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는 물리계에서 실재하지 않는다. 색채는 태양광선의 파장이 사람의 눈에 의해 인지된 우연의 산물이다. (어떻게 보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고마운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한다.)
색체는 실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현상들 중 하나이기에, ‘잠정적 실체’라는 특성을 띠고 있다. 이 기묘한 특성으로 인해 색채는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잠정적 실체는 내 마구잡이식 표현^^)
오로지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는 색채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곧 색채는 인간의 정서를 표출하는 하나의 상징화된 통로였다.
그래서 색채는 이성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를 상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종교, 신화, 예술, 의식 등에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색채가 지니는 상징성은 문화마다 다를지는 모르지만 그 감성적 측면은 비교적 보편성을 띤다. 예컨대 빨강은 정열, 초록은 명상, 노랑은 명상, 보라는 권위를 상징한다. 이는 여러 문화권에서 보편적인 연대감을 갖고 전승되어온 문화적 유산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어떤 색을 좋아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면 실로 놀랄만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호프와 웰치라는 연구자들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의 성인 중 절반 이상이 위 질문에 ‘청색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변한단다.
이쯤 되면 우리는 색채의 선호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탐구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느낀다.
색채에 대한 연구는 이미 괴테와 쇼펜하우어 그리고 후기 인상주의 미술가였던 조르주 쇠라에 의해 진지하게 탐구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색채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서는 거의 없는 듯하다. (출간된 책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대부분 미술, 디자인, 패션 분과에서 기능적으로 소개한 개론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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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기호학과 미학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성과가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색채와 문화 그리고 상상력>정도의 책이 많이 출간됐으면 한다. 번역서도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오래전 번역된 <색채심리>와 올해 출간된 <색채의 역사>가 읽을만한 책인 듯하다.
비교적 최근에 색채에 대한 관심의 증폭으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상당수의 책들이 출간되고는 있지만 마케팅-심리 분야에 한정되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색채에 대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말해서 무얼 하랴~ 진짜 손에 꼽을 정도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색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관련 학과도 생기고, 학제적인 연구가 풍성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재미있게 읽을 만한 색채에 대한 책들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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