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10월 14일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친구가 시사회에 당첨이 돼서 보기 싫다는 나를 억지로 불러냈습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꽁짜표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러 갔지요.
책은 이미 재미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볼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영화 포스터도 디게 재미 없을 것 같은 포쓰가 마구 발산되는 것 같아, 그냥 어떤 내용인지 확인만 할 요량이었습니다.
하지만, 보기 시작하자 영화의 재미에 금새 빠져들었습니다. 저예산 영화라는 티가 팍팍 났지만, 재미 면에서는 역대 성공한 한국 영화에 전혀 뒤지지 않았습니다. 5분마다 한 번씩 폭소를 터뜨렸던 것 같습니다.
동주 선생을 열연한 김윤석 씨와 도완득 역을 훌륭히 소화한 유아인 군의 연기가 발군이었습니다. 특히 김윤석 씨는 이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연기 내공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아마도 성공하리라고 확신합니다만) 이 두 배우의 탁월한 연기력 때문일 것입니다.
이끼에서 이미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김상호 씨의 옆집 아저씨 역은 정말 많은 웃음을 선사해 줬습니다. 조연 이었지만 옆집 아저씨 캐릭터가 없었다면 그 많은 웃음의 미학은 반감됐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문득 완득이에게 호를 붙여주고 싶더군요. 영화 속에서 완득이는 이름 앞에 붙는 호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유명한 사람 이름 앞에 남들이 불러주는 호. 완득이는 동주 선생으로 인해 그 염원하는 호를 저도 모르게 얻게 됩니다. 다름 아닌, '얌마'라는 호이지요. 담임 선생인 동주선생은 완득이를 그냥 이름대로 부르지 않습니다. 항상 '얌마, 도완득~!'하고 부르죠. 언제나, 항상 그렇게 부릅니다. 그래서 도완득의 호는 '얌마'입니다..ㅎㅎ
한편, 이 영화는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웃기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내용 자체는 만만치 않습니다. 이 영화는 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일상을 들추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조심스럽게 비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머와 따뜻함을 잃지 않습니다.
영화는 보기드물게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합니다. 왜냐하면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내내 웃었지만 완득이가 자신의 필리핀 어머니를 만나 구두를 사주면서 '엄마'라고 부르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으니까요. 완득이의 어머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이 싸~했습니다.
영화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왔던 기억이 엊그제 같습니다. 마지막 완득이의 웃는 모습이 어찌나 밝고 깨끗한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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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재밌에 이 영화를 봤는지, 시사회 당첨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거, 참 재밌네~ 진짜~ 재밌네'라는 말을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내 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에게 초강추 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