문점 자리를 점령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성들이기 때문. 약속 때문에 점심 시간 대에 커피전문점을 가보면 정말 10에 8은 여성들이다.

그래서 커피 가격이 5천원 6천원으로 오르면 안사먹어야 하는데 이들 때문에 커피전문점들이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열변을 토하는 한 무리가 있다.

 

뭐, 완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정말 놀이문화가 전무하다.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게 그들에게 일상적으로 제공되는 놀이문화이기에 여성들이 커피전문점 카페에 많은 것이다. 이건 매우 구조적인 사회문제이다. 커피전문점을 메우고 있는 여성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놀이 문화가 전무한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문화를 생각해 봐야 한다.

 

비판은 여성들을 향할 게 아니라 커피전문점으로 향해야 한다. 한국 스타벅스가 계속 성장하는 이면에는 우리사회의 이런 기형적인 놀이문화 부재가 한 몫하고 있다. 그만큼 벌었으면 양심적으로 커피가격을 책정해라. 아메리카노 레귤러 한 잔에 3000원이면 충분하다. 5000원은 사실 범죄 수준이다. 브랜드 이름 가격을 반영해도 3500원을 넘으면 안된다는 거다.

 

이런 폭리를 막으려면 많이 이용하는 여성들이 들고 일어나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여성들은 가격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이 강한 거 같다. 커피전문점들의 행태를 이렇게만 보구만 있으면 너무나도 울화가 치민다. 커피전문점을 메우고 있는 여성들이여 단결하여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를!

 

 

덧붙임

최고 수준의 원두가 Kg당 16000원 정도랍니다. 한잔 가격이 160원도 안된다는 건데...커피전문점들이 이 최상의 원두를 사용한다는 보장도 없고...커피가격과 커피에 대해서 잘 알면 그만큼 커피회사들이 어느 정도의 폭리를 취하는지도 알겠지요. 그래서 커피에 관한 책들을 모아 봤습니다. 커피에 대해서 알면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몇 권을 읽어 봤는데 꽤 유익했습니다. 커피는 이미 우리 삶 속에 너무도 깊이 들어와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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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8-3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가격이 커피 가격이던가요, 공간과 시간과 서비스의 가격이지요.

yamoo 2013-09-02 11:35   좋아요 0 | URL
그래요. 임대료 때문에 가격을 올린다면야 수긍하지만 원두가격 오르면 올리는 행태가 불합리한 거 같아 쓴 글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9-01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는 일종의 스끼다시'입니다. 메인 요리에 딸려서 나오는 음식.
사실 커피샵에 가는 이유는 커피 때문에 아니라 편안한 공간'을 빌리기 위해서입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공간을 빌리기 위한 장소... 뭐 그쯤 아닐까 싶어요..

yamoo 2013-09-02 11:37   좋아요 0 | URL
그쵸~ 공간...그래서 임대료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 어느정도 수긍하겠지만 원두가격인상하면 올린다는 그 이유는 너무도 뻔뻔한 거 같아서, 뉴스 기사를가져와 봤습니다~ 저두 공간에 대한 가격이 주라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3-09-0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뜰한 편이라 커피 3500원 하는 커피 집을 좋아하고
5500원까지 마셔봤지만... 8000원의 커피는 부담스럽군요.
그런데 제가 커피 집을 가게 되는 이유는 커피를 사이에 두고
친구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 때문입니다. 그러니 커피 값이라고 여기기보다
자리 값이라고 여길 때가 많아요. 이를 테면 커피 집의 난방비, 냉방비, 각종 세금이나
인건비에 보탠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ㅋㅋ
그래도 커피 값은 비싼 것 같아용. 내렸으면 좋겠어요.

yamoo 2013-09-02 11:38   좋아요 0 | URL
저두 한 3000원만 했으면 원이 없겠어요...ㅎ 상대적으로 커피전문점 커피값이 쌌던 엔제리너스 커피도 아메리카토가 거의 4천원...제발 내렸으면 해요. 전 커피를 매일 먹거든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