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내가 찾는 책들은 대형서점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땐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세상의 모든 책이 다 있다는 교보문고에 내가 찾는 책이 없다니... 

이후 대형서점에서 내가 찾는 책들은 항상 재고가 없거나 주문을 부탁해야 몇 일 후 받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지런함을 떨지 않으면 책은 소리소문 없이 절판된다. 

오래전부터 몇 권의 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전전하고 있다. 왜냐하면 책들을 출간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출판사로부터 더이상 책들을 내지 않을 거라는 답신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로 총서 중 한 권인데, 대표적인 예가 민음 이데아 총서와 솔 출판사의 입장총서이다. 이데아 총서 중 한권이었던 키에르케고의 <두려움과 떨림>은 몇 년 전 대구의 헌책방에서 구했다. 

그리고 입장총서의 한 권이었던 데리다의 <입장들>은 작년에 흙서점에서 아주 착한 가격에 데려 왔다. 

하지만 아직도 구하지 못한 책들 때문에 헌책방을 전전하고 있다. 일 주일에 두 세번씩은 꼭 헌책방 사이트를 방문하여 찾는 책을 검색하곤 한다.  

이런 노력은 거의 시간 낭비일 때가 많지만 아주 가끔은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때가 있다. 어제가 바로 그런 예. 

내가 96년 교보문고에서 교보문고에서 나온 책들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현대사상신서 시리즈. 그때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과 윤평중 교수의 <푸코와 하버마스를 넘어서>와 함께 구경한 책이 헬무트 자이퍼트란 사람의 <학의 방법론 입문>이었다. 

 교보의 현대사상신서 시리즈를 꼭 컬렉션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오리엔탈리즘>만 구입하고 나머지 책들은 차후에 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저러 하다보니 해를 넘기고, 또 넘겨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물론 더 좋은 총서가 눈에 띠고, 추천받은 책들 위주로 책을 사다보니 잊혀지는 건 당연한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방법론을 다룬 책에 관심이 꽂혔다.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사회과학방법론이나 조사방법론을 제외하고 철학적인 방법론을 다룬 책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학문에 대한 방법론 일반을 다룬 책은 말해 무엇하랴~ 

A. 멘네의 <방법론>과 T.벤트의 <사회과학 방법론>, C.G. 햄펠의 <자연과학철학>, <과학적 설명의 여러 측면>을 읽은 후 헬무트 자이퍼트의 <학의 방법론적 입문>이 떠올랐다. 

 해석학과 현상학적 방법론을 통해 사회학과 철학을  연구한 이론서들은  꽤 있지만 학문 일반에 대한 방법론을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자이퍼트의 책은 이부분을 다루고 있어 꼭 한번 읽고 싶었다. 

 

 

아무리 구하려해도 구할 수 없었는데, 어제 한 인터넷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1권과 2권으로 나눠 출간된 책인데...내가 원한 책은 1권이었다. 2권은 해석학과 현상학 그리고 변증법을 다룬 책으로써 1권과는 내용이 상당히 달랐다. 2권에 관계된 책은 지금 알라딘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검색하자마자 그 헌책방에 달려가 사왔다. 다행히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헌데 책 값이 너무 비싸다. 6000원 액면가를 그대로 받다니. 책도 B급인데...뭐,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지만 서도.. 

집에 와서 훑어 보기만 했는데도, 정말 대단한 책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왜 우리나라 철학 교수들은 이런 방법론에 대해 연구를 하지 않을까...매우 궁금했다. 그리고 이 비슷한 책들이 왜 번역 출간되지 않는지도 의아했다. (사회과학 방법론과 과학철학 방법론에 대한 책은 그나마 좀 출간된 것 같다)

차례만 봐도 책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제1부 언어이론 

제1장 논리적 기초론 

제2장 기호이론 

제2부 연역 

제1장 공리적 사고 

제2장 구성적 사고 

제3부 귀납 

제1장 자연과학에 있어서의 귀납 

제2장 사회과학에 있어서 의 귀납 

 

장 마다 거의 해당 각론에 해당하는 내용이 압축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6권의 책이 한 권에 집약되어 있는 느낌이다. 막연히 책의 타이틀만으로 추측했던 것보다 내용은 훨씬 풍부하고 밀도가 높은 것 같다. 완독하면 어떨지 매우 기대가 된다. 번역도 아주 깔끔하다. 

찾아 헤멘 보람이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 좀 흥분했지만...가만 보면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없는 분야인 것 같다. 하지만 학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인데, 이 분야의 연구서가 거의 없는 현실이 심히 불가사의하다.  

교수들은 예나 지금이나 내용의 소개만 급급하나 보다. 어쨋든 찾던 책 한 권을 건져서 기분이 무지무지 좋다.ㅎㅎ 이런 비정상적인 것에 희열을 느끼는 걸 보면, 확실히 나는 책을 읽는 독자라기 보다는 책 수집가에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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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방법론에 대한 좋은 책을 알고 계신 알라니너 분이 계시면 야무에게 추천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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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8-25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중에 구하기 어려운 책을 운이 좋게도 헌책방에서 구하는 편이에요.
대형매장 같은 경우에는 공간이 너무 넓다보니 예상치 못한 발견의 즐거움을
못 느끼는 편이에요. 혹시 글 중간에 대구 헌책방이 언급되었는데
합동북 아닌지요? 물론 대구에도 몇 몇 헌책방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합동북이 높다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

yamoo 2011-08-26 00:34   좋아요 0 | URL
제가 찾는 책도 시루스님처럼 헌책방에서 운좋게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세, 어느 책방인지는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 거 있지요..--;;
흠...합동북이 유명한가 봐요...한 번 가봐야 겠어요...대구에 유명한 헌책방있음, 더 알려주세요~

2011-08-26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6 0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